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무슨 일이…

성희롱 사주에 가려진 부천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부천시는 일찍부터 ‘만화 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부천은 만화 영역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 중심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다. 진흥원은 만화계와 부천시가 만화 발전을 위해 협치하는 무대. 최근 진흥원이 안팎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은 한국만화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국제경쟁력을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로 시작, 200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가 2006년 재단법인화됐다가 2009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주무부서는 부천시 만화애니과로, 진흥원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연이은 문제
진흥원 시끌

최근 진흥원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 전 원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8월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지난 8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역대급 성공’이라는 호평을 받고 폐막한 직후였다. 

언론서 안 전 원장과 진흥원 간부 김○○ 본부장에 대한 여러 의혹을 보도했다. 앞서 7월에는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천시는 진흥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겉으로 보기엔 진흥원의 내홍에 부천시가 감사를 통해 개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흥원 내부 사정에 밝은 만화계 관계자 역시 언론이나 감사 등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깊은 속사정이 있다고 했다.


안 전 원장은 진흥원 사임 이후 쏟아진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키다 지난달 20일 처음 언론을 상대로 속내를 밝혔다. 안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상태였다. 

그는 “진흥원 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지만 근거 없는 소문과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돼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 9개월 만에 사임 왜?
문서유출·성희롱 사주 터져

이 과정서 만화계는 물론 진흥원과 부천시를 발칵 뒤집어놓은 ‘성희롱 사주’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녹취파일에는 최○○ 전 부천시 만화애니과 과장이 김 본부장에게 ‘안 전 원장이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면 그 내용을 녹취해 오라’고 사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최 전 과장은 진흥원 노조와 관련 협회·단체서 파면을 요구했지만 현재 약대동장으로 전보조치된 상황이다. 

안 전 원장은 최 전 과장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미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안 전 원장은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듯했던 사태는 최 전 과장의 사과로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안 전 원장에 따르면 최 전 과장은 지난달 27일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안 전 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담은 공식사과문을 전달했다. 또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관련해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전 과장은 성희롱 녹취 사주 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서 “안 전 원장이 성추행을 저지른다는 제보가 많아 녹취를 사주했다”는 뉘앙스로 발언한 바 있다.

성희롱 사주?
전 원장 고소

문제는 일련의 사태를 단순히 시 관계자 개인의 일탈로 보고 사과문으로 덮기엔 본질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안 전 원장과 김 본부장을 쫓아내기 위해 일어났다고 보진 않는다”며 “넓게 보면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장악하고 나아가 없애기 위한 시도의 첫 단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 조사, 징계위원회 등에서 마무리된 사건이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건은 징계위원회서 징계 논의 자체가 기각된 사안이지만 최근까지도 언론 보도가 계속됐다. 앞서 김 본부장이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서 특정 교수에게 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을 맡겼고, 그 연구용역 결과를 멋대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투서가 국민권익위로 들어갔다.

조사를 진행한 부천시 감사실은 김 본부장이 ‘부작위 의무’를 위반했다며 진흥원에 경징계를 권고했다. 김 본부장이 진흥원 예산으로 진행된 연구용역 결과를 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용한 것이 부작위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당시 연구용역 결과를 2차 분석해 논문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메타데이터의 일부를 가지고 수도권 지역에 있는 작가들의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때문에 메타데이터 결과와 논문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원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을 뿐 출처 표기도 전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흥원 간부의 논문 사건으로 시끄럽던 사이 진흥원 내부의 또 다른 사건은 형사고발 조치까지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히 묻혔다.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된 사건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다른 사안보다 더욱 심각한 사건이지만 경찰 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서유출 사건이 지금 상황의 ‘스모킹 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최○○ 차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김 본부장에게 특정 문서를 보냈다.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과 관련한 징계위원회 개최 건의에 필요한 문서였다. 해당 문서에는 김 본부장과 관련 인물들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최 차장은 해당 문서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다 김 본부장에게 잘못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은 진흥원 이사회가 있던 날로, 이사회에 참석했던 진흥원 관계자들은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최 차장이 보낸 문서를 받은 김 본부장은 그 자리서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최 차장은 호기심에 문서를 다운로드 받았고 개인 비밀번호를 쳤더니 문서가 열려 김 본부장에게 보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화축제 성공 직후 감사
원장 표적으로 감사 진행?

