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고 ‘서울대통령’ 노리는 천정배 전 민주당 최고위원

정치생명 건 大도박 “뭔가 보여 주겠다”

[대담=이주현 기자]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하고 무산되자 다음날 바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이전이라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발 빠른 행보였다. 4선을 쌓는 동안 지역구가 경기 안산시 단원갑인 천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 “나는 그동안 전체 국가의 비전과 경영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했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을 내걸고 대권 출마를 준비해온 그가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천 전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명쾌한 해답을 들어보았다.

“야권의 수권능력 보여주고, 통합 이끌어 내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해 출마 결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전 최고위원은 “이번 인터뷰가 의원실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라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 의원회관을 비우고 직함 앞에 ‘전’자를 달게 된 소회를 나타낸 듯 보였다.

천 전 최고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이번 출마에 대한 각오와 굳은 결심을 스스로 다졌다”며 “이제 수도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만나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며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스타트가 너무 빨라 우사인 볼트가 실격하자 너무 빠른 출마 선언에 빗댄 ‘천사인 볼트’라는 별명도 제기 됐지만 볼트가 대회 마지막 날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2관왕을 달성했듯이 그의 마지막 피날레도 기대감을 가져 봄직해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함께 잘사는
 서울 만들 것”


- 갑작스런 출마 배경은 무엇인지?
▲ 민주개혁진보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신과 5공 세력의 후예인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차별과 불안에 허덕이며 희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미니대선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 있는 전초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는 세력이 총선,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야권의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또 통합을 이끌어 내서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각오는 어떠한가?
▲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민의 열망에 부응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나 자신의 삶과 정치인생, 비전, 철학을 서울시민께 최대한 알리겠다. 또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운동, 시민과 소통하는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벌일 것이다. 서울시민들께서 ‘천정배’라는 인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 지향하는 서울의 모습은?
▲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떤 외국인이  “서울은 재밌는 지옥이고 유럽 도시는 재미없는 천국이다”라고 평가하더라. 나는 서울을 재밌는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 차별과 불안이 없고 정의와 복지가 저 한강물처럼 흐르도록 할 것이다.

- 의원직과 지역구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 정치인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나는 2009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했을 때 의원직을 사퇴한 적이 있다. 미디어법은 국민의 미디어 주권, 미디어 공공성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특권과 반복지의 시대로 후퇴할 것인지,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것인지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복지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실천하는 정치, 이것이 나를 선택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역주민들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인사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계신다.

- 당 내에서 너무나 많은 후보군들이 난립(?)하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너도나도’식 후보 선언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 많은 후보들이 나와서 공정한 경쟁을 할 때 훌륭한 경선이 된다고 본다. 훌륭한 경선이 있어야 훌륭한 후보를 낼 수 있고,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되기도 하고 서울시민들도 좋은 시장을 뽑게 된다. 훌륭한 후보를 뽑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일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당의 전통이다. 교통정리는 지도부 일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원과 국민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이 많다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 다른 후보들보다 서울시장으로서 ‘적임자다’라고 주장할 부분이 있다면?
▲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의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토건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세상,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나는 16년 동안이나 서울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중앙정치를 했고, 사실상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생활했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사람서울’, ‘복지서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가 그동안 준비해온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과 똑같다. 그동안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다. 서울을 대한민국을 살림하듯이 하겠다. 나는 민주 개혁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회정치를 통해 나라살림살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으로 국정경험도 쌓았다. 정치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법무장관을 지낸 국정경험과 16년간 중앙정치를 해온 제 정치력과 경륜에 서울시민의 열망이 더해진다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오세훈 정책’과 차별화 방안은?
▲ 오세훈 시정은 이명박 정부의 서울시 복사판이다. 토건 행정, 전시성 행정, 예산낭비성 행정으로 가득 찼다. 이런 것들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민과 소외된 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서울시민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서울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최고의 성장 동력이다. 이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최선의 정의다.


- 서울시 부채가 상당한데 해결 방안은?
▲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부채가 상당히 늘었다. 현재 25조5000억의 부채가 있고 이중 오 전 시장 재임 시 14조가 늘었다. 1년 이자가 1조원 정도 낭비되고 있다. 난제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약 20조다. 현재 구조에서는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는 힘들다 본다. 근본적으로 서울시 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복안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구체화 한 다음 밝히겠다.

“서울시 재정건전성
 확보할 복안 있다”

- 시청광장 개장 의견을 밝혔는데.
▲ 나 천정배가 당선된다면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 서울시민들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오 전 시장 재임당시 시청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공권력에 갇혀 규제당하고 간섭받고 진압받는 광장이었다. 마음 편히 쉬고 즐기고 맘껏 주장하는 광장으로 개방하도록 하겠다.

- 손학규 대표와 의원직 사퇴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손 대표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로서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목적달성을 이유로 민주주의를 생략하면 목적도 이루지 못한다. 그 목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민주주의는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벌써 2주가 넘게 우물쭈물하고 있지 않는가?

- 손학규 대표의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은 ‘꼼수’라고 비난했는데?
▲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환영 성명도 냈다. 이때 나는 손 대표의 발언을 ‘반드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고, 이 후보로 야권통합에 나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바로 일부에서 민주당의 주자를 3~4명으로 축약한 다음 다른 당 등의 주자와 통합경선을 하자고 하는 말들이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투표 결과를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으로서 어떠한 합리성도 공정성도 개혁성도 찾아볼 수 없는 꼼수이며 편법이다.

- 최근 외부인사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 당 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외부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었다.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한다면 환영한다. 내가 국회의원직과 당직을 모두 사퇴한다고 한 것도, 외부에서 오시는 분이든, 다른 당직이나 의원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든, 공정한 기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하려고 한 것이다.

- 경선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선 민주당 경선, 후 야권통합경선’이 이기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그 후보를 통합경선에 내보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다운 경선이 ‘이기는 통합’을 이루는 쉽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야권통합후보를 뽑는 것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야권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키고 좋은 후보를 내야한다. 경선을 해야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결집하지 않겠는가? 경선을 해야 검증된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 이것이 또한 민주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통합경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분명히 할 것

- 4선의원이고 정치적 관록은 높지만 서울에서의 기반은 약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 진심을 가지고 정도를 갈 것이다. 나의 정치철학과 정치인생을 숨김없이 보여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국가를 책임지고자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보여드리고 진심으로 서울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께서도 이런 점을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 서울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1987년 6월에 민주항쟁이 있었다면 2011년 8월엔 복지항쟁이 일어났다.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독점과 탐욕 정치를 심판하고 정의와 복지를 선택했다. MB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서울시민은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닌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서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호소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역사적 서막을 열어젖힌 서울시민들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

- ‘복지’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복지관’은 어떠한지?
▲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들어서 우리 사회는 차별이 심화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정의와 공정이라는 원칙하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가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인 중에서 최초로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와 복지가 우리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복지를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전환점”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1967년 일본 도쿄도지사로 미노베가 당선되었다. 그는 당시 혁신시장이라 불렸다, 미노베 도쿄도지사가 이긴 후, 자민당 간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도쿄에서 일어난 일은, 내일 일본 전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서울을 변화시켜 대한민국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오세훈 서울시정을 심판하자. 그리고 정의와 복지가 흘러넘치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 있는 힘을 다하겠다. 나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겠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들께 인사 한 말씀만 해 달라.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추석은 높은 물가로 서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그래도 한가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가족들과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 프로필>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6년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96년 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3년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제57대 법무부 장관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2008년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2008.05~2011.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10.10~2011.08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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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