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최음제로? 섹스의 늪에 빠지는 남성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30 1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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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몰래 탄 최음제 마신 그녀와 ‘홍콩’ 가련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여성의 성적흥분을 유도한다는 최음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명 물뽕(물에 타 먹는 필로폰.GHB)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는 반면, 여성 최음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더구나 이들 최음제 판매 사이트에서는 최음제를 통해 성폭행을 할 수 있는 방법과 후기를 광고하면서 구매자들이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업용 약’이라 불리며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음제, 그 유통실태를 추적해봤다. 

여성의 술잔에 살짝 넣으면 30분 후 자연스레 당신의 여성이 된다?
후각 흥분제, 수면제, 흥분크림 등 신종 최음제 인터넷서 은밀 거래

각종 부작용 발생 및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여성 최음제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쇼핑몰들은 ‘미국 정식수입’ 등의 문구를 넣고 FDA 마크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마치 정식으로 허가받은 제품인 듯 광고하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늘 밤 원하는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다’라고 최음제 사용법을 홍보하며 성폭행을 부추기는 사실도 취재결과 드러났다.

그녀를 나의 품에!
몽롱히 넘어오는 그녀

지난 22일 오후 일명 ‘여성 최음제’를 판매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1:1 상담이 가능했다. 대화창에 “최음제를 사려고 하는데 상담을 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입력하자 30초도 안 돼 판매자와 대화가 가능했다.

판매자는 두 가지 제품을 추천하면서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여성최음제는 성적욕구를 100% 증대시켜 사용 후 30분 뒤에 효과도 볼 수 있다”며 “여성분 얼굴이 빨개지면서 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유발시켜 준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또 “음료나 맥주, 소주잔에 1/2~1/3병을 섞어서 음용하시면 된다”며 “3~6방울 정도 휴대용 병에 넣어 들고 다니다가 ‘작업’ 중인 여성의 술잔에 타서 먹이면 20~30분 안에 효과가 나타나 자연스레 당신의 여성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최음제 외에도 후각 흥분제, 수면제, 흥분크림 등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15만원~30만원대. 보통 한 병 당 1회~3회 정도 사용을 감안할 때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판매자는 “주문서를 작성하면 문자로 계좌번호를 보내주는데 입금확인이 되면 바로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며 “직수입 제품이라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상대여성을 제압하고 싶은 남성들, 여성을 업어서라도 데리고 가길 원하는 분들은 꾸준히 믿고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에 전해 무해하며 면역력이나 중독성이 전혀 없는 천연제품이다. 미국 FDA 안전성 승인제품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면서도 성분에 대해 묻자 “취급하고 판매만 하기 때문에 성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최음제 판매 B사이트도 마찬가지 였다. 판매자는 “10분 후부터 나른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20~30분 뒤부터 여성의 얼굴이 조금씩 후끈거리는데 그때부터 진한 이야기와 스킨십으로 그녀의 성욕을 이끌어 내면 된다”고 말했다.

최음제를 타면 술맛이 좀 변한다든지 음료맛이 변한다든지 그런 건 없냐고 묻자 “무색투명한 액체이기 때문에 음료수나 술에 넣어도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냄새도 없기 때문에 들킬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판매자는 이어 “최음제 사용 후 문제가 됐다는 구매자는 거의 없었으며 재주문도 꾸준하다. 배송한 후 구매자의 자료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라고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면서 “시중에 수많은 제품이 있지만 자사제품은 직접 테스트를 거친 뒤 효능이 검증된 제품만 판매하므로 자신 있게 권한다”고 말했다.

