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위한 무한도전 박지성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16 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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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두개의 심장' 이제는 QPR에서 뛴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7년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생활을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지성이 선택한 새로운 정착지는 퀸스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정확한 이적료와 연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적료와 옵션을 합쳐 약 500만파운드(약 88억원)에 계약했다고 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팀 맨유에 비해 최하위권 QPR로 이적한 것은 '박지성의 추락'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지성이 유독 강팀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점을 감안하면 제2의 도약에 충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QPR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높은 레벨에서 성공하기 위한 야망도 가지고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회장(QPR 구단주)을 비롯해 이 구단은 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절할 수 없는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약팀이지만 가능성 커"
팀 내 최고수준 대우 보장

박지성은 또 "다른 구단으로부터도 제안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돈보다는 미래에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QPR로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었고 그런 점에서 입단을 결심했다"고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이적 계약기간은 2년, 이적료는 대략 500만파운드(약 88억원)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지성은 팀 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회장도 박지성의 영입을 적극 반기고 나섰다. 이날 회견장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마침내 박지성을 얻게 돼 구단은 흥분상태다"며 "훌륭한 재능의 선수를 영입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박지성은 여러 해 동안 맨유에서 활약하면서 뛰어난 에너지와 기량을 입증했다"며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성을 떠내 보내는 입장인 맨유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박지성에게 알렉슨 퍼거슨 감독과 동료들은 고마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QPR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날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였다. 지난 7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 출전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모든 구성원들은 박지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 나도 박지성이 QPR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팀 동료이자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축구에도 참석할 만큼 박지성과 우애를 과시했던 리오 퍼디낸드도 박지성의 성공을 기원했다. 퍼디낸드는 "박지성은 진정한 선수다. 맨유 팬들과 선수들 모두 박지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항상 성실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좋은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감독의 신뢰 유력한 주장 후보
퍼거슨·퍼디낸드 "맨유에서 최고였다"

퍼디낸드는 또 "앞으로 QPR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박지성이다. 경기 전날 잠을 설치게 하겠다. 그래야 그가 쉴 틈 없이 뛰어다닐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박지성의 성공을 역설적으로 기원했다.

박지성이 새 정착지로 삼은 QPR은 지난 시즌 리그 17위에 머물렀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다음 시즌에서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페르난데스 회장은 말레이시아 에어라인과 싱가포르 타이거 에어라인 등을 소유하고 있고 락슈미 미탈 부회장도 세계에서 8번째 부자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


1882년 창단되어 1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클럽인 QPR은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으며 로프터스 로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풋볼리그 1군(현 프리미어리그) 시절 당시 리그 2위(1975~1976시즌)와 FA컵 2위(1981~1982시즌)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지난 2011~2012시즌에는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해 리그 17위를 기록, 간신히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8월 페르난데스 회장을 새 구단주로 맞은 QPR은 이후 구단주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세, 자모라, 앤드류 존슨 등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외에도 조이바튼, 숀 라이트 필립스, 안톤 퍼디난드, 파비오 다실바가 포진해 있다.

구단 측은 로프터스 로드 홈구장을 대체할 3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 신축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휘봉을 쥐고 있는 마크 휴즈 감독은 맨유에서 공격수로 선수생활을 한 바 있고 이번 박지성의 영입에도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 휴즈 감독은 QPR의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진지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QRP 성적 초라해
"올해는 다르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이 박지성에게 팀의 주장을 맡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와의 최종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얼굴을 가격하는 행위로 징계를 받은 조이 바튼이 팀 내 징계로 주장직을 박탈당한 이후 현재 QPR의 주장직은 공석 상태다.

이와 관련 휴즈 감독은 "나는 클럽을 위한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고려 중이다"며 "누가 주장직에 더 어울리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박지성을 포함해서 주장을 원하는 선수들은 누가 더 그 자리에 적합한지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서 태어난 박지성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 6학년 때는 전국 대회에서 세류초등학교 준우승을 이끌어 5회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재능을 보였다. 덩치가 큰 상대선수를 상대로 잘 뛰고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는 모습 때문에 관중들이 박지성에서 마우스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안용중학교, 수원공업고등학교를 거쳐 1999년 김희태 감독의 눈에 들어 명지대학교로 진학한 박지성은 2000년 올림픽축구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당시 허정무 감독에 의해 올림픽대표로 선발됐다.

멈추지 않는 도전
꿈을 향해 뛰어라

같은 해 명지대학교를 휴학한 박지성은 연봉 5000만엔(당시 약 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주전급 대우를 보장한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 2년간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다.

맹활약을 펼쳤던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2월31일자로 교토 퍼플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됐지만 팀의 컵대회 우승을 위해 경기에 출전, 우승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박지성은 2002월드컵에서 인연을 맺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연봉 1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 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QPR 도약 이끈다
떠나는 박지성에 쏟아지는 찬사 '새 역사 쓴다'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 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으로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QPR 측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링턴 스포츠 그라운드에서 실시한 프리시즌 트레이닝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박지성은 팀 동료들과 함께 러닝과 볼 뺏기 등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특히 맨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파비우 다살바와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화려한 커리어
'팀 중심 우뚝'

QPR은 또 '숫자로 본 박지성'이라는 글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QPR은 맨유 시절 박지성이 경기당 평균 28.5회의 패스를 했으며 패스 성공률이 8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박지성이 2002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후반 25분에 골을 터뜨렸으며 프리미어리그 133경기에 출전해 19골을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구단 측의 애정, 확실한 주전자리 확보, 팬들의 관심 등 박지성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특히 맨유 시절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점을 미뤄보면 이번 이적은 현실적이고 현명했다. 지난 시즌 2위 맨유보다 시즌 17위 QPR에서 강팀을 만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QPR의 도약을 이끌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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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