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부른’ 짜증범죄 백태

불쾌지수 상승에 ‘욱’ 분노도 폭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햇볕이 피부를 태울 기세로 내리쬔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요란이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시민들은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오르는 기온만큼 불쾌지수도 높아진다. 짜증이 치솟는다.
 

장마가 오는가 싶더니 금세 물러갔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난 11일로 끝났다. 장마 기간은 제주도 21일, 남부지방 14일, 중부지방 16일로 평년(32일)보다 줄었다. 장마가 6∼7일만 진행된 1973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짧은 기록이다. 평균 강수량(283.0㎜)도 평년(356.1㎜)보다 적었다.

장마 가고
더위 왔다

짧은 장마가 물러가자 긴 폭염이 찾아왔다. 전국은 34∼35도를 웃도는 기온에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프리카’ 대구는 기온이 36∼37도를 상회하는 등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엔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나뉜다. 폭염주의보는 6∼9월 사이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올해 첫 폭염경보는 지난달 24일 대구와 경북 영천·경주·경산서 발효됐다. 

서울은 지난 16일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이번 더위에 대해 “최근 유라시아 대륙이 평년에 비해 매우 강하게 가열되면서 대기 상층의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됐다”며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가운데 기압배치가 유지되면서 낮에는 무더위,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기 중하층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됐고, 대기 상층으로 고온의 공기도 지속적으로 유입 중이라는 설명이다. 또 맑은 날씨로 인한 강한 일사 효과까지 더해졌다.

이어 기상청은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고기압이 동서방향으로 강화되면서 극지방에 머물고 있는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해 북반구 중위도에 전반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열돔 현상이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
폭염 시작 전국 ‘가마솥'

열돔 현상은 미국과 아시아 등 중위도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생기면 예년보다 5∼10도 이상 기온이 높은 날이 며칠 동안 계속된다. 열돔 현상으로 인한 이번 더위는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더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온열환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벌써 4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온열환자는 551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12일과 15일에 사망한 두 명은 각각 86세, 84세 노인들이었다. 각각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에 살고 있던 이들 두 할머니는 밭과 집 주변에서 활동하다 숨졌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5년간(2013∼2017) 발생한 온열질환자 6500명 가운데 40%가 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 논밭과 작업장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번 더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번 더위가 대폭염으로 회자되는 1994년 여름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온열환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에는 폭염 지속 일수가 전국 평균 31.1일에 달했다. 말 그대로 한 달 내내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시달렸다.

온열환자↑
4명 사망

당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전국 평균 17.7일을 기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름 넘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지속된 것이다. 특히 경남 창원 지역은 열대야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그해 7월 서울 최고기온은 38.4도까지 치솟았고, 경남 밀양은 39.4도를 기록했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더위는 짜증을 동반하고 있다. 19일 오전 기준 전국의 불쾌지수는 80이상을 기록했다. ‘매우 높음’ 단계다. 불쾌지수는 날씨에 따라서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이용해 나타내는 수치다. 

불쾌지수가 70∼75인 경우에는 10명 중 1명꼴로, 75∼80인 경우에는 5명꼴로, 80이상인 경우에는 9명 정도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본다.

경기도 하남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고 털어놨다. 사람이 너무 많아 에어컨 냉기도 느낄 수 없는 상황서 밀치고 밀리는 동안 얼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화가 올라온다고도 했다. 

A씨는 “아침 출근길에 보면 다들 얼굴에 짜증이 가득하다. 살끼리 맞닿기라도 하면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는 모습을 많이 본다. 사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날씨와 시간 그리고 가정폭력’ 연구를 보면 폭행의 경우 기온의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예시로 들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 뉴어키시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상황적 요인들 중 기온이 폭행 발생률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1979)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서도 일별 폭행 발생건수는 불쾌지수가 높아질수록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1983)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날씨 및 요일특성과 범죄발생의 관계의 분석’ 연구에는 살인, 폭력, 강간 등 폭력범죄는 최저기온이 높을수록 발생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과도한 열이 감정을 자극하고 격한 심리적 상태를 유발해 개인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들어 범죄로 연결된다”며 “미국의 뜨거운 남부지역서 더 높은 살인율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소한 시비
사건으로 번져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도 “미국은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갈 때마다 폭력범죄 발생 가능성이 2∼4% 높아진다”고 밝혔다. 더위와 범죄 발생의 상관관계는 검찰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23만 4754건의 폭력범죄 중 27%인 6만4230건이 여름철인 6∼8월 사이에 일어났다.

또 대검찰청 ‘2015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2014년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는 6월 3301건, 7월 3730건, 8월 346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7월은 연중 최고치였다. 이 기간 흉악범죄 발생 건수는 평균 3558건으로 겨울철(12∼2월) 평균 2029건보다 1500여건 더 많았다. 이 같은 행태는 해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여름철이면 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자기조절 능력이 상실되면서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가 발생해 이른바 ‘짜증범죄, 분노범죄’가 증가한다. 1994년에 이어 ‘역대급’ 더위로 손꼽히는 2016년에도 잦은 짜증범죄가 발생했다.


집 앞에 텃밭을 일궈놓고 상추를 심는 것을 보고 언성을 높이다 급기야 둔기로 마구 때리고 피해자의 노모를 두들겨 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2016년 7월 당시 폭염이 한창이던 여름철에 일어났다.

여름철 폭력사건 늘어
112민원 신고도 급증

2016년 8월에는 시민과 경찰관을 갑자기 때린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광주의 한 횡단보도에서 난데없이 20대 여성에게 침을 뱉고 뺨을 때렸다. 이를 보고 제지하는 교통경찰에게도 폭행을 휘둘렀다. 해당 남성은 “더워서 짜증이 났다”고 범행 이유를 진술했다.

더운 날씨 술집 외부에서 술을 먹다 쳐다봤다는 이유로 시작되는 다툼도 있다. ‘뭘 봐’ 한 마디에 시비가 붙어 서로 주먹이 오가는 폭행 사건이 여름철이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한 클럽서 손님 14명이 다친 사건 역시 시작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였다. 폭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은 만취 상태서 술집에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다. 그는 깨진 소주병을 마구 휘둘러 주변 사람을 다치게 했다.

평소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20대 남성이 기분 나쁘게 째려본다며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다. 

이 남성은 “앞 동에 사는 피해자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 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째려보는 등 건방지게 굴어 앙심을 품고 있었다”며 “이날도 담배를 피우면서 나를 째려봐 홧김에 그랬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여름철이 되면 파출소 112신고도 급증한다. 사람들이 더위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작은 일에도 민원을 넣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 같으면 원만하게 지나갈 일도 짜증 때문에 싸움이 붙으면 경찰로서는 난감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7월 112 신고건수는 181만6000여건에 달했다. 봄철인 5월 167만2000여건, 6월 169만여건보다 10만 건이상 늘어났다. 하루 평균 신고 건수 역시 5월 5만3000여건서 7월에는 5만8000여건으로 증가했다.

가벼운 운동
오히려 도움

전문가들은 짜증범죄, 분노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폭염에 치솟은 불쾌지수를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햇볕이 너무 뜨거울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냥 실외활동을 피하고 활동량과 운동량을 줄이는 것은 기분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염 시간대를 피해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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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