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는’ 응급실 의료진 백태

아파서 찾았다 욱해서 때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병원 응급실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이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응급 의료진은 매순간 바짝 긴장한 상태로 근무에 임한다. 문제는 이들을 향한 무분별한 폭언과 폭행이 잦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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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 의한 응급실 난동은 의료진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환자의 난동으로 의료진의 손발이 묶이면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응급실서 일어나는 난동 사건을 엄중하게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취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응급실 난동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일, 경북 구미의 한 병원 응급실서 환자가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05분께 환자 A씨가 컴퓨터 모니터를 밀쳐 옆에 있던 간호사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현재 항암치료 중인 A씨는 통증이 심해 응급실을 찾았지만, 진료를 받지 못하자 모니터를 밀치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원 측은 간호사의 얼굴이 다치고 모니터가 부서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 뒤 이날 오전 일단 집으로 돌려보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조사한 뒤 입건 또는 영장 신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미에서는 지난 7월에도 환자의 폭행으로 응급실의 의료진이 상해를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731일 새벽 술에 취한 20대 남성 B씨가 구미 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B씨는 술을 마시던 중 선배에게 맞아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머리가 1cm 정도 찢어진 상태였다.


B씨는 치료 과정서 인턴 1년 차 전공의를 향해 혈액 샘플이 담긴 철제 트레이를 휘둘렀다. 뒤돌아선 채 차트를 작성하던 전공의의 뒤로 다가가 정수리를 내리친 것이다. 피해 전공의는 정수리 부분을 맞아 동맥이 파열되는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무방비 상태서 머리를 맞은 피해 전공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을 정도로 충격이 심했다고 한다.

새벽대 난동 끊이지 않아
간호사 ·의사 순으로 피해

피해 전공의는 당시 심한 출혈과 뇌진탕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가해자는 폭행 전부터 응급실 바닥에 침을 뱉고 웃통을 벗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또 의료진 폭행 뒤에도 병원 로비 쪽을 배회하면서 입원 환자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피해 전공의의 피와 가해자의 난동으로 얼룩진 응급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서 응급실이 1시간 가까이 마비되면서 정작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의 진료가 늦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경찰 출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전북 익산 응급실 간호사 폭행 사건의 CCTV 영상

급실 의료진에 대한 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7월 전북 익산서 일어난 사건 이후다. 이 사건은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71일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서 가해자 C씨는 의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수차례 폭행했다.

손가락이 골절돼 병원을 찾은 C씨는 당직 의사였던 피해자가 웃었다는 이유로 내가 웃기냐며 주먹을 휘두르고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취상태였던 C씨는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서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의자를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감방에 다녀와서 죽여버릴 거야라는 폭언을 퍼부어 피해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응급실 난동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폭행 현행범을 대하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한편, 사법부의 피고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 이전에도 다수 의료기관서 의사 등 의료인들이 폭행을 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위험한 사안을 두고 무거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법적 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일 키워
국회, 처벌 강화 법 통과

전북 전주서도 만취한 채로 응급실에 이송된 10대 여성이 자신을 치료해주려던 간호사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술과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환자가 1년 차 여성 전공의의 뺨을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차는 사건도 있었다. 보안요원을 폭행해 경찰에 연행된 환자가 풀려난 뒤 다시 병원으로 찾아와 유리조각을 들고 의료진을 협박하는 일도 발생했다.

응급의료 종사자들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방증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응급실서 발생한 폭행·기물파손·욕설·협박 등의 행위가 총 893건에 달한다. 한 달 평균 74건꼴이다. 지난 7월 정부가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방해행위에 대한 신고·고소 현황을 서면 조사한 결과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응급실 사건은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1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05), 경남(98), 울산(96) 순이다. 유형별로는 폭행이 365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는 주로 여성인 간호사가 387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의사였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진료하는 간호사·의사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가해자는 대부분 술을 먹은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 3명 중 2명은 주취자였는데 대부분의 가해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응급실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히거나 숨지게 하면 현행 형법 처벌규정보다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실서 폭행이 발생할 경우 형법보다 강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미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강력한 처벌

개정안에는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상해를 가하면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상해 시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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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