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창동 유치원생 사망사건’ 아빠의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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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이가 하루아침에 우리 곁을 떠났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 가는 요즘.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지난 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생 발레 수업 후 의문의 사망’도 그랬다. 당시 유족들은 발레강사의 체벌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유치원 측은 우발적인 사고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사건의 진상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그 후 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는 한 아이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품은 채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한으로 남았다. 지난 11일 아이 아버지인 김승주씨를 만나 의문점과 논란을 들어봤다.

“아빠 잘 갔다 와.”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오후에 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부모와 마주했다. 유치원 발레수업 중 눈물을 훔치며 춤을 추고 손 모아 빌면서 애원하는 마지막 CCTV영상을 남긴 채 말이다.

지하 강당에선
대체 무슨 일이?

눈이 많이 내리던 지난 1월31일, 서울 창동에서 일어난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발레 수업이 한창인 한 유치원의 지하 강당.

김나현(6세)양은 유치원 재롱잔치 발표회를 위해 마지막 수업을 받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강사는 무슨 이유인지 나현이를 따로 불러 1분 간 훈계를 한다.


이후 자리에 돌아온 나현이는 친구들보다 한 박자 빠르고 동작을 크게 하려고 애쓰다 친구들과의 간격이 벌어지고 만다. 이를 본 강사는 떨어져 있는 나현이를 세차게 밀어붙이며 자리를 잡아준다.

발레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아이들이 주변을 뛰어놀며 자유시간을 가지는 사이 나현이와 친구 한명은 보충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수업이 끝난 후 강당 구석에 위치한 간이그네를 탄 친구를 뒤에서 밀어주던 나현이는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그네에 걸려 넘어진다.

이에 나현이 쪽으로 강사가 다가가자 나현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네를 일으킨다. 강사는 그네를 세워주며 나현이에게 무언가 말을 한다.

그 말에 놀란 나현이는 강사를 따라다니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나현이는 쩔쩔매며 강사를 쫓아다니지만 강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짐을 챙긴다.

홀로 남겨진 지하 강당에서 쓸쓸한 죽음 맞은 나현이  
강사 평소에도 체벌 있었다? 유아보육자격증도 없어

잠시 후. 수업이 모두 마무리 된 듯 아이들은 줄을 서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갈아 신기 위한 실내화를 챙기려던 나현이는 강사의 어떤 말을 듣고 열의 제일 끝에 서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뒤 쓰러지고 만다.


이후 나현이만 혼자 남은 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강당 불이 꺼지고 철문이 닫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강당 불이 다시 켜지자 강당 바닥에 쓰려져 있는 나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강사가 아이를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힘없이 축 늘어진 나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숨졌다. 이것이 바로 지난 2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발레 수업 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나현이 사망사건의 전말이다.

7살 소녀의
미스터리한 죽음

사건 이후 지금까지 나현이의 유족들과 강사 측의 엇갈린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족측은 “나현이가 교사의 체벌에 의해 강당에 홀로 남겨졌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강사 측은 “수업이 끝났음에도 나현이가 더 놀겠다고 버티다 혼자 있게 된 것일 뿐 교사도 나현이가 홀로 남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현이 아빠 김승주씨는 강사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CCTV화면 상 강사가 맨 끝에 스위치를 누르고 쳐다보는 시야각에서 아이를 못 봤을 리가 없다는 것.

김씨는 “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바지가 축축해 봤더니 소변을 지린 상태였다. 분명 죽음에 이르기 전에 극심한 공포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이가 그네를 넘어뜨리자 강사가 ‘가둘 거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라며 “아이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진 않았을 테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않게 고의성을 가지고 혼내야 겠다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문하나 없는 캄캄한 강당에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는 당시 같이 발레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의 진술 녹취록에도 나온다. 전문 상담가를 동반해 실시한 증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현이가) 그네 타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놓고 간다 그래서 아니야 아니야 나현언니가 그랬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나현이가) 그네에서 떨어졌을 때는 놓고 간다는 소리만…”이라고 진술했다. 

‘나현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카페지기 이용진씨는 “나 역시 두 아이를 나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다. 발레강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가둘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사고가 나기 몇 달 전에도 발레시간 때 클레임이 걸린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아이가 화요일, 목요일 발레수업만 있는 날이면 같은 자리에 멍이 들어 온 것이다. 해당 부모는 유치원 측에 클레임을 제기했고, 원감으로부터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넘어 갔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미흡한 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유치원 측에서는 적절하고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해당 강사는 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현이 아빠 김씨는 사건 후 응급조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쓰러졌지만 초기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숨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김씨는 “눈이 많이 와 119를 부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119는 유치원과 불과 2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심각해지자 데리고 간 병원이 응급실조차 없는 일반 정형외과였고, 아이엄마의 요구에 의해 뒤늦게 119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CCTV화면에 나타난 발레강사의 유연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씨는 “발레강사가 아이를 안고 2층에 올라간 후 정형외과로 옮겨질 때 바로 따라가지 않고 지하 강당으로 내려가 자기 짐을 챙긴 뒤 뒤늦게 도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수업 중 일어난 사고인데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거나 했다면 짐을 챙기는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숨져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의성 있지만
형사처벌 못한다?

이밖에도 김씨는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충분함에도 경찰 측 송치 소견서에서는 ‘불기소 무혐의’로 나온 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금까지 발 벗고 뛰어다니는 이유는 발레강사의 감금성에 대한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다분하며 부검감정서 상에도 급성심장사로 고려해볼만하다고 나왔는데 발레강사의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체벌·응급조치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
‘나현이’로 시작된 모두의 문제…진실 가려야

이어 김씨는 “검찰은 고의성이 인정되지만 과연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만 5년11개월 된 아이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다 해도 공포감을 느낄 나이인데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육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믿었던 경찰 측의 터무니없는 결과에 없는 돈을 쪼개 변호사를 샀다. 그리고 잔업은 물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을 못 믿어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그것을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며 뛰어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내가 바라는 건 발레강사가 진실을 얘기해 정당하게 벌을 받고 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뿐”이라며 “아이의 발자취만 봐도 먹먹해지고, 사실상 가정은 파탄에 이른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는데 내 아이의 죽음이 이렇게 억울하게 묻혀버리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울먹였다.

이씨 역시 “나현이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이는 모든 아이들의 문제”라며 “어느 날 내 아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일인데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기보다는 관련자들이 뼈저린 경각심을 느낄만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제2의 나현이 사건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이 꿈이던 일곱 살 나현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난데없이 주검으로 돌아온 어린 딸 앞에서 아직도 부모는 비통한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경찰 측에서는 무혐의 소견을 냈지만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결에선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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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