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류현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4.30 10:11:34
  • 호수 1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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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깨어난 코리안 몬스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류현진이 이번 시즌 4번의 등판을 통해 메이저리그 에이스급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3승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승 부문 내셔널리그 공동 3위에 올랐다. 2년간 어깨 및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며, 지난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그랬던 그가 이번 시즌 코리안 몬스터로 돌아왔다. 
 

그 동안 류현진은 온갖 악재로 부진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어깨 및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류현진은 지난해 복귀, 25경기에 나서 5승9패 평균자책점 3.77으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올 스프링캠프서도 안정적인 내용을 보여주지 못해 제 5선발로 밀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된 것처럼 자존심이 크게 상할 일이지만, 냉정한 평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출신
역대급 활약

이로 인해 MLB 개막 전까진 류현진의 재기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미국 현지언론 또한 근육과 인대, 신경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가 예전 기량을 회복할 확률은 7%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입장에 동참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시즌 초반부터 5선발이 아닌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첫 경기는 미흡했다.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3과 ⅔이닝 동안 5피안타로 3실점 한 뒤 강판됐다. 당시 패스트볼엔 힘이 없었고 변화구는 밋밋하게 떨어져 계속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왔다. 

볼넷을 5개나 남발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는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4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뒤 “괜히 어렵게 승부하다가 볼이 많아졌다”고 후회했다. 투수가 어려운 공을 던진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부터 확 달라졌다. 이어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22일 워싱턴 내셔널스전까지 내리 3연승을 달리며 7.36이던 평균자책점을 1.99까지 떨어뜨렸다. 

최고 구속은 아직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지만, 한층 더 예리해진 체인지업과 커브를 바탕으로 새로 익힌 투심과 컷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상대편 타선을 침묵시켰다. 

LA 지역 매체 <LA 타임즈> 앤디 맥컬러프 기자도 지난 24일(한국시각) 독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담은 기사를 통해 류현진을 호평했다. 

그는 “다저스가 지난 시즌 중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다르빗슈 유를 영입했다. 오프시즌 다저스가 그와 재계약했다면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 류현진이나 포사이드, 그랜달 등을 내보내야 했다”고 언급하면서도 “현재는 류현진이 가장 효율적인 선발 투수, 그랜달은 최고의 타자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135개 던져 피안타 1개 ‘살벌한 포심’
건강한 몸 입증하면 내년 FA 대박도

다만 특정 타자만 만나면 다시 도망 다니는 모습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 22일, 워싱턴 전 당시 볼넷 3개를 허용한 류현진은 브라이스 하퍼에게만 볼넷 2개를 기록했다. 아무리 MLB를 대표하는 강타자라고 해도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3볼-0스트라이크’로 몰리다 결국 거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장타를 겁내 주자를 쌓아두면 오히려 더 큰 대량 실점의 위기에 봉착한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7%의 확률’을 기적처럼 이겨내며 올 시즌 확실한 부활을 예고했다. 


아쉽게 주간 MVP를 놓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내셔널리그 '이 주의 선수'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왼손투수 패트릭 코빈을 선정했다. 코빈은 주간 2경기에 등판, 15이닝을 소화하며 2승을 거두고 단 2실점,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류현진 역시 코빈에 못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아쉽게 수상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마침 올해는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이 끝나는 시즌이기도 하다. 류현진이 내년에 대형 FA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우선 아프지 않고 한 시즌 내내 건강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계약에 합의한 뒤에도 몸 상태를 하나하나 면밀히 체크하는 MLB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특정 타자나 팀을 만나면 움츠러드는 모습을 극복한다면 추신수와 같은 ‘FA 대박’ 신화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올 시즌 최고의 무기다. 투구 수 347개 중 135개의 포심 패스트볼(구사율 38.9%)을 던졌다. 이 중 안타가 된 공은 딱 1개밖에 없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애리조나전, 폴 골드슈미트에게 내준 2루타가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맞은 유일한 안타다. 

무시무시한 
초반 질주

피안타율이 겨우 6푼7리다. 올 시즌 잡아낸 삼진 27개 중 3분의 1인 9개를 포심 패스트볼로 잡았다. 8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지난 시즌 평균 구속 145.5㎞보다 오히려 구속이 조금 줄어 145㎞를 기록 중이다. 대신 회전수가 늘었다. 평균 2067회전서 2086회전으로 증가했다. 

메이저리그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2261회전에는 못 미치지만 회전수의 증가는 기존의 속구와 다른 힘을 얻는다. 류현진의 평균 이상의 익스텐션(투구 때 릴리스 포인트를 포수까지 끌고 가는 거리)과 어우러지면서 위력이 커지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은 구사율서도 드러난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33.82%서 올 시즌 38.9%로 더 많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커터(컷 패스트볼)는 올 시즌 더욱 강해졌다. 평균 구속이 지난해 139.2㎞서 올해 140.3㎞로 1㎞ 이상 빨라졌다. 회전수 역시 속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20회전 정도 늘었다. 

더 빠르고, 더 강한 회전을 가진 커터가 우타자의 바깥쪽 존을 파고들고 있다. 커터로 잡아낸 삼진은 7개. 그중 3개가 루킹 삼진이었다. 올 시즌 던진 커터 85개 중 53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커터를 때리면 대부분은 아웃된다. 

