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고 ‘서울대통령’ 노리는 천정배 전 민주당 최고위원

정치생명 건 大도박 “뭔가 보여 주겠다”

[대담=이주현 기자]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하고 무산되자 다음날 바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이전이라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발 빠른 행보였다. 4선을 쌓는 동안 지역구가 경기 안산시 단원갑인 천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 “나는 그동안 전체 국가의 비전과 경영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했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을 내걸고 대권 출마를 준비해온 그가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천 전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명쾌한 해답을 들어보았다.

“야권의 수권능력 보여주고, 통합 이끌어 내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해 출마 결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전 최고위원은 “이번 인터뷰가 의원실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라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 의원회관을 비우고 직함 앞에 ‘전’자를 달게 된 소회를 나타낸 듯 보였다.

천 전 최고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이번 출마에 대한 각오와 굳은 결심을 스스로 다졌다”며 “이제 수도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만나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며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스타트가 너무 빨라 우사인 볼트가 실격하자 너무 빠른 출마 선언에 빗댄 ‘천사인 볼트’라는 별명도 제기 됐지만 볼트가 대회 마지막 날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2관왕을 달성했듯이 그의 마지막 피날레도 기대감을 가져 봄직해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함께 잘사는
 서울 만들 것”


- 갑작스런 출마 배경은 무엇인지?
▲ 민주개혁진보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신과 5공 세력의 후예인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차별과 불안에 허덕이며 희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미니대선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 있는 전초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는 세력이 총선,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야권의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또 통합을 이끌어 내서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각오는 어떠한가?
▲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민의 열망에 부응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나 자신의 삶과 정치인생, 비전, 철학을 서울시민께 최대한 알리겠다. 또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운동, 시민과 소통하는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벌일 것이다. 서울시민들께서 ‘천정배’라는 인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 지향하는 서울의 모습은?
▲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떤 외국인이  “서울은 재밌는 지옥이고 유럽 도시는 재미없는 천국이다”라고 평가하더라. 나는 서울을 재밌는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 차별과 불안이 없고 정의와 복지가 저 한강물처럼 흐르도록 할 것이다.

- 의원직과 지역구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 정치인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나는 2009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했을 때 의원직을 사퇴한 적이 있다. 미디어법은 국민의 미디어 주권, 미디어 공공성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특권과 반복지의 시대로 후퇴할 것인지,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것인지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복지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실천하는 정치, 이것이 나를 선택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역주민들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인사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계신다.

- 당 내에서 너무나 많은 후보군들이 난립(?)하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너도나도’식 후보 선언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 많은 후보들이 나와서 공정한 경쟁을 할 때 훌륭한 경선이 된다고 본다. 훌륭한 경선이 있어야 훌륭한 후보를 낼 수 있고,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되기도 하고 서울시민들도 좋은 시장을 뽑게 된다. 훌륭한 후보를 뽑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일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당의 전통이다. 교통정리는 지도부 일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원과 국민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이 많다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 다른 후보들보다 서울시장으로서 ‘적임자다’라고 주장할 부분이 있다면?
▲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의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토건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세상,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나는 16년 동안이나 서울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중앙정치를 했고, 사실상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생활했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사람서울’, ‘복지서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가 그동안 준비해온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과 똑같다. 그동안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다. 서울을 대한민국을 살림하듯이 하겠다. 나는 민주 개혁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회정치를 통해 나라살림살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으로 국정경험도 쌓았다. 정치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법무장관을 지낸 국정경험과 16년간 중앙정치를 해온 제 정치력과 경륜에 서울시민의 열망이 더해진다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오세훈 정책’과 차별화 방안은?
▲ 오세훈 시정은 이명박 정부의 서울시 복사판이다. 토건 행정, 전시성 행정, 예산낭비성 행정으로 가득 찼다. 이런 것들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민과 소외된 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서울시민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서울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최고의 성장 동력이다. 이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최선의 정의다.


- 서울시 부채가 상당한데 해결 방안은?
▲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부채가 상당히 늘었다. 현재 25조5000억의 부채가 있고 이중 오 전 시장 재임 시 14조가 늘었다. 1년 이자가 1조원 정도 낭비되고 있다. 난제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약 20조다. 현재 구조에서는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는 힘들다 본다. 근본적으로 서울시 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복안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구체화 한 다음 밝히겠다.

“서울시 재정건전성
 확보할 복안 있다”

- 시청광장 개장 의견을 밝혔는데.
▲ 나 천정배가 당선된다면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 서울시민들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오 전 시장 재임당시 시청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공권력에 갇혀 규제당하고 간섭받고 진압받는 광장이었다. 마음 편히 쉬고 즐기고 맘껏 주장하는 광장으로 개방하도록 하겠다.

- 손학규 대표와 의원직 사퇴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손 대표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로서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목적달성을 이유로 민주주의를 생략하면 목적도 이루지 못한다. 그 목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민주주의는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벌써 2주가 넘게 우물쭈물하고 있지 않는가?

- 손학규 대표의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은 ‘꼼수’라고 비난했는데?
▲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환영 성명도 냈다. 이때 나는 손 대표의 발언을 ‘반드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고, 이 후보로 야권통합에 나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바로 일부에서 민주당의 주자를 3~4명으로 축약한 다음 다른 당 등의 주자와 통합경선을 하자고 하는 말들이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투표 결과를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으로서 어떠한 합리성도 공정성도 개혁성도 찾아볼 수 없는 꼼수이며 편법이다.

- 최근 외부인사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 당 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외부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었다.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한다면 환영한다. 내가 국회의원직과 당직을 모두 사퇴한다고 한 것도, 외부에서 오시는 분이든, 다른 당직이나 의원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든, 공정한 기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하려고 한 것이다.

- 경선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선 민주당 경선, 후 야권통합경선’이 이기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그 후보를 통합경선에 내보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다운 경선이 ‘이기는 통합’을 이루는 쉽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야권통합후보를 뽑는 것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야권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키고 좋은 후보를 내야한다. 경선을 해야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결집하지 않겠는가? 경선을 해야 검증된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 이것이 또한 민주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통합경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분명히 할 것

- 4선의원이고 정치적 관록은 높지만 서울에서의 기반은 약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 진심을 가지고 정도를 갈 것이다. 나의 정치철학과 정치인생을 숨김없이 보여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국가를 책임지고자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보여드리고 진심으로 서울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께서도 이런 점을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 서울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1987년 6월에 민주항쟁이 있었다면 2011년 8월엔 복지항쟁이 일어났다.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독점과 탐욕 정치를 심판하고 정의와 복지를 선택했다. MB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서울시민은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닌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서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호소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역사적 서막을 열어젖힌 서울시민들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

- ‘복지’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복지관’은 어떠한지?
▲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들어서 우리 사회는 차별이 심화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정의와 공정이라는 원칙하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가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인 중에서 최초로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와 복지가 우리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복지를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전환점”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1967년 일본 도쿄도지사로 미노베가 당선되었다. 그는 당시 혁신시장이라 불렸다, 미노베 도쿄도지사가 이긴 후, 자민당 간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도쿄에서 일어난 일은, 내일 일본 전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서울을 변화시켜 대한민국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오세훈 서울시정을 심판하자. 그리고 정의와 복지가 흘러넘치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 있는 힘을 다하겠다. 나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겠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들께 인사 한 말씀만 해 달라.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추석은 높은 물가로 서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그래도 한가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가족들과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 프로필>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6년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96년 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3년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제57대 법무부 장관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2008년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2008.05~2011.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10.10~2011.08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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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