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건강·가치 보호

인공임신중절에 ‘사회 경제적 사유’ 포함 돼야

낙태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3만건을 돌파하면서 청와대는 내년 인공임신중절 관련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인공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태아의 생명 존중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이번 기회에 모성 건강을 보호하는 의학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들의 권고 방향대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적 법개정 필요

인공임신중절 여성과 시술 의료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현 모자보건법 및 형법 개정은 물론, 태아의 생명권도 보호하려면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피임 실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은 형법으로 처벌되는 중대한 범법 행위로, 인공임신중절을 한 임신부와 시술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이다. 인공임신중절로 임신모가 기소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고 200만원까지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이때 배우자나 상대 남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인공임신중절 시술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해당 조항에 벌금형이 없어 기소될 경우 징역형을 면하기 어렵고, 의료면허 자격도 취소되는 등 2중, 3중으로 처벌되는 가혹한 법이기도 하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전문위원은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의 정당한 사유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은 ‘임신부, 배우자의 우생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임신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만 허용되고 수술을 선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사회 경제적 이유는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적 인공임신중절의 상당 부분은 10대 청소년 임신, 미혼모 임신, 다출산 기혼여성처럼 낳더라도 양육하기 어려운 조건의 ‘사회 경제적 사유’에 해당된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아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미성년 여성이나, 현실적으로 출산이 어려운 여성에게 무조건 아기를 낳으라고 강제하는 것이 그 여성과 태어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처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에 사회 경제적 사유를 배제하는 것은 일부 여성들에게만 불리한 법 조항으로 국민의 평등권과 여성들의 행복 추구권을 저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 법 적용이 될 가능성도 크다. 

낙태시 여성만 처벌, 남성은 대상 아냐
경구피임약·콘돔 피임 성공률 높여

인공임신 중절 문제의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20%대에 불과한 피임 실천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등 의료 전문가가 참여하는 피임 캠페인을 통해 10대 청소년부터 나이와 현실에 맞는 성교육으로 피임을 실천하는 성문화를 정착시키고, 건강한 2세를 원하는 때 가질 수 있도록 계획 임신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여성들이 마이보라 같은 경구피임약을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해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기만 해도 99%에 가까운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률이 낮아 피임 방법으로 보기 힘든 질외사정법이나 자연주기법으로 피임 중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은 피임약, 남성은 콘돔 등으로 피임의 실천을 생활화한다면 원하지 않는 임신이 불러 올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전문위원은 “보건당국이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바꾸고,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사회 경제적 사유 조항을 추가하는 전향적인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획 임신 교육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너무 낮은 피임 실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노력과 동시에, 비혼여성들도 마음 놓고 출산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 인공임신중절 예방 및 저출산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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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