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무슨 일이…

성희롱 사주에 가려진 부천시 속내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부천시는 일찍부터 ‘만화 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부천은 만화 영역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 중심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다. 진흥원은 만화계와 부천시가 만화 발전을 위해 협치하는 무대. 최근 진흥원이 안팎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은 한국만화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국제경쟁력을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로 시작, 2001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가 2006년 재단법인화됐다가 2009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주무부서는 부천시 만화애니과로, 진흥원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다.

연이은 문제
진흥원 시끌

최근 진흥원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 전 원장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8월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지난 8월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역대급 성공’이라는 호평을 받고 폐막한 직후였다. 

언론서 안 전 원장과 진흥원 간부 김○○ 본부장에 대한 여러 의혹을 보도했다. 앞서 7월에는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천시는 진흥원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겉으로 보기엔 진흥원의 내홍에 부천시가 감사를 통해 개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흥원 내부 사정에 밝은 만화계 관계자 역시 언론이나 감사 등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깊은 속사정이 있다고 했다.


안 전 원장은 진흥원 사임 이후 쏟아진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키다 지난달 20일 처음 언론을 상대로 속내를 밝혔다. 안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상태였다. 

그는 “진흥원 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지만 근거 없는 소문과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돼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원장 9개월 만에 사임 왜?
문서유출·성희롱 사주 터져

이 과정서 만화계는 물론 진흥원과 부천시를 발칵 뒤집어놓은 ‘성희롱 사주’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녹취파일에는 최○○ 전 부천시 만화애니과 과장이 김 본부장에게 ‘안 전 원장이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면 그 내용을 녹취해 오라’고 사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최 전 과장은 진흥원 노조와 관련 협회·단체서 파면을 요구했지만 현재 약대동장으로 전보조치된 상황이다. 

안 전 원장은 최 전 과장을 통신비밀보호법위반 미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안 전 원장은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듯했던 사태는 최 전 과장의 사과로 봉합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안 전 원장에 따르면 최 전 과장은 지난달 27일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안 전 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담은 공식사과문을 전달했다. 또 성희롱 녹취 사주 건과 관련해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서 나온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 전 과장은 성희롱 녹취 사주 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서 “안 전 원장이 성추행을 저지른다는 제보가 많아 녹취를 사주했다”는 뉘앙스로 발언한 바 있다.

성희롱 사주?
전 원장 고소

문제는 일련의 사태를 단순히 시 관계자 개인의 일탈로 보고 사과문으로 덮기엔 본질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안 전 원장과 김 본부장을 쫓아내기 위해 일어났다고 보진 않는다”며 “넓게 보면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장악하고 나아가 없애기 위한 시도의 첫 단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 조사, 징계위원회 등에서 마무리된 사건이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건은 징계위원회서 징계 논의 자체가 기각된 사안이지만 최근까지도 언론 보도가 계속됐다. 앞서 김 본부장이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서 특정 교수에게 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을 맡겼고, 그 연구용역 결과를 멋대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투서가 국민권익위로 들어갔다.

조사를 진행한 부천시 감사실은 김 본부장이 ‘부작위 의무’를 위반했다며 진흥원에 경징계를 권고했다. 김 본부장이 진흥원 예산으로 진행된 연구용역 결과를 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사용한 것이 부작위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당시 연구용역 결과를 2차 분석해 논문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메타데이터의 일부를 가지고 수도권 지역에 있는 작가들의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때문에 메타데이터 결과와 논문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원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을 뿐 출처 표기도 전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흥원 간부의 논문 사건으로 시끄럽던 사이 진흥원 내부의 또 다른 사건은 형사고발 조치까지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히 묻혔다. 진흥원 내부 보안문서가 유출된 사건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다른 사안보다 더욱 심각한 사건이지만 경찰 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서유출 사건이 지금 상황의 ‘스모킹 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최○○ 차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김 본부장에게 특정 문서를 보냈다.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과 관련한 징계위원회 개최 건의에 필요한 문서였다. 해당 문서에는 김 본부장과 관련 인물들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최 차장은 해당 문서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다 김 본부장에게 잘못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은 진흥원 이사회가 있던 날로, 이사회에 참석했던 진흥원 관계자들은 저녁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최 차장이 보낸 문서를 받은 김 본부장은 그 자리서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최 차장은 호기심에 문서를 다운로드 받았고 개인 비밀번호를 쳤더니 문서가 열려 김 본부장에게 보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화축제 성공 직후 감사
원장 표적으로 감사 진행?

