<단독> 창고가 술집으로?…스타시티몰 특혜 의혹

광진구청-광진소방서 ‘이상한 허가’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몰에 입점해 있는 한 술집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용도변경과 소방완비증명 등에 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광진구청과 광진소방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스타시티 옥토버훼스트

서울 광진구의 건대입구역은 대학가 최고 상권으로 손꼽힌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고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가 지척에 있어 젊은 층으로 붐비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권 대학가 상권의 최강자로 신촌을 꼽는다면, 동부권에서는 건대입구역이 단연 상위권이다.

건대입구역
유동인구↑

건대입구역의 전신은 지하철 2호선 화양역이다. 건국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985년 지금의 역명으로 바뀌었다. 19967호선이 건대입구역을 지나자 상권은 더욱 확장됐다. 상권의 발달과 함께 유동인구 역시 늘어났다.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를 통해 건대입구역 기준으로 반경 600m 내 상권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건대입구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4만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건대입구역은 2호선, 7호선 더블 역세권이고 대학교, 대학병원, 백화점 등 수요를 유입시키는 시설이 풍부해 좋은 상권의 요소를 갖췄다대학가 상권인데도 직장인도 많이 오고 중고등학생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더샵 스타시티’(이하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상권의 핵심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스타시티는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가깝다. 20071월 준공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58층에 이르는 높이 덕분에 강북지역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스타시티는 건국대 체육시설 부지에 세워졌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 소유의 교육 부지를 상업용 부지로 전환해 스타시티를 짓고 임대수익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스타시티를 학교법인서 진행한 수익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든다. 스타시티 내에는 롯데백화점과 이마트를 포함한 스타시티몰이 있다. 스타시티몰에는 영화관, 식당, 술집 등이 다양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다. 스타존과 시티존, 영존 등으로 구성된 종합쇼핑몰이다.

최근 스타시티몰 시티존에 위치한 옥토버훼스트건대 스타시티점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옥토버훼스트는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건대 스타시티점은 20149월 개장해 최근까지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인 용도변경‧소방완비증명 문제삼아
구청과 소방서는 “전혀 문제없다” 해명

옥토버훼스트는 스타시티몰 시티존 지하1층 썬큰(Sunken) 매장에 있다. 썬큰은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말한다. 7호선 건대입구역 4번 출구서 이마트 방향으로 가다가 계단을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보인다.

논란의 골자는 옥토버훼스트가 입점해 있는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다. 건축허가나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은 임차인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거나 단독주택을 고시원으로 바꾸는 등의 경우다.
 

▲ 광진소방서

이때 임차인은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축물의 현재 용도가 속하는 시설군보다 상위군에 해당하는 용도로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시장,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신고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집회시설군에 속하는 예식장서 근린생활시설군인 슈퍼마켓으로 건축물 용도를 변경하려면 구청장 등에 신고를, 슈퍼마켓서 예식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들어선 자리는 도면에 창고 및 기계실이라고 표기돼있다. 일반음식점 용도로 사용하려면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표시 변경은 허가와 신고를 제외한 건축물 용도변경의 일종이다. 같은 용도군의 용도변경으로, 건축물 관리대장상 변경신고로 보면 된다. 쉽게 말해 건축물 대장에 나와 있는 용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구청 등을 통한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광진구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교법인
수익사업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구청에 영업허가를 받거나 영업신고가 필요하다. 일반음식점은 음식류를 조리판매하는 곳으로,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장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 액화석유가스 사용시설 완성검사필증, 소방완비증명서, 위생교육필증, 건강진단결과서 등의 구비서류를 들고 구청 위생과를 찾아가면 된다. 이 과정서 구청 위생과가 건축물의 용도변경이나 표시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건축과서 이를 처리하는 식이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옥토버훼스트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 대상이다. 식품접객업소 허가와 신고를 담당하는 광진구청 보건위생과서 담당한다. A씨는 옥토버훼스트서 영업신고를 할 때 구청 위생과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실수였든 고의였든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광진구청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대장에 나온 용도상으로 해당 자리에 옥토버훼스트 같은 일반음식점이 들어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용도변경 등의 절차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 광진구청

광진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그 자리(옥토버훼스트 매장)가 건축물 도면상으로 창고로 돼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건축물 대장을 검토해본 결과 화장실이나 지하공조실 등의 면적에 들어가지 않고 판매시설 자리로 확인돼 표시변경 없이 영업신고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인이 소방완비증명서 등 필요한 제반 서류를 챙겨오면 영업신고를 안 내줄 수가 없다. 우리는 영업신고를 하면 내주는 방식이라며 용도변경이나 기재사항 변경, 표시변경은 건축과서 해주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그 매장(옥토버훼스트)은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도면에만 그렇게 (창고로)돼있을 뿐 (일반음식점으로)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건축법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위생과서 영업허가 등의 적합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표시변경은 진행되지 않았다핵심은 그 매장이 판매시설 전용면적에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시변경 없이 일반음식점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상구에
냉장고가?

