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위한 무한도전 박지성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16 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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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두개의 심장' 이제는 QPR에서 뛴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7년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생활을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지성이 선택한 새로운 정착지는 퀸스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정확한 이적료와 연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이적료와 옵션을 합쳐 약 500만파운드(약 88억원)에 계약했다고 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팀 맨유에 비해 최하위권 QPR로 이적한 것은 '박지성의 추락'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박지성이 유독 강팀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점을 감안하면 제2의 도약에 충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QPR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높은 레벨에서 성공하기 위한 야망도 가지고 있다"면서 "페르난데스 회장(QPR 구단주)을 비롯해 이 구단은 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거절할 수 없는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약팀이지만 가능성 커"
팀 내 최고수준 대우 보장

박지성은 또 "다른 구단으로부터도 제안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돈보다는 미래에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QPR로부터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들었고 그런 점에서 입단을 결심했다"고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이적 계약기간은 2년, 이적료는 대략 500만파운드(약 88억원)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지성은 팀 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회장도 박지성의 영입을 적극 반기고 나섰다. 이날 회견장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마침내 박지성을 얻게 돼 구단은 흥분상태다"며 "훌륭한 재능의 선수를 영입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박지성은 여러 해 동안 맨유에서 활약하면서 뛰어난 에너지와 기량을 입증했다"며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성을 떠내 보내는 입장인 맨유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박지성에게 알렉슨 퍼거슨 감독과 동료들은 고마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QPR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날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였다. 지난 7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 출전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퍼거슨 감독은 "맨유의 모든 구성원들은 박지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 나도 박지성이 QPR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팀 동료이자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축구에도 참석할 만큼 박지성과 우애를 과시했던 리오 퍼디낸드도 박지성의 성공을 기원했다. 퍼디낸드는 "박지성은 진정한 선수다. 맨유 팬들과 선수들 모두 박지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항상 성실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좋은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마크 휴즈 감독의 신뢰 유력한 주장 후보
퍼거슨·퍼디낸드 "맨유에서 최고였다"

퍼디낸드는 또 "앞으로 QPR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박지성이다. 경기 전날 잠을 설치게 하겠다. 그래야 그가 쉴 틈 없이 뛰어다닐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박지성의 성공을 역설적으로 기원했다.

박지성이 새 정착지로 삼은 QPR은 지난 시즌 리그 17위에 머물렀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다음 시즌에서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페르난데스 회장은 말레이시아 에어라인과 싱가포르 타이거 에어라인 등을 소유하고 있고 락슈미 미탈 부회장도 세계에서 8번째 부자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


1882년 창단되어 1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클럽인 QPR은 잉글랜드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으며 로프터스 로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성적은 초라한 편이다. 풋볼리그 1군(현 프리미어리그) 시절 당시 리그 2위(1975~1976시즌)와 FA컵 2위(1981~1982시즌)을 차지한 것이 전부다. 지난 2011~2012시즌에는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해 리그 17위를 기록, 간신히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8월 페르난데스 회장을 새 구단주로 맞은 QPR은 이후 구단주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세, 자모라, 앤드류 존슨 등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외에도 조이바튼, 숀 라이트 필립스, 안톤 퍼디난드, 파비오 다실바가 포진해 있다.

구단 측은 로프터스 로드 홈구장을 대체할 3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 신축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휘봉을 쥐고 있는 마크 휴즈 감독은 맨유에서 공격수로 선수생활을 한 바 있고 이번 박지성의 영입에도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 휴즈 감독은 QPR의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진지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QRP 성적 초라해
"올해는 다르다"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이 박지성에게 팀의 주장을 맡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와의 최종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스의 얼굴을 가격하는 행위로 징계를 받은 조이 바튼이 팀 내 징계로 주장직을 박탈당한 이후 현재 QPR의 주장직은 공석 상태다.

이와 관련 휴즈 감독은 "나는 클럽을 위한 새 주장으로 박지성을 고려 중이다"며 "누가 주장직에 더 어울리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박지성을 포함해서 주장을 원하는 선수들은 누가 더 그 자리에 적합한지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1981년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서 태어난 박지성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 6학년 때는 전국 대회에서 세류초등학교 준우승을 이끌어 5회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재능을 보였다. 덩치가 큰 상대선수를 상대로 잘 뛰고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는 모습 때문에 관중들이 박지성에서 마우스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안용중학교, 수원공업고등학교를 거쳐 1999년 김희태 감독의 눈에 들어 명지대학교로 진학한 박지성은 2000년 올림픽축구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당시 허정무 감독에 의해 올림픽대표로 선발됐다.

멈추지 않는 도전
꿈을 향해 뛰어라

같은 해 명지대학교를 휴학한 박지성은 연봉 5000만엔(당시 약 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주전급 대우를 보장한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진출, 2년간 풀타임 주전으로 뛰었다.

맹활약을 펼쳤던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2월31일자로 교토 퍼플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됐지만 팀의 컵대회 우승을 위해 경기에 출전, 우승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박지성은 2002월드컵에서 인연을 맺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연봉 1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 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QPR 도약 이끈다
떠나는 박지성에 쏟아지는 찬사 '새 역사 쓴다'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 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으로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QPR 측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링턴 스포츠 그라운드에서 실시한 프리시즌 트레이닝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박지성은 팀 동료들과 함께 러닝과 볼 뺏기 등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특히 맨유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파비우 다살바와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화려한 커리어
'팀 중심 우뚝'

QPR은 또 '숫자로 본 박지성'이라는 글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QPR은 맨유 시절 박지성이 경기당 평균 28.5회의 패스를 했으며 패스 성공률이 8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박지성이 2002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후반 25분에 골을 터뜨렸으며 프리미어리그 133경기에 출전해 19골을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구단 측의 애정, 확실한 주전자리 확보, 팬들의 관심 등 박지성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특히 맨유 시절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점을 미뤄보면 이번 이적은 현실적이고 현명했다. 지난 시즌 2위 맨유보다 시즌 17위 QPR에서 강팀을 만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QPR의 도약을 이끌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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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