류현진이 올 시즌 커터를 맞아 허용한 안타는 겨우 2개. 샌디에이고전 2루타 1개와 홈런이었다. 몸쪽으로 몰렸을 때 위험한 공이 될 수 있지만 2번째 등판 이후 커터는 안타 2개를 제외하면 모두 땅볼 아웃을 만들었다. 


류현진의 신무기 커터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직구, 커터, 커브, 체인지업의 4가지 구종을 주로 던지고 있다.  커터 구사율은 직구(4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3.3%에 달한다. 이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해온 체인지업(15.1%)보다도 비중이 높다. 

현재까지 잡아낸 27개의 탈삼진 중 26%에 해당하는 7개의 탈삼진을 커터로 잡아냈을 정도로 그 위력도 상당하다.

사실 류현진의 커터 장착은 지난해 이루어졌다. 긴 재활서 돌아온 류현진은 부상 여파로 인한 직구의 구속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구종 추가의 필요성을 느낀 류현진은 슬라이더보다 어깨에 부담이 덜한 커터를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15% 내외의 구사율을 보이던 슬라이더는 류현진이 커터를 던지기 시작한 이후 사실상 봉인됐다. 2017년 류현진의 커터가 실험 단계였다면, 올 시즌에는 체인지업과 함께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무기로까지 발전했다. 

우려를 샀던 직구 구속도 전성기 때의 모습을 점차 회복하는 모습이다. 워싱턴과의 경기서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시속 93마일(약 150km)을 찍었다.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올 시즌 현재까지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91.1마일로, 전성기였던 2013년과 동일하다. 단순히 공의 속도만으로 구위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부상서 복귀한 뒤 구속 저하로 장타 허용이 급격히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굉장한 호재다.  


류현진은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당시 등번호는 15번이었으나 한화 이글스서 15번을 달고 오랜 기간 활동했던 투수 구대성이 미국 메이저 리그 뉴욕 메츠에서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는 과정서 99번으로 변경됐다. 

당시 그는 별 생각 없이 99번으로 변경했으나 이후에는 소속 팀의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재현을 위해 99번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4개 구종으로
타자들 농락

프로 야구 데뷔 첫 해인 2006년 다승, 평균 자책, 탈삼진 1위로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신인상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뛰어난 활약으로 '괴물'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에도 등판했다.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팀에 선출되어 활동하기도 했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는 부진했다.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서 선발(첫 등판)로 나와 10개 탈삼진을 잡으며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국가 대표로 참가해 예선전인 캐나다 전과 결승전(대 쿠바)에 선발 등판했고, 캐나다전 완봉승을 포함, 17과 1/3 이닝 동안 10피안타 13탈삼진 2실점(평균 자책 1.04)의 뛰어난 성적으로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했고, 2009년 3월6일 벌어진 아시아 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 선발로 등판, 3이닝 피안타 1개 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SK와이번스의 김광현과 LG트윈스의 봉중근과 함께 한국 프로 야구 3대 좌완 에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사실 그는 공을 던질 때 외에는 오른손잡이다. 야구선수 중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좌투우타다.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대만과의 결승전서 선발로 등판해 철벽 마운드를 구축,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CJ 마구마구 일구상 최고투수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스포츠토토 올해의 투수상,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 투수상, 제16회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다탈삼진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방어율1위투수상,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상을 수상하고 방어율 1.82 전적 16승 4패 탈삼진 187개 등을 기록했다.

회전 늘려 주무기 사용
커터 위력도 더 강해져

2012년 11월9일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기간이 종료된 결과 2573만7737달러33센트(한화 약 279억8978만원)의 포스팅 응찰액을 받았으며 최고 금액 입찰팀은 LA 다저스로 이적했다. 같은 해 12월10일, LA다저스와의 협상 끝에 계약 기간 6년 동안 총액 3600만달러(한화 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2013 시즌 성적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한국인 데뷔 최초 10승 투수가 됐다.

2014년 시즌 초반 어깨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들었지만 복귀 이후 투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쿠어스 필드서 콜로라도 록키스에 승리를 거두는 등, 승수를 쌓아나갔다. 이 때부터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를 필두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연승을 거두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빼앗겼던 NL 서부 지구 1위를 되찾고 승차를 벌려나간다.

하지만 류현진은 8월 1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서 엉덩이 부상을 당하며 이틀 후인 8월 16일에 다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9월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복귀전서 7이닝 4피안타 7삼진 1실점으로 시즌 14승을 거뒀다. 하지만 2주 후인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전에 등판, 1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으로 메이저 리그 데뷔 이래 최악의 투구를 했다. 

이때 3번타자 버스터 포지와 상대하던 중 어깨 통증이 재발해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다행히 염증으로 끝나 부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카디널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다저스는 1승3패로 탈락하며 시즌을 마쳤다. 

2015년 시범경기 도중 어깨에 통증을 느꼈고, 정밀검진 결과 특별한 사항이 나오지 않았으나 통증과 구속 저하는 여전했고 60일 부상자 명단에까지 올랐으나 같은 해 5월22일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결국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올시즌…
일낸다!

한국프로야구서 메이저 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는 특수성 때문에 류현진은 전 국민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됐다. 그가 선발등판한 모든 경기가 MBC 공중파로 생중계됐고 시청률도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류현진은 전국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CF를 찍었는데 CF수익만 4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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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