진흥원은 규정에 따라 최 차장을 형사고발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진흥원서 최 차장의 동의하에 컴퓨터를 압수수색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보안문서는 기안자와 결재자가 비밀번호를 넣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또 문서를 열어보거나 다운로드 받으면 반드시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최 차장의 컴퓨터에는 문제의 보안문서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최 차장의 휴대폰서 김 본부장의 휴대폰으로 문서가 옮겨간 흔적만 있을 뿐 컴퓨터에는 해당 문서와 관련한 아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검찰의 지시로 해당 사건에 대해 재수사 중이다.

만화계 관계자는 “이 건(문서유출)을 덮기 위해 안 전 원장에 대한 음해성 소문, 이미 경징계로 결론난 김 본부장의 논문 비위 의혹 등 수많은 논란을 끌고 왔다는 말이 진흥원 내부에 파다하다”며 “하지만 부천시 특별감사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최 전 과장의 성희롱 녹취 사주 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안문서 유출
“보고하려 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문서유출 사건이 터지고 이상하게 보안문서 유출 행위 자체보다 문서 내용, 진흥원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며 “최 차장이 보안문서를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등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서유출 건은 부천시가 진흥원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려다 실수가 나온 경우로 보인다”며 “이 같은 개입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6년 만화애니과가 신설된 이후 사사건건 진흥원과 대립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만화팀서 진흥원을 지도·감독했다. 진흥원은 운영 방식이 여타 출연기관과는 달리 독특한 구조를 띤다. 

이사장을 비롯, 이사회의 절반이 만화가로 구성돼있다. 이 때문에 특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만화가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천시에서 진흥원을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부천시의 개입 시도가 없던 건 아니라는 게 진흥원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부천시 특별감사만 해도 부천시의 진흥원 장악 시도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부천시가 진흥원 특별감사에 나선 날짜는 지난 8월22일로, 만화축제 폐막 3일 후였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된 특별감사였다.

특별감사에 들어가기까지 절차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특별감사실시계획서의 발신자는 진흥원 감사에서 부천시장으로 한 차례 바뀌었고, 결국 바뀐 계획서에 따라 감사가 시작됐다. 

부천시는 문서유출 등으로 뒤숭숭한 진흥원 내부 기강 확립 차원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부천시의 해명과는 달리 석연치 않은 착수 절차와 시기 등의 문제로 이번 특별감사가 안 전 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원장은 “취임 직후 인사발령 과정서 김 본부장을 그 자리에 앉히고부터 부천시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며 “시의원, 시 관계자 등에게 인사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 전 원장이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안 전 원장은 원장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지난달 27일 기준)에 있다. 

부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며 “감사가 언제 끝날 지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부천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조직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는 감사에 더 지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 원장의 사임 직후 특별감사 진행 기간 중에 부천시 문화국 김○○ 국장과 최 전 과장이 김동화 이사장을 찾아가 진흥원 예산을 만화애니과서 직접 다루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만화애니과서 진흥원을 국가기관화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시가 진흥원 운영이 부담이 돼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하지만 최 전 과장이 나를 찾아와 예산 문제를 말했을 땐 ‘욕심을 부리는 구나’라고 생각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만화가 얼마나 어렵게 이만큼까지 성장했는데, 일개 과장의 행동으로 만화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다”며 “분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5월에는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달 13일에는 역시 진흥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부천시서 제출한 조례개정안이 상정됐다.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부결 처리했다.

개정안에는 “시장은 필요한 경우 진흥원의 경영상황이나 관련 업무를 보고하게 할 수 있으며, 진흥원은 법령이나 조례에 명시된 사항에 대해 사전에 주무부서와 문서 또는 구두로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진흥원 관계자는 “앞서 오○○ 원장 시절에도 정관을 바꿔 진흥원의 법적 대표 지위를 이사장서 원장으로 교체하려는 안건이 이사회에 올라오기도 했다”며 “만화계가 중심을 지키고 있는 현행 진흥원 구조를 깨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시의 장악 시도?
“꾸준히 있었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도·감독의 미명하에 지자체서 독립된 공공기관을 지나치게 통제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제2의 진흥원 사태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이 법에서 정한 정당한 자율권을 보장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문화예술분야의 공공기관 자율권 침해는 블랙리스트 탄압보다 더 엄중한 사안”이라며 “문화예술분야의 창의성은 자율성이 근본이 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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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