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3대 종교 막전막후

교회·절·성당… 믿을 곳 하나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종교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국내 3대 종교로 불리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종교계서 속세보다 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혼돈의 종교계를 들여다봤다.
 

최근 종교계가 시끄럽다. 어느 한 종교만의 일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종교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신자들에게 돌아온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은 사람들은 안팎에서 불거지는 논란과 의혹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떠나는 신자를 잡기 위해 개혁을 외치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연이은 사건
말로만 개혁

2016년 12월 통계청은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종교계다. 개신교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불교 인구를 추월하는 등 두드러진 변화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 개신교 인구는 967만6000명(19.7%), 불교 761만9000명(15.5%), 천주교 389만명(7.9%) 순으로 나타났다. 1985년 인구주택총조사서 종교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가 불교를 넘어섰다.

종교계는 종교 인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0년 새 신자 수가 300만명 가까이 감소한 불교계에서는 조사 방법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신자 수가 늘어난 개신교나 감소한 불교, 천주교 모두 전체적으로는 종교 인구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3대 종교의 신자 수 변화와는 상관없이 큰 파이가 줄어든 것이다.


2015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국내서 종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있다고 답한 수를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한 1985년 이후 최초다.

비자금 의혹에 미투 지목
땅에 떨어진 신뢰 어쩌나

종교 인구의 감소 원인으로는 탈종교화가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종교에 기대는 성향이 줄어들면서 종교 인구가 자연스레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교인에 대한 실망이 종교를 떠나는 방향으로 표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3대 종교계는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를 넘나들며 각종 논란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종교인이 지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우리 목사님, 우리 스님, 우리 신부님’ 하면서 믿음을 보냈던 신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개신교는 MBC <PD수첩>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80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보도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교계를 뒤흔든 사안이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 의혹이 나오면서 더 시끄러워진 모양새다.

명성교회 재정담당 장로가 자살하면서 윤곽을 드러낸 돈의 사용내역을 자살한 장로와 김삼환 목사만이 알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해외 선교 중 외화를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명성교회서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의 1600억원대에 이른다는 취재 결과도 공개됐다. 신자 수 10만명, 1년에 모이는 헌금 400억원대 대형교회의 민낯이 낱낱이 공개된 순간이었다.

세습, 비자금
명성교회 논란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준 것도 이 같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에 출연한 한 교인은 김삼환 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뿐만 아니라 교회 재정도 물려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성교회는 방송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걸고 해당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명성교회 측은 <PD수첩> 방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해 교회와 교인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00억원의 적립 재정 전액이 교회 명의 통장으로 관리돼왔고, 다양한 선교활동과 미래선교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방침”이라며 비자금이 저축 재정이라고 반박했다.

세습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논란은) 공적 절차를 거친 후임자 청빙을 편파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방송에서는) 원로목사가 사유화한 재산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사택 외에는 다양한 선교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부동산”이라며 16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보도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세웠다. 

명성교회 측에서 <PD수첩>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인기아이돌 그룹 멤버의 아버지로 알려진 한 목사가 사기 혐의에 이어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요계에 따르면 원더걸스 멤버 예은과 예은의 아버지인 복음과경제연구소 박○○ 목사는 지난 3월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예은과 부친 박 목사의 사기 혐의에 대해, 박 목사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개신교 목사의 성추행 논란은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일 만큼 자주 일어났다. 특히 지난 1월 미국발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교계도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에는 반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SNS에 사과글을 올린 일도 있었다.

해당 목사는 사과문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한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일 즉시 두 차례 사과의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습니다마는, 피해자의 심정은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리는 부끄러운 행동은 피해자에게 지난 2년은 물론 평생 생채기로 남게 했다”며 “다시 한 번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 사죄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논란과 의혹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개신교의 신뢰도는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3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에 그쳤다.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51.2%에 달했다.
 

지난해 1월20∼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서 소통(38.7%), 사회 통합(33.3%) 등 긍정적 평가는 40%를 밑돌았다. 한국교회가 신뢰받기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사용’(26.1%)이 1순위로 꼽혔다. ‘타 종교에 대한 태도’(21.9%), ‘교회 지도자의 삶’(17.2%)이 뒤를 이었다.

집행부 발칵
위기의 조계종

불교도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다. 최근에는 조계종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했지만 개혁을 원하는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숨겨놓은 아내와 딸(은처자) 의혹, 사유재산 은닉 의혹, 학력위조 등 고위직 승려를 둘러싼 논란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설정스님에 대한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나왔다. 설정스님의 상대 후보들과 시민단체는 여러 의혹에 대한 스님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에 선출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송을 통해 의혹이 전면에 드러났지만 설정스님의 명확한 입장 발표는 끝내 없었다. 불신임 결의안 가결 이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는 자리서도 설정스님은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설정스님을 둘러싼 의혹은 개혁을 원하는 쪽과 현상 유지를 원하는 쪽으로 불교계를 쪼갰다. 이 같은 상황은 87세 설조스님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며 폭염 속에서 단식을 진행하면서 가속화됐다. 설조스님은 가마솥더위 속에서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불교개혁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합류했고, 설정스님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졌다.

제36대 총무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원행스님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일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받아 총무원장으로 확정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선거 과정서 후보로 함께 출마했던 스님들이 선거 방식 등을 문제 삼아 집단 사퇴하면서 원행스님은 단독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원행스님은 원로회의 인준 이후 “종단을 잘 이끌겠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앞에는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조계종 내 비주류에선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가 기존 집행부와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 기득권 세력에 유리하다며 직선제 전환과 권한 분산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조계종 개혁과 통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무교, 종교 인구 앞질러
탈종교화? 불신만 커져

앞서 조계종 집행부가 발칵 뒤집히기 전 미투 문제도 불거졌다. 해인사 현응스님의 성추행 의혹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면서 불교계에도 미투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여성은 미투 게시판에 현응스님이 술을 마신 뒤 자신을 모텔로 데려가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2005년 해인사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을 무렵 현응스님과 드라이브를 했고 이 과정서 스님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술집으로 데려갔다가 모텔로 갔다는 것. 현응스님은 이 같은 의혹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사실로 밝혀지면 승복을 벗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주교는 3대 종교 중 신자 수가 가장 적지만 가장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여론조사서 천주교는 32.9%를 받아 가장 신뢰받는 종교로 뽑혔다. 불교(22.1%)와 개신교(18.9%) 순이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5년에 조사한 자료서도 천주교는 39.8%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불교는 32.8%, 개신교는 10.2%에 그쳤다.
 

하지만 종교계 미투 바람에 천주교는 많은 타격을 입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 천주교 여성 신도는 현직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해당 신부가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함에 따라 중징계를 결정하고 정직 처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해당 신부는 단체서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구서도 한 신부가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구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신부는 “사과하고 싶다”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교회공동체 여러분들이 겪었을 황망함과 배신감에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결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신부의 성폭행 시도에 공개 사과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기자회견서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행정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 ‘2017년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 결과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8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특정 종교가 아닌 종교기관으로 뭉뚱그려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9%였다. 전년도 조사에 비해 4.2%p 떨어진 수치다. 최근 5년간 추이와 비교해도 완연한 하락세다.

종교계 미투
천주교 타격

연령대별로는 20대서 33.6%로 최저였다. 30대는 39%, 40대는 42.8%, 50대는 44.4%, 60대는 44.7%로 젊을수록 종교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주요 기관별 신뢰도를 비교해도, 종교기관은 의료기관(58%), 금융기관(52%), 군대(43%)에 이어 10위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이후 종교계서 미투 운동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