진흥원은 규정에 따라 최 차장을 형사고발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진흥원서 최 차장의 동의하에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보안문서는 기안자와 결재자가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또 문서를 열어보거나 다운로드 받으면 반드시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최 차장의 컴퓨터에는 문제의 보안문서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최 차장의 휴대폰서 김 본부장의 휴대폰으로 문서가 옮겨간 흔적만 있을 뿐 컴퓨터에는 해당 문서와 관련한 아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검찰의 지시로 해당 사건에 대해 재수사 중이다.

만화계 관계자는 “이 건(문서유출)을 덮기 위해 안 전 원장에 대한 음해성 소문, 이미 경징계로 결론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을 끌고 왔다는 말이 진흥원 내부에 파다하다”며 “하지만 부천시 특별감사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최 전 과장의 성희롱 녹취 사주 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안문서 유출
“보고하려 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문서유출 사건이 터지고 이상하게 보안문서 유출 행위 자체보다 문서 내용, 진흥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며 “최 차장이 보안문서를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등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서유출 건은 부천시가 진흥원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다 실수가 나온 경우로 보인다”며 “이 같은 개입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6년 만화애니과가 신설된 이후 사사건건 진흥원과 대립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만화팀서 진흥원을 지도·감독했다. 진흥원은 운영 방식이 여타 출연기관과는 달리 독특한 구조를 띤다. 

이사장을 비롯, 이사회의 절반이 만화가로 구성돼있다. 이 때문에 특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만화가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천시에서 진흥원을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부천시의 개입 시도가 없던 건 아니라는 게 진흥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부천시 특별감사만 해도 부천시의 진흥원 장악 시도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부천시가 진흥원 특별감사에 나선 날짜는 지난 8월22일로, 만화축제 폐막 3일 후였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된 특별감사였다.

특별감사에 들어가기까지 절차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특별감사실시계획서의 발신자는 진흥원 감사에서 부천시장으로 한 차례 바뀌었고, 결국 바뀐 계획서에 따라 감사가 시작됐다. 

부천시는 문서유출 등으로 뒤숭숭한 진흥원 내부 기강 확립 차원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부천시의 해명과는 달리 석연치 않은 착수 절차와 시기 등의 문제로 이번 특별감사가 안 전 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원장은 “취임 직후 인사발령 과정서 김 본부장을 그 자리에 앉히고부터 부천시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며 “시의원, 시 관계자 등에게 인사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 전 원장이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안 전 원장은 원장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지난달 27일 기준)에 있다. 

부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며 “감사가 언제 끝날 지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부천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조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감사에 더 지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원장의 사임 직후 특별감사 진행 기간 중에 부천시 문화국 김○○ 국장과 최 전 과장이 김동화 이사장을 찾아가 진흥원 예산을 만화애니과서 직접 다루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국가기관화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시가 진흥원 운영이 부담이 돼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하지만 최 전 과장이 나를 찾아와 예산 문제를 말했을 땐 ‘욕심을 부리는 구나’라고 생각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만화가 얼마나 어렵게 이만큼까지 성장했는데, 일개 과장의 행동으로 만화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며 “분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5월에는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달 13일에는 역시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부천시서 제출한 조례개정안이 상정됐다.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 처리했다.

개정안에는 “시장은 필요한 경우 진흥원의 경영상황이나 관련 업무를 보고하게 할 수 있으며, 진흥원은 법령이나 조례에 명시된 사항에 대해 사전에 주무부서와 문서 또는 구두로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 관계자는 “앞서 오○○ 원장 시절에도 정관을 바꿔 진흥원의 법적 대표 지위를 이사장서 원장으로 교체하려는 안건이 이사회에 올라오기도 했다”며 “만화계가 중심을 지키고 있는 현행 진흥원 구조를 깨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시의 장악 시도?
“꾸준히 있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도·감독의 미명하에 지자체서 독립된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통제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제2의 진흥원 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이 법에서 정한 정당한 자율권을 보장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공공기관 자율권 침해는 블랙리스트 탄압보다 더 엄중한 사안”이라며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은 자율성이 근본이 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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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