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철’ 휴게소 먹거리 베스트20

놀러가는데 먹는 게 빠지면 섭하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하고픈 나들이객들로 이곳저곳이 북적이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나들이객 사이에선 휴게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휴게소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레 오간다. <일요시사>는 나들이 철을 맞아 휴게소 맛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EX-FOOD’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음식품질 향상을 위해 음식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경진대회를 개최, EX-FOOD라는 이름으로 휴게소 대표음식을 선정했다. 현재 홈페이지에 게재된 EX-FOOD는 지난해 11월 한국도로공사가 개최한 ‘2019 EX-FOOD 선발 경진대회’의 문턱을 넘은 음식들이다. 쟁쟁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휴게소 음식들은 무엇이고, 또 어디에 있을까.

[서울만남(부산 방향)]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를 대표하는 먹거리는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다.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은 2019 EX-FOOD 경진대회서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방송인 이영자씨의 극찬으로 유명한 음식이기도 하다.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은 과거 여행객들의 피로를 달래주던 말죽거리역의 대표음식이다. 24시간 가마솥서 우려낸 한우사골의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의 가격은 6500원이다.

[죽암(부산 방향)]

보은대추 왕갈비탕은 죽암 휴게소의 자랑이다. 보은대추 왕갈비탕은 EX-FOOD 경진대회서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의 뒤를 이어 우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보은대추 왕갈비탕은 천혜의 충북 보은대추와 프리미엄 A급 송아지의 왕갈비가 만나 황홀한 맛을 낸다. 여행객들 사이에선 제값을 하는 부드럽고 진한 명품갈비탕으로 입소문이 났다. 보은대추 왕갈비탕의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섬진강(부산 방향)]

섬진강 휴게소의 시그니처 메뉴는 옛날 김치찌개다. 옛날 김치찌개 역시 경진대회서 우수상을 거머쥐며 보은대추 왕갈비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옛날 김치찌개는 직접 담가 숙성시킨 남도김치와 국내산 냉장 생고기가 환상적인 콜라보를 뽐낸다. 섬진강 휴게소의 김치찌개를 먹는 방법은 다소 색다르다. 메뉴를 주문한 뒤 직접 끓여 먹는 방식이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를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날 김치찌개의 가격은 8000원이다.
 

[망향(부산 방향)]

망향 휴게소의 명품 닭개장은 경진대회서 협회장상을 받아 3년 연속 EX-FOOD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명품 닭개장은 보신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히나 추운 겨울 최고의 음식으로 손꼽힌다. 가시오가피로 끓인 육수는 건강함을 더해주며, 함께 제공되는 숭늉이 인상적이다. 명품 닭개장의 가격은 9500원이다.

[추풍령(서울 방향)]

추풍령 휴게소의 석쇠 불고기는 망향 휴게소의 명품 닭개장과 함께 협회장상을 받았다. 석쇠 불고기는 인근 지례지역서 생산되는 양질의 토종 흑돼지 고기를 재료로 한다. 갖은 양념에 버무린 흑돼지는 즉석으로 숯불에 구워 판매한다. 석쇠 불고기 위에 가득 올려진 신선한 파채가 맛을 더한다. 석쇠 불고기의 가격은 1만원이다.

확 풀린 날씨, 늘어나는 나들이객
도로 위 맛집 ‘EX-FOOD 20’ 눈길


[죽전(서울 방향)]

죽전 임금 갈비탕은 죽전 휴게소서 맛볼 수 있는 대표 보양식이다. 임금님도 한 숟가락 하시고 웃으셨다는 죽전 임금 갈비탕은 양질의 소갈비와 로컬푸드매장서 구매한 식재료로 꾸려진다. 시원한 국물 맛과 푸짐한 양이 인상적이다. 죽전 임금 갈비탕은 양과 질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은 8000원이다.

[여주(강릉 방향)]

여주쌀 용대리황태 해장국은 명품과 명품이 만난 음식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쌀로 평가받는 여주쌀과 강원도 인제의 특산물 용대리황태가 조화를 이룬다. 강원도 특유의 기후조건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건조된 용대리황태의 육질을 맛볼 수 있다. 여주쌀 용대리황태 해장국은 숙취해소를 위한 해장국이자 영양만점 보양식으로 꼽힌다. 가격은 8000원이다.

[횡성(강릉 방향)]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는 연이어 EX-FOOD에 선정된 횡성 휴게소의 대표 메뉴다. 강원도 횡성의 7대 특산물 중 하나인 횡성한우와 더덕이 만나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횡성한우 떡더덕 스테이크는 방송인 이영자씨의 소개로 맛집 반열에 올랐다. 한우와 더덕 외에도 피클과 샐러드, 계란이 함께 나온다. 고소한 스프도 입맛을 돋워준다.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충주(양평 방향)]

한방 고추장 불고기 쌈밥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충주 휴게소의 대표 메뉴다. 충주사과와 각종 한방재료로 향을 살린 고추장 불고기의 푸짐한 한상차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군침을 돌게 한다. 고추장 양념과 한약재 육수를 배합해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했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는 우리 콩으로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들어졌다. 가격은 1만2000원이다.

