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오원춘 살인사건 같은 엽기살인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접속한 뒤, 장난삼아 ‘오원춘을 모방해 엽기살인사건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A(24)씨를 검거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오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시원 방에서 무료함을 느끼던 A씨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2년쯤 사귄 여자친구와 오늘 헤어졌다. 날 버린 그녀… 한국에서 사는 여자 모두 다 죽이고 싶다. 영등포역 4번 출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20대 여자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글에서 “죽기 싫으면 4번 출구로 다니지 마라. 얼마 전 발생한 수원 토막살인 사건에 뒤이어 영등포에 엽기 살인사건을 더 크게 일으켜 줄게. 난 거짓말 따윈 안 한다”고도 했다.
접속 아이디 ‘amor○○’는 인터넷에 떠도는 박모(43·여)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만든 것이었고, 내용 역시 거짓이었다. 그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A씨가 저지른 장난의 결과가 나타난 것은 그날 밤 11시30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업체에 아르바이트를 나갔던 A씨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게 긴급 체포됐다. A씨가 올린 글이 오후 2시쯤 경찰에 신고됐고,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강력 형사팀과 제복 경찰을 영등포역 4번 출구 근처에 긴급 배치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검거된 A씨는 경찰에서 “장난삼아 글을 올렸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말했고, 경찰 관계자는 “잡고 보니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글을 남긴 혐의(사전자기록 위작 등)로 불구속입건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A씨가 다른 2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해 온 사실을 포착,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