배송 시 제품의 라벨링은 바뀌어 구매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T사이트 판매자는 “제품은 1차적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항공우편으로 배송된 후 한국에서 일반택배로 재배송된다”며 “이 과정에서 제품의 라벨링이 최음제가 아닌 철분제 등으로 교환되어지거나 포장이 단순화되어 배송되기 때문에 회사주소로 배송 받아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데이트 강간약물?
자랑스러운 사용 후기

 
이처럼 마치 성폭행을 부추기는 것 같은 최음제 판매 사이트는 인터넷으로만 수십 군데가 검색됐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들 최음제를 이용,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에 성공했다는 사실상의 ‘약물이용 성폭행 성공기’가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음제를 판매하는 T사 홈페이지 제품 사용 후기란에 한 구매자는 “OO최음제를 여자친구, 유흥업소 종업원, 노래방 도우미, 나이트 부킹녀 등 총 4명의 여성에게 사용했다”며 “횟수가 적어 객관적이진 않지만 나름 최음제 없이 작업(?)했을 때와 비교 시 분명히 효과는 있다고 판단된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말 그대로 최음 효과이지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술의 효과를 빌려 여성에게 ‘술 때문이야’라는 하나의 변명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쉽게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솔직히 내 여자친구가 나이트나 클럽에 가서 최음제에 당할까봐 무지하게 걱정된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최음제를 판매하는 B사 홈페이지에는 “나이트클럽에서 2분의 1병을 맥주에 타서 먹였더니 성공했다. 여자가 좋았는지 다음 주에 또 만나자더라” “여자가 4명이었는데 화장실 갈 때마다 잔에 (약물을) 섞어 마시게 했더니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효과가 좋았다” “처음에는 효과가 별로라 해서 처음에 한 병을 저녁식사 후, 여성이 화장실 간 틈에 콜라에 몰래 타서 먹게 했다. 그리고 정확히 20분 후 모텔을 갔고, 관계 후 무릎이 까진 적은 처음이었다” “평상 시 관계에 소극적인 아내에게 먹였더니 변태 성행위를 요구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성적욕구 100% 증대” 허위광고 심각…성폭행 유도 등 범죄양산 우려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효과 검증된 것 없어…단속 및 대책 마련해야

최음제 구매를 부추기기 위해 성인동영상을 무료감상 할 수 있게 해 놓는다든지, 갤러리 안에 여성들의 나체 사진, 성행위 장면 등을 올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음제를 판매하는 P 인터넷 쇼핑몰 동영상 게시판에선 성인동영상 실시간 감상이 가능했고, B 인터넷 쇼핑몰 성인포토 게시판에선 수 십 장의 야한 사진들을 별다른 제제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최음제 판매 사이트가 불법이고 아무리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고 해도 웹페이지 차단 외에는 별다른 근절 대책이 없다. 해외사이트 주소를 도용해 추적이 어렵고, 적발한다 해도 성폭력을 암시하는 광고문구만으로 성 범죄 조장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최음제 성분인 ‘스패니쉬 플라이’를 미국 FDA의 공인을 받은 안전한 약물로 광고하고 있지만, FDA는 이 약물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패니쉬 플라이(Spanish Fly)의 원료는 곤충인 ‘물집청가리’이다. 4000여 년 전부터 프랑스 축산 농가에서는 이 곤충을 말려 분말로 만들어 가축의 교미 발정제로 널리 이용하여 왔다는 말이 전해져 오지만 주로 피부에 자극을 일으켜 사마귀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던 약품이다.

FDA도 스패니쉬 플라이의 주성분인 ‘cantharidian’을 다량 복용하면 혈변·혈뇨·배뇨통·상부위장관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급성신부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요했다. 그러나 판매자들은 스패니쉬 플라이는 100% 천연 허브 성분으로 만들어진 안전한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범람하는 최음제
별다른 근절대책은 없어…

상황이 이럼에도 잘못된 성 의식에 기대 비싼 값을 주고라도 최음제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성 개선제를 팔거나 사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최음제가 범죄에 이용되거나 부작용 등 우려를 낳고 있지만 그 최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들 스스로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할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 대부분의 최음제는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구토와 울렁거림은 물론이고 의식이 마비되기도 해서 성문화가 개방적인 외국에서도 강간약이라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성폭행에 악용될 수 있는 최음제가 광범위하게 판매돼 상당수 여성이 무기력하게 성폭행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런데도 당국은 현황 파악과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각한 신장장애와 성폭행을 유발하는 최음제 판매 현황을 조사하고, 약사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밀수업자·판매업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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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