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평창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2.28 14:27:21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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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설상 뜨겁게 달군 최고 스타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신들을 비롯해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선수들이었다. 17일 동안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선수들은 누구였을까.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서 열렸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전 세계 92개국서 선수 2925명과 임원 등 6500명이 참가했다. 88개국서 2858명이 참가했던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대회보다 4개국, 67명의 선수가 늘었다. ‘적도의 나라’인 에콰도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 눈도 얼음도 구경하기 힘든 6개 나라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동계 스포츠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휘날린 한반도기]
[남북한 공동입장]

미국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24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한국도 15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145명과 임원 75명 등 총 2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다. 또 소치 대회보다 4개의 금메달이 늘어나 모두 15개 종목서 역대 최다 규모인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이전에는 소치 대회서 6개 종목, 71명이 출전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개막식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동 입장했다. 이날 개막식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 기를 들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다.


남북한이 국제대회서 공동 입장한 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이래 역대 10번째고,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었다. 남북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를 벌였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야 말로 선수들의 축제였다.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화제의 선수들 면면을 살펴봤다. 

[개막식 이슈]
[통가 근육맨] 

영하의 날씨 속 ‘통가 근육맨’의 과감한 탈의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서 통가 대표로 국기를 들고 나선 티파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였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땐 태권도 선수로 출전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한 것. 

리우올림픽 당시도 통가의 전통 의상인 ‘마나파우’를 입고 개회식에 나서 전 세계인의 집중 관심을 끌었던 그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 속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도 깜짝 상의 탈의한 채 기수로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개회식이 끝난 뒤 타우파토푸아는 “나는 전혀 춥지 않았다”며 “나는 통가서 왔다. 우리는 태평양을 건너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15km 경기서 119명 가운데 114등으로 골인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이날 우승자인 다리오 콜로냐보다 22분57초2 뒤처진 56분41초1에 경기를 마쳤다.

[아이언맨 비상]
[새 황제 등극]

설 연휴 ‘한국 스켈레톤 간판’ 윤성빈이 썰매 황제에 올랐다.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서 속개된 남자 스켈레톤서 1∼4차 시기 합계 3분20초55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윤성빈은 이번 금메달로 평창올림픽 강원전사로 ‘아시아 최초’ 썰매종목 올림픽 금메달, 한국 설상·썰매종목 올림픽 메달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92개국 2925명 역대 최대 규모 자랑
평창서 울고 웃고…사건사고도 잇달아 

기록부문서도 윤성빈의 독주는 빛났다.이날 윤성빈은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3분22초18)와는 1초 이상의 완벽한 격차를 벌렸다.이날 윤성빈이 트레구보프와 벌린 1초63의 격차는 역대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역사상 가장 큰 수치였다.

윤성빈의 활약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 톱 이슈가 됐다.

미국 NBC 방송은 “윤성빈이 4차례 주행 모두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충격적인 업적을 남겼다.그의 주행은 세기의 퍼포먼스였다. 그는 이 종목의 전설처럼 보였다”고 극찬했다. 

[역시 최강!] 
[효자 쇼트트랙]

한국 쇼트트랙은 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쇼트트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서 한국에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효자종목’으로 올라섰다. 

한국 쇼트트랙은 지난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함에 따라 역대 동계올림픽서 통산 24개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양궁이 역대 올림픽서 수확한 ‘금메달 23개’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석희-최민정-김아랑-김예진 조가 여자 3000m 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앞서 준결승전서 넘어졌지만 탁월한 팀플레이로 최하위로 뒤쳐졌음에도 1위로 결승 티켓을 따냈던 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한국 쇼트트랙 여자 계주 선수들이 외신들의 극찬과 관심을 받았다. 


앞서 임효준은 지난 10일 오후 7시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 2분10초485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린 올림픽?]
[또 도핑 파문]

‘클린 올림픽’을 표방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도핑한 선수들이 적발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먼저 일본의 쇼트트랙 사이토 게이가 도핑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반도핑 분과는 지난 13일 사이토 게이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반도핑 분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의 요청에 따라 심사했고 도핑 위반 사실을 확정했다. 사이토가 복용한 약물은 이뇨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 성분이다. 이뇨제는 보통 다른 금지 약물 복용을 숨기기 위한 ‘마스킹 에이전트(은폐제)’로 쓰여 금지 약물로 지정돼있다.

컬링 믹스더블 러시아 동메달리스트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서도 금지약물 멜도늄 성분이 검출됐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공보담당 콘스탄틴 비보르노프는 지난 20일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B 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그의 몸에서 금지약물(멜도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경색, 협심증 치료제인 멜도늄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 1월1일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로 등록됐다. 


