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의 역사가 다시 쓰여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재판서 실형을 면했다. 삼성은 자리를 비웠던 수장의 복귀로 미뤄뒀던 계획에 속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 국내 경기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세간의 눈길이 모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2심 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는 석방됐다.

1년 만에
집으로∼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 1위 그룹을 이끄는 선장의 복귀로 경제 부문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에 따른 석방 소식 이후 “사법부가 법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이 석방됐으니 삼성에서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들이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환영의사를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그룹은 무역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그룹의 경쟁력은 제고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일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리아 취엔(Gloria Tsuen) 무디스 부사장 겸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복귀는 장기적인 전략기획과 CEO의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JY 복귀로 “다시 뛰자” 분위기 조성
미뤄뒀던 계획에 속도…성장동력 확보

이 부회장은 공식적인 경영에 나서기 전 당분간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제2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예비 투자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투입되는 자금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
 

글로벌 반도체 수용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 반도체 제2생산라인 건설을 시작하는 내용이 안건이었다. 이날 경영위원회에는 권오현 회장, 윤부군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없으나 석방후 나온 첫 번째 투자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출근 언제부터
경영 복귀는?

평택 지역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택갑 지역구 국회의원인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원 의원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의 30조원 투자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어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도록 평택시민과 함께 응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과감한 행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리더들은 앞다투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주요 관심 기술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분류되는 사업군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면서 선굵은 M&A를 성사시켰다. 그가 삼성전자의 총수 역할에 나서면서 진행한 M&A는 14건에 달한다. 향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하만을 매입한 것도 이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복귀로 글로벌 M&A 시장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뤄뒀던 금융계열사 인사도 단행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금융계열사는 제외됐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이들 계열사 CEO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8일, 삼성증권은 9일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CEO 인선에 착수했다. 삼성생명 등 4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개최됨에 따라 인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로 일반 시민의 접근이 어려웠던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5000원이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분할하겠다는 것.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50대1 비율로 가격이 낮아진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은 200만원이 넘어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번 결정으로 주주친화적 기업이라는 평가와 국민주로서의 전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주식 거래는 오는 5월부터 가능하다.


사회적인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공식파트너사로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개관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과 강릉에 위치한 올림픽 파크와 올림픽 선수촌,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 인천공항 등에 9개의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운영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평창 파트너
국가에 이바지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상현실, IoT 등 기술을 집약한 체험 공간에서 삼성의 브랜드 정신인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강릉 올림픽 파크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는 3069평방미터 규모로,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과 가상현실 플랫폼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올림픽 파크 내 쇼케이스는 ▲갤럭시 노트8과 기어 VR로 다양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 체험존(Immersive VR Experience)’ ▲갤럭시 노트8로 나만의 셀피 사진을 꾸미고, UCC를 만들어 보는 ‘제품 체험존(Playful Experience)’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처음 출시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역사와 갤럭시 디자인철학, 올림픽 후원의 역사를 살펴볼 수있는 ‘언박스 삼성(Unbox Samsung)’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 홈을 미리 체험해 보는 ‘스마트 홈(IoT)’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외에도 키즈 라운지, 고객 서비스존, 스페셜 이벤트 존 등 방문하는 선수단과 팬들이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이영희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써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혁신으로 전 세계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소통하고 특별한 경험을 누리도록 노력해왔다”며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험은 더욱 풍성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M&A 기대
투자·인사 단행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쇼케이스는 선수, 관계자,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행보는 언제 시작될까. 이 부회장은 석방 직후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문안을 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서 개최한 ‘24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에 참석 후 이 부회장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홍원표 삼성에스디에스 사장(대표) 역시 대답이 없었다. 

노희찬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역시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마친 후 만난 기자들의 ‘이 부회장이 평창에 가느냐’는 질문에 끝내 답하지 않았지만 “허허”라고 웃으며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 80주년을 계기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달 22일은 삼성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삼성물산)’ 사업을 시작한 지 80년이 되는 날이다.

지역경제 훈풍
국가 살림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를 좌우하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이 총수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었다”며 “이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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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