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1야당 원내사령탑 김성태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1:22:52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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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집 돌아간 철새의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 박근혜)색이 빠질 모양새다. 신임 원내대표에 김성태 의원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친홍(친 홍준표)’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철새 대장’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탈당과 복당을 반복했다. 이번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이 같은 오명을 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원내대표에 3선 김성태(서울 강서을) 의원이 지난 12일 선출됐다. 이 가운데 비박계(비 박근혜)이자 친홍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55표라는 표를 얻은 데에는 일부 친박계들의 표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차 투표 과반
홍과의 궁합은?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함진규(재선)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전체 108표 중 절반을 넘긴 55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35표의 홍문종(4선, 의정부을)-이채익(재선) 조를 20표 차로 눌렀다. 한선교(4선, 용인병)-이주영(5선) 조는 17표를 얻는 데 그쳤다. (무효 1표)

김 원내대표의 55표를 분석해보면 바른정당 복당파 22명과 심재철 부의장 등 한국당에 잔류했던 비박계, 강효상·전희경·윤한홍 등 친홍계 의원들을 포함하면 대략 30∼40표가 된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에게는 15∼25명의 친박 내지는 범친박 표가 더 모인 것이다. 당내 대략 60여명으로 분석되는 친박들 표가 홍문종-한선교-김성태 후보에게 각각 나뉘어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12월16일 치러진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계인 정우택 대표가 119표 중 66표로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정우택 후보를 뽑은 66명의 표가 친박계 지지를 나타낸다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35표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30여표가 김 의원이나 한 의원에게 옮겨간 것이 된다.

문 정권 상대로 날카로운 전사 역할
탈·복당 반복 대표 철새 정치 각인

김 원내대표 당선은 ‘비박·친홍계’로 분류되는 한국당의 한계를 절감한 의원들이 변화를 선택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도로 친박당’ 타이틀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의원들의 평가가 1차 투표서 과반의 지지를 보내 김 의원을 원내사령탑으로 탄생시켰다는 것.

홍 대표의 지원사격도 김 원내대표의 당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홍 대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경선 초반부터 김 원내대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우군 노릇을 해왔다. 

자신과 정치적 방향성을 같이 하는 김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친박 좌장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의원총회 개최와 당협위원장 등 당 조직 정비에도 힘을 받게 됐다. 

홍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오늘부터 친박은 없다”며 “제대로 된 야당을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친홍 대 비홍(비 홍준표)’ 대결구도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선서 친홍 측과 복당파의 지지를 받은 김-함 조가 당선됨에 따라 홍 대표에게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홍·한 의원은 ‘홍준표 사당화 방지’와 ‘계파 청산’ 등을 내세워 옛 친박계와 중립지대 의원들을 공략하며 비홍 표심 결집을 시도했지만 결국 표가 분산되면서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중동 건설현장 
노동자 출신

여기에 김 원내대표의 정책 선명성과 야성 강화 메시지도 막판 표심 획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원내대표의 등장은 당내에선 인적 쇄신 동력, 정치권에선 보수통합 가능성 증가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 김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당의 인적·조직·정책 쇄신을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기반을 마련했다. 

김 원내대표가 원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한국당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강성 야당’과 투쟁력을 내세운 김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한 김 원내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한국당의 향후 원내 전략은 여권과 잦은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권력 지형 역시 홍 대표의 장악력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내 친박 청산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을 통해 “우리는 야당이다. 잘 싸워나가는 데 너와 나가 있을 수 없다”며 “의원 각각의 의견을 용광로에 모두 녹여 문재인정권의 독주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정견발표를 통해 “친박·비박 찾다가 쪽박찬 집구석인데 또 무슨 염치로 친홍·비홍이냐”며 “어떤 사당화 계파가 우려되면 앞장서서 깨겠다. 당면과제는 문재인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원내대표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향후 원내 관계를 고려해 미묘한 차이가 담긴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쟁이 아닌 생산적 관계 속에서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당은 국정 농단 세력임을 재확인한 뒤 거대 양당의 공생정치를 지양하고 혁신의 길을 갈 것을 거론했다. 

바른정당은 이번 선거서 벌어진 친홍 패권의 줄 세우기를 비판하며 민생을 살피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전상태인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신임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원내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시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사일정과 안건 등에 대한 조속한 협의에 나서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원내 동반자로서 정쟁이 아닌, 상생과 협치를 통한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국정 농단의 책임 있는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찍혀 있는 현실서 혁신의 길을 잘 해나가길 바란다”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의 정치형태를 지양하고 다당제 국회의 현실에 맞게 건전한 정당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논의와 경쟁이 가능한 분들이 당선돼 다행스럽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변하여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 완승도 완패도 없는 대안을 내세우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권성주 대변인은 “국민과 민생을 살피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면서도 “대표 선출 과정에 친홍이냐 친박이냐 밖에 없었던 줄 세우기식 선거를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치 못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1958년 경남 진주서 출생했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후 강남대학교 법학 학사 및 한양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날라리 이미지 
벗을 수 있을까


KT에 입사, 노동조합 간부를 역임하고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지냈으며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에 당선돼 4년간 활동한 후 다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2003년에는 노사정위원회 노동계 대표로 나서 주5일 근무제 시행 관련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8년 한나라당에 입당,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특별시 강서구을에 출마했으며 당시 현역이던 통합민주당의 노현송 의원을 꺾으면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도 호남 3선 중진 출신의 김효석 의원을 누르고 당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도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이기며 3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국회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명절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명절 떡값 신고’난을 개설하는 데 앞장섰고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고용상 연령차별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친홍체제 더욱 강화 전망
친박계 표심 작용 분석도 

지난해 말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국정조사에 부적절한 사유서를 제출한 최순실이나 불성실하고 거만한 태도를 취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증인들의 불량한 태도에 호통을 쳐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에는 탄핵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7월 최순실 일가의 은닉 재산을 몰수하기 위한 특별법 발의를 위해 열린 의원모임서 유일하게 한국당 의원으로 참여했다. 

 

그랬던 그가 2017년 5월2일 비 유승민계 의원들과 함께 또 다시 탈당해 홍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당시엔 대선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서 차기 정권 안에서 권력 지분과 지방선거 밥그릇 챙기기 위해 한국당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정치 철새’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창당의 이유를 ‘보수개혁’이 아닌 대선 후보를 내기위한 방편에 불가했다는 것을 직접 언급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한국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김성태 의원에 대해 ‘대장 철새‘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하 위원은 김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당선 이유는 (김 원내대표가) 홍준표를 비판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먹혔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놀란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기가 친홍이 아니라고 계속 부인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사실 친홍계라고 하기 어렵다”며 “홍 대표 쪽의 표를 잡기 위해 뒤로 손을 잡고 앞으로는 아닌 척 했지만 두 사람 간의 갈등도 생길 수가 있다”며 “그 두 사람이 ‘독고다이’, ‘독고다이’끼리 화합이 잘 되겠냐”고 힐난했다. 

야합? 협치? 
당분간 대치정국 

 
한때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국민들 사이서 ‘갓성태’로 불리던 김 원내대표의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탄핵을 주도하며 좋은 이미지를 쌓았지만 명분 없이 복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 대표라기보다는 철새 대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향후 김 대표의 첫 과제는 철새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김성태는?]

▲경남 진주(59) ▲국립 진주기계공고 ▲강남대 법학과 ▲한양대 행정대학원 석사 ▲한국노총 사무총장 ▲국회 비정규직차별해소포럼 대표의원 ▲국회 예결위·환노위·국토위 간사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 ▲18·19·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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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