슬로베니아 아이스하키 지가 제그릭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퇴촌 명령을 받았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 20일 “제그릭의 소변 샘플서 페노테롤 성분이 검출됐다. 페노테롤은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금지 약물”이라고 밝혔다. 제그릭은 이번 올림픽서 세 번째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다.

[국제적 망신]
[팀 추월 논란] 

피겨스케이팅서 좋은 소식만 있던 건 아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과 왕따 논란이 불거지면서 평창올림픽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준준결승서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 중반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고, 결국 마지막 주자 노선영이 뒤늦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이후 한국은 3조 경기가 종료된 시점서 6위로 밀려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각양각색 사연 가진 
이색 선수들의 향연 

팀추월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으로 팀의 기록이 결정된다. 즉 3명의 선수가 함께 속도를 맞춰 타는 것이 기본인 종목이다. 그럼에도 김보름-박지우는 노선영을 두고 둘만 피니시라인을 들어왔다. 노선영이 한참 뒤에 들어왔고 한국의 기록은 노선영이 들어오면서 기록됐다.
 

김보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노선영을 저격하는 듯한 인터뷰를 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두 선수의 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의 개혁을 촉구하는 국민운동으로 번졌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기자회견서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이 이를 또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논란에 외신 역시 질타했다. 

영국 BBC는 20일(이하 한국시각) “팀원을 왕따시킨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2명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한국 국민들의 청원이 35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뉴욕포스트는 “(동료를) 괴롭힌 팀은 한국의 스케이터를 눈물 속에 남겨뒀다”는 제목으로 “한국의 3인조는 경기 동안 하나의 팀으로서 스케이트를 타는 데 실패했다. 노선영이 경기장서 울고 있을 때 밥 데 용 코치가 그를 위로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전하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재미로 출전]
[어쩌다 금메달]

스노보드 전문 선수가 생애 첫 올림픽서 스키를 겸업으로 출전해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러고는 깜짝 우승만큼이나 깜찍한 믹스트존 인터뷰로 또 한 번 좌중을 웃겼다. 

에스터 레데카는 지난 17일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 출전, 1분21초11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스키서 땄다. 다섯 차례나 스노보드 월드컵 시상대에 올랐으나 스키 월드컵 시상대에는 서지 못했고 활강서 거둔 7위가 최고 성적이던 터여서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레데카는 “전광판에 다른 선수 이름이 잘못 나온 것으로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레데카는 알파인스키 여자 평행대회전 금메달을 차지한 동갑내기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의 스키를 빌려 타고 우승했다.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서 그가 고글을 벗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 우승할 줄 모르고 화장을 하지 않아 고글을 벗을 수 없다”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영국 BBC 해설자 맷 칠턴은 레데카의 이번 대회전 우승을 두고 ‘올림픽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영미야∼]
[열풍의 갈릭걸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서 돌풍을 일으켰다. 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깨고 예선 1위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컬스데이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1주일 동안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컬링 관련 글은 5940개에 달한다.(지난 21일 기준)

주요 커뮤니티에선 OAR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올라온 글만 수백 개였다. 선수마다 별명도 생겼다. 네티즌들은 김은정에게 ‘안경선배’, 김선영에게 ‘안경동생’이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김은정이 경기 중 스위퍼인 친구 김영미를 목이 터져라 불러서 “영미!”라는 이름을 모두가 알게 됐다. “영미 기다려”는 스위핑을 잠시 멈추라는 뜻이고, “영미 더더더”는 스위핑하라는 의미다. 

차분하게 부르면 ‘준비하라’는 뜻이고, 안 부르면 김선영이 닦는다. 김은정이 경북지역 어감을 담아 김선영을 부를 때 쓰는 “선녕이!”도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깜짝 스타’ 컬링팀에 갖가지 애칭을 붙였다. ‘갈릭걸스’(WSJ, ESPN) ‘의성 마늘 소녀’(WSJ) ‘팀 킴’(WSJ) 등이다. ‘팀 킴’은 선수 전원이 김씨인 데다 감독 또한 김씨(김민정)여서 붙은 별명이다. 

마늘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Garlic)’에 빗댄 ‘매드 포 컬링’,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 별명인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에 빗댄 ‘갈릭티코’란 표현도 있다.

 선수들은 “갈릭걸스보다 예쁜 별명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애칭 지어주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라도 해달라”고 한 언론사에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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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