[천등산(제천 방향)]

천등산 휴게소의 산삼 배양근을 품은 삼계탕은 지난해 5월 출시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재료인 산삼 배양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삼 배양근을 품은 삼계탕은 국내산 닭과 제주서 생산되는 산삼 배양근을 주원료로 한다. 휴게소 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격은 1만2000원이다.
 

[괴산(양평 방향)]

신경통이 있는 여행객들은 괴산 휴게소를 찾는다. 엄나무 닭곰탕에 들어있는 엄나무는 신경통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다. 신선한 닭과 함께 푹 고아 만든 엄나무 닭곰탕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지단과 당면으로 맛을 더한 엄나무 닭곰탕의 가격은 6000원이다.


[옥산(부산 방향)]

옥산 휴게소의 순두부 청국장은 우리 콩으로 직접 빚어 더욱 구수한 전통의 맛을 뽐낸다. 매일 직접 제조한 순두부와 함께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사용한다. 순두부 청국장은 각종 방송을 통해 이미 그 맛이 증명됐다. 함께 제공되는 배추김치와 피클, 마늘종과 견과류 볶음이 입맛을 돋운다. 순두부 청국장의 가격은 7000원이다.

[인삼랜드(하남방향)]

인삼랜드 휴게소를 들른다면 인삼 갈비탕을 지나치기 어렵다. 금산군의 특산물인 인삼을 2시간 이상 우려내 완성된 인삼 갈비탕은 든든한 사계절 보양식이다. 인삼과 갈빗대가 어우러진 인삼 갈비탕은 당면과 함께 제공된다.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인삼 갈비탕의 가격은 1만원이다.

[이서(순천 방향)]

제철 꼬막과 상큼한 유자청 고추장이 만났다. 이서 휴게소의 명품 꼬막 비빔밥은 그 이름값을 한다. 명품 꼬막 비빔밥은 건강식 웰빙 비빔밥으로 통한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어우러진 명품 꼬막 비빔밥의 맛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여행객들의 엄지를 치켜세우는 명품 꼬막 비빔밥의 가격은 1만원이다.


[정읍(천안 방향)]

정읍 휴게소의 웰빙 우렁이 쌈밥정식은 고속도로서 맛볼 수 있는 웰빙 건강식이다. 국내 청정지역서 길러낸 우렁이가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푸짐하게 넣어준 우렁이와 채소를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가지런히 놓인 각종 반찬은 덤. 웰빙 우렁이 쌈밥정식의 가격은 9000원이다.

지역 특색 살린 각양각색 음식들
건강·맛 동시에…쟁쟁한 경쟁력

[보성녹차(광양 방향)]

이서 휴게소의 명품 꼬막 비빔밥에 이어 보성녹차 휴게소의 보성 꼬막 비빔밥도 EX-FOOD에 선정됐다. 보성 꼬막 비빔밥의 꼬막은 벌교서 왔다.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간 벌교 꼬막은 8대 진미로 손꼽힌다. 각종 야채들과 꼬막으로 버무려진 비빔밥은 구수한 된장국과 조화를 이룬다. 보성 꼬막 비빔밥의 가격은 1만원이다.

[군위(춘천 방향)]

군위 휴게소의 제비원 된장찌개는 ‘안동제비원’의 4대째 내려온 전통의 손맛으로 만든 된장찌개다. 제비원 된장찌개의 역사는 무려 10년이 넘었다. 휴게소 음식에서는 보기 어려운 재래식 된장 본연의 맛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 된장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제비원 된장찌개의 가격은 7000원이다.
 

[진주(부산 방향)]

진주 휴게소의 진주 육전 비빔밥은 진주의 향토음식 육전으로 만든 영양만점 프리미엄 비빔밥이다. 비빔밥 재료로는 드문 육전이 들어가 포만감과 함께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지역 한우를 사용한 소고기 국물이 금상첨화를 이룬다. 진주 육전 비빔밥의 가격은 9000원이다.

[영산(창원 방향)]

창녕 양파 제육덮밥정식은 창녕 양파의 풍미가 가득한 영산 휴게소의 대표 음식이다. 맛과 향이 일품인 창녕 양파 제육덮밥정식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창녕은 우리나라 최초의 양파 재배지로 육질이 단단하며 달착지근한 맛과 향을 내기로 유명하다. 창녕양파 제육덮밥정식의 가격은 9000원이다.

[경주(부산 방향)]

속이 더부룩한 여행객들은 경주 휴게소를 찾는다. 경주 휴게소의 동태탕은 속까지 시원하게 풀리는 뜨끈한 국물요리를 선사한다. 경주 산내지역 특산물인 산내미나리를 첨가해 깊은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산내미나리는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태탕의 가격은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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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