이어 건축과는 영업허가 부서(보건위생과)서 표시변경 요청이 오면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최종적으로 영업허가 부서에서 판단해 영업허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허가 부서에서도 판매시설에 근린생활시설이 다 포함돼있기 때문에 건별로 다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이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확인되고 증명된 사항이라고 말을 맺었다.

A씨는 스타시티몰은 종합쇼핑몰이기 때문에 건축물 대장에 영업 및 판매시설이라고 나오는 게 당연하다광진구청의 논리대로라면 전용면적에 포함되는 화장실이나 복도 등에도 일반음식점을 낼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옥토버훼스트 매장의 용도변경 건 외에도 소방완비증명 부분을 문제 삼았다. 광진소방서의 소방완비증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광진소방서 측은 제대로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소방완비증명, 즉 다중이용업 완비증명 제도는 허가청의 허가행위 이전에 소방 안전시설 등을 적법적합하게 설치하도록 해서 화재예방과 유사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방업무다. 다중이용업소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말한다.
 

▲ 건대 스타시티

해당 매장이 속하는 지역의 소방서가 발급하는 소방완비증명서가 있어야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가능하다. A씨는 비상구로 돼있는 공간에 대형냉장고가 놓여 있고, 주 출입구에는 매장에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릴 수 있도록 연동하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구는 주 출입구의 반대방향에 설치하되, 주 출입구로부터 영업장의 긴 변 길이의 1/2 위치에 설치하도록 돼있다옥토버훼스트의 경우는 주 출입구 바로 반대편에 비상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대형냉장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광진소방서 관계자들과 A씨가 옥토버훼스트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영업장 밖 공용부분을 임의구획해 구획된 실로 사용하고 냉장고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진구청 보건위생과는 지난 916일 냉장고를 자진 철거하도록 지시했고, 시정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 만나 “묻고 가자”
소방서 측 “경험 많아서”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민원인과 함께 현장조사를 나가 전부 확인한 부분이라고 항변했다. 옥토버훼스트의 소방완비증명은 2014년에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집행한 부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A씨가 문제로 지적한 비상구에 놓인 냉장고에 대해서는 냉장고는 썬큰으로 나가는 문 쪽에 있었다. 우리는 그 공간을 출입통로로 봤다. 소방청서 질의해 회신을 받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구 관련 예외규정 중 복도에 자전거 등을 통로 폭의 1/2 범위서 질서 있게 일렬로 정비해 피난이 가능하도록 확보할 경우에는 물건 적치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이나 대피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할 때 영업장 내부만 본다고 말했다. 대형냉장고가 놓인 비상구는 영업장 밖, 즉 옥토버훼스트 매장이 아닌 공용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2014년 소방완비증명서 발급 당시 그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셈이다. 주 출입구 연동 문제에 대해서는 민원인과 함께 확인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A씨는 소방서가 민원에 응대하는 과정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 민원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진소방서에서 전화로 만나자는 요청이 왔다고 한다. 민원에 대한 답변을 해주려는 줄 알고 나간 자리서 A씨는 광진소방서 소속 김모 당시 화재특별팀장을 만났다.

소방완비증명 관련 업무는 검사지도팀, 특별조사팀서 맡고 있는데 다른 부서 관계자가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김 팀장은 이 자리서 내가 당신이 필요한 부분을 봐줄 테니 이 문제는 묻고 가자는 뉘앙스로 말했다. A씨는 당시 김 팀장의 말이 매우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광진소방서 검사지도팀 관계자는 당시 소방완비증명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막 인수인계 받은 터라 경험이 적었다그래서 관련 업무에 가장 경험이 많은 그 분(김 팀장)이 민원인을 응대했다. 그 과정서 오해를 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영업 안 해

한편 옥토버훼스트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문을 닫는 것으로 알고 있다아직 구청으로 폐업신고가 들어온 건 없다고 했다. 스타시티몰 매장 임대를 관리하는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