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3대 종교 막전막후

교회·절·성당… 믿을 곳 하나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종교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3대 종교로 불리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종교계서 속세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혼돈의 종교계를 들여다봤다.
 

최근 종교계가 시끄럽다. 어느 한 종교만의 일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종교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신자들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은 사람들은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과 의혹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떠나는 신자를 잡기 위해 개혁을 외치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연이은 사건
말로만 개혁

2016년 12월 통계청은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종교계다. 개신교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불교 인구를 추월하는 등 두드러진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개신교 인구는 967만6000명(19.7%), 불교 761만9000명(15.5%), 천주교 389만명(7.9%) 순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인구주택총조사서 종교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가 불교를 넘어섰다.

종교계는 종교 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새 신자 수가 300만명 가까이 감소한 불교계에서는 조사 방법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신자 수가 늘어난 개신교나 감소한 불교, 천주교 모두 전체적으로는 종교 인구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대 종교의 신자 수 변화와는 상관없이 큰 파이가 줄어든 것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국내서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있다고 답한 수를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한 1985년 이후 최초다.

비자금 의혹에 미투 지목
땅에 떨어진 신뢰 어쩌나

종교 인구의 감소 원인으로는 탈종교화가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종교에 기대는 성향이 줄어들면서 종교 인구가 자연스레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교인에 대한 실망이 종교를 떠나는 방향으로 표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3대 종교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를 넘나들며 각종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종교인이 지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 목사님, 우리 스님, 우리 신부님’ 하면서 믿음을 보냈던 신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는 MBC <PD수첩>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8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보도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교계를 뒤흔든 사안이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의혹이 나오면서 더 시끄러워진 모양새다.

명성교회 재정담당 장로가 자살하면서 윤곽을 드러낸 돈의 사용내역을 자살한 장로와 김삼환 목사만이 알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해외 선교 중 외화를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명성교회서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의 1600억원대에 이른다는 취재 결과도 공개됐다. 신자 수 10만명, 1년에 모이는 헌금 400억원대 대형교회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

세습, 비자금
명성교회 논란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에 출연한 한 교인은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뿐만 아니라 교회 재정도 물려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방송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걸고 해당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명성교회 측은 <PD수첩> 방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해 교회와 교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00억원의 적립 재정 전액이 교회 명의 통장으로 관리돼왔고, 다양한 선교활동과 미래선교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며 비자금이 저축 재정이라고 반박했다.

세습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논란은) 공적 절차를 거친 후임자 청빙을 편파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에서는) 원로목사가 사유화한 재산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사택 외에는 다양한 선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동산”이라며 16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보도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세웠다. 

명성교회 측에서 <PD수첩>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기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 목사가 사기 혐의에 이어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요계에 따르면 원더걸스 멤버 예은과 예은의 아버지인 복음과경제연구소 박○○ 목사는 지난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예은과 부친 박 목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박 목사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개신교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일 만큼 자주 일어났다. 특히 지난 1월 미국발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교계도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반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SNS에 사과글을 올린 일도 있었다.

해당 목사는 사과문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한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일 즉시 두 차례 사과의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습니다마는, 피해자의 심정은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리는 부끄러운 행동은 피해자에게 지난 2년은 물론 평생 생채기로 남게 했다”며 “다시 한 번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 사죄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논란과 의혹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개신교의 신뢰도는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3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에 그쳤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1.2%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서 소통(38.7%), 사회 통합(33.3%) 등 긍정적 평가는 40%를 밑돌았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사용’(26.1%)이 1순위로 꼽혔다. ‘타 종교에 대한 태도’(21.9%), ‘교회 지도자의 삶’(17.2%)이 뒤를 이었다.

집행부 발칵
위기의 조계종

불교도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최근에는 조계종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했지만 개혁을 원하는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숨겨놓은 아내와 딸(은처자) 의혹, 사유재산 은닉 의혹, 학력위조 등 고위직 승려를 둘러싼 논란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설정스님에 대한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나왔다. 설정스님의 상대 후보들과 시민단체는 여러 의혹에 대한 스님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송을 통해 의혹이 전면에 드러났지만 설정스님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끝내 없었다. 불신임 결의안 가결 이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자리서도 설정스님은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설정스님을 둘러싼 의혹은 개혁을 원하는 쪽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쪽으로 불교계를 쪼갰다. 이 같은 상황은 87세 설조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며 폭염 속에서 단식을 진행하면서 가속화됐다. 설조스님은 가마솥더위 속에서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불교개혁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합류했고, 설정스님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졌다.

제36대 총무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원행스님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일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받아 총무원장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선거 과정서 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스님들이 선거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집단 사퇴하면서 원행스님은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원행스님은 원로회의 인준 이후 “종단을 잘 이끌겠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앞에는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조계종 내 비주류에선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가 기존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 기득권 세력에 유리하다며 직선제 전환과 권한 분산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조계종 개혁과 통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무교, 종교 인구 앞질러
탈종교화? 불신만 커져

앞서 조계종 집행부가 발칵 뒤집히기 전 미투 문제도 불거졌다. 해인사 현응스님의 성추행 의혹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불교계에도 미투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여성은 미투 게시판에 현응스님이 술을 마신 뒤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2005년 해인사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을 무렵 현응스님과 드라이브를 했고 이 과정서 스님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술집으로 데려갔다가 모텔로 갔다는 것. 현응스님은 이 같은 의혹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사실로 밝혀지면 승복을 벗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주교는 3대 종교 중 신자 수가 가장 적지만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여론조사서 천주교는 32.9%를 받아 가장 신뢰받는 종교로 뽑혔다. 불교(22.1%)와 개신교(18.9%) 순이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에 조사한 자료서도 천주교는 39.8%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불교는 32.8%, 개신교는 10.2%에 그쳤다.
 

하지만 종교계 미투 바람에 천주교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 천주교 여성 신도는 현직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해당 신부가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함에 따라 중징계를 결정하고 정직 처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해당 신부는 단체서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구서도 한 신부가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구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신부는 “사과하고 싶다”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교회공동체 여러분들이 겪었을 황망함과 배신감에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결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신부의 성폭행 시도에 공개 사과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행정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8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특정 종교가 아닌 종교기관으로 뭉뚱그려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9%였다. 전년도 조사에 비해 4.2%p 떨어진 수치다. 최근 5년간 추이와 비교해도 완연한 하락세다.

종교계 미투
천주교 타격

연령대별로는 20대서 33.6%로 최저였다. 30대는 39%, 40대는 42.8%, 50대는 44.4%, 60대는 44.7%로 젊을수록 종교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주요 기관별 신뢰도를 비교해도, 종교기관은 의료기관(58%), 금융기관(52%), 군대(43%)에 이어 10위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이후 종교계서 미투 운동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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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