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조막만한 얼굴, 아담한 체구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자랑하는 섹시여배우 조여정. 그녀가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방자전> 이후 2년 만에 <후궁: 제왕의 첩>으로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방자전>처럼 이번에도 그녀의 과감한 노출과 몇 차례의 정사신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탄탄한 내구성을 갖춘 시나리오 덕인지, 그녀의 물오른 감정연기 때문인지 ‘야한 장면’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다. 대신 세 주인공의 욕망과 슬픔에 대한 감정연기가 더 돋보이는 영화였다.
조여정은 극중 순수했던 여인이 왕의 후궁이 돼 궁궐로 들어간 후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점점 광기어린 여인으로 변해가는 ‘화연’역을 맡아 디테일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게다가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청초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팜므파탈 연기를 아주 능수능란하게 표현해냈다.
사실 조여정이 섹시스타로 등극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동그랗고 맑은 눈망울에 오밀조밀하게 생긴 이목구비, CD에 가려질 만한 작은 얼굴 덕에 그에 맞는 깜찍하고 귀여운 배역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비슷한 역을 거듭 맡게 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한계성에 부딪쳐 말 못할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0년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될 <방자전>에서 관능적 매력을 선보인 연기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의 배우 조여정을 재발견하게 됐다.
내면연기에 주력?
오는 6월 6일에 개봉할 <후궁>에서는 화연의 권유를 향한 순수한 연정을 가슴 아픈 정사신으로 표현했으며, 정인과의 이별과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강도 높은 오열연기로 관객의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이 때문인지 그녀의 새 작품은 노출이나 정사신보다는 성숙해진 내면연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방자전>과 <후궁>은 에로틱사극이라는 장르에 전라노출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닮아있어 주위의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조여정은 "노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결정할 만큼 좋은 작품이란 확신이 선 영화였기 때문에 직접보고 말해 달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 한 번 결정한 일은 절대 허투루 끝내지 않는 성격의 조여정은 '성원대군' 역을 맡은 김동욱과의 뜨거운 정사신을 찍을 때에도 관객들에게 혹시 진실성이 결여된 거짓연기 같이 보일까봐 함께 모니터링을 하면서 한씬 한씬 심혈을 기울여 연기했다.
<방자전> 이후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기대만발
"노출에 비난 목소리 높지만 눈치 보기 싫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조여정은 "좋은 평과 기사들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와 감격스러운 마음에 조금 울기도 했다"며 당시의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는 것. 이미 일부 누리꾼들이 시사회 직후 조여정의 작품선택에 대한 부정적 소견이나 노출연기에 대한 성적 비하발언 등의 부적절한 맨션을 가차 없이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조여정은 여전히 당당하다. 심지어 자신에게 ‘에로틱 사극배우’란 별칭이 따라붙어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어떤 장르의 대표배우가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인생 첫 성장통
그녀는 관객이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소신있게 선택한 작품에 굳이 눈치보고 싶지 않다"며 "비난을 받으면 그만큼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조여정의 이런 당당한 모습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과 믿음으로부터 생겨난 자신감이다. 사실 그녀는 데뷔 16년차 배우인데도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연기에 관한 언급은 어느 기사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여정은 <후궁>을 촬영하면서 첫 성장통을 겪었다. 처음 연기에 대한 깊은 애착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성장통만 잘 견디면 더 큰 배우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여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막 겪은 성장통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장르의 연기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다양한 연기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