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제왕’ 주병진의 귀환

12년 만에 돌아와 ‘절대 입담’ 보여줄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토크쇼의 제왕’ 주병진이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온갖 구설에 시달리며 방송가를 떠난 지 장장 12년만이다.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을 살다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주병진. 그 간의 상처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는 그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방송인이라서 받은 눈총 방송으로 씻어내겠다’  주병진의 지난날과 오늘을 따라가 봤다.

<토크콘서트>서 ‘정통 토크쇼’ 선보일 예정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 살아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시 MBC드림센터 다목적홀에서 <주병진 토크콘서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병진, 권석 CP, 최현정 아나운서, 안인배 콘엔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주병진은 오랜만에 여는 기자간담회에 다소 위축된 듯 보였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고 조리 있게 질문에 답을 하는 등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였다.

다소 위축된 모습
금방 안정 ‘베테랑’

자신을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엔 책임감이 따른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병진은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결정적인 동기에 대해 “12년 동안 냉동상태로 지내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방법을 생각했다.

총 네 가지 방법을 생각했는데 첫 번째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피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활동하는 것이었고, 마지막으로 편안하게 생을 끊는 방법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고심 끝에 그는 결국 방송활동을 돌파구로 정했다. 그리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젊은 시절 못지않은 얼굴과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주병진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다졌다. 주변에서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방송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꿈이 다시 생긴 것 같다. 12년의 세월동안 멈춰있었는데,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쉬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주병진은 이번 <주병진 토크콘서트>에서 ‘정통 토크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긴 세월동안 방송환경은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바뀌었다. 주류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십분 살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는 게 주병진의 계획이다.

주병진은 “제 생각에 몇 년 사이에 오락프로그램이 자극적인 쪽으로 치우친 것 같다. 그런 프로그램도 공존이라는 단어 안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 프로그램이 등장해 균형을 맞춰 시청자에게 균형 잡힌 시청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게스트들이 가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병진과 최현정 아나운서는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예정이다.
 
기존 변칙 토크쇼의 틀에서 벗어나 시청자와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주병진은 “기존 연예인 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등 명사들과 일반인 중에서도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분들을 모실 예정이다. 누구든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명사가 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작사가 거는 기대도 대단했다. 사회자와 프로그램의 계약기간은 통상 6개월이지만 주병진은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외주제작사 코엔의 안인배 대표는 “주병진씨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보이셨는데, 제작진은 아니다. 6개월 정도만 지나면 타 방송국 프로그램과 어깨를 나란히 할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주병진의 첫 녹화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주병진은 녹화직전까지 자신을 믿지 못했지만 녹화가 진행될수록 예전 실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주병진씨가 처음엔 녹화에 대해 부담감이 컸는데, 시간이 갈수록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주병진은 지난 1977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1980~90년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주병진의 나이트 쇼> <주병진의 데이트 라인> 등을 통해 ‘국민 MC’로 활약을 펼치며 ‘개그계의 신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또 ‘연예인 사업가 1호’인 주병진은 속옷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을 설립, ‘보디가드’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고 연 매출 1200억대의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예인은 물론 사업가로도 화려한 삶을 살았던 주병진. 그의 인생에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병진은 한 여대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연예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자타공인 방송계의 신사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이었다. 주병진에겐 결코 지울 수 없는 불미스럽고 절망적인 사건이었다.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 
동료들의 도움 ‘큰 힘’

1심 공판에서 주병진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와 관련, 주병진은 “그 때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론은 ‘마녀사냥’식으로 사건을 몰아갔고 숨조차 쉴 수 없는 날들이었다”라고 떠올렸다.
 
누군가 주병진에게 도움이 되려 해도 그 사실만으로 뭇매를 맞던 때였다. 특히 인터넷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며 잔인한 활자들로 집중폭격을 맞았다. 아무리 진실을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때 주병진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코미디언 동료인 이성미, 박미선, 이경실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사방으로 뛰었다.

이에 대해 주병진은 “지속적으로 싸워나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 끝까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 사람들이다.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주병진과 이들은 고소한 여대생의 주변인과 목격자를 만나 하나둘씩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폭행 사건’으로 포장되고 뒤바뀌었는지가 서서히 알려지게 됐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2년여. 2003년 주병진은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게 된 이날, 주병진과 동료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주병진은 “진실이 밝혀져 너무나 기뻤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건으로 인한 손가락질은 지속되고 있었다”면서 참았던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대중의 관심은 사라진 뒤였다. 시작의 충격은 만천하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지리한 시간이 흐르자 흥미를 잃고 만 사건이 돼버렸다. 주병진은 당시 “법정을 나온 순간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다시 긴 싸움이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2007년에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판에선 이겼지만 세상이 여전히 무서웠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며 이 끔찍한 터널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고심 끝에 주병진은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유명인이어서 얻었던 누명, 방송인이어서 쏟아졌던 눈총, 모두 다시 방송으로 씻자는 것이었다.

‘꽃뱀’에게 성폭행 고소당하면서 나락으로
“방송인이라서 받은 눈총, 방송으로 씻는다”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 또 극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건물 인테리어를 고치는 날엔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낯선 사람을 만나면 ‘날 공격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다. 매일 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을 정도다.

운동만이 구원이었다. 매일 땀을 쏟고 숨이 차도록 걸으며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러자 정신이 들었고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은 나이가 먹을수록 불리한 매체인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병진은 다시 서려 했다. 그는 수개월 전 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을 열고 나가고 싶다. 하늘을 바라보고 싶고 세상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주병진은 오랜 칩거를 깨고 방송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런 그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웃음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한편,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방송인 주병진이 복귀를 알린 정통 토크쇼로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계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섭외해 이들의 진정성 있는 삶의 철학을 들려준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됐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300여명의 청중을 초대해 현장에서 함께하는 소통의 토크 콘서트를 만들 계획이다.

무죄 판결 받았지만
차가운 시선 여전

첫 게스트는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로 선정돼 지난 1일 오후 11시에 방송됐다.

박찬호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주병진은 함께 진행하는 최현정 아나운서에게 “네가 말 좀 해!”라고 외쳐 웃음을 전했다. 주병진 특유의 멘트 “여러분의 시선을 모아 모아서 제 자리로 가겠습니다”는 대사도 여전했다.

박찬호에 이은 두 번째 게스트는 배우 차승원이다. 차승원은 이번 녹화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 차승원’의 색다른 모습과 배우로서 살았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평소 작품 활동 외에 얼굴을 자주 비치지 않았던 차승원이 본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소통이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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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