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

지능적 플레이로 그라운드 호령…“제2의 박지성 보라”

[일요시사=유병철 기자]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기대되고 있는 지동원(20)의 최종 종착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선덜랜드로 결정됐다. 이로써 지동원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설기현(풀럼), 이동국(미들스보로), 김두현(웨스트브롬), 조원희(위건), 이청용(볼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8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또 지난 2009년 볼턴 입단 당시 21세였던 이청용보다 한 살 어린 20세로 영국 무대에 진출, 최연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한국선수 통산 8번째…20세로 최연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추자도 촌놈이 프리미어리거로…이적료 38억·연봉 11억

지동원의 고향은 제주도 최북단의 작은 섬 추자도다.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초등학교 5학년 때 도 대표로 육상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화북초등학교 코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공을 차기 시작했다. 지동원은 오현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나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며 광양제철고등학교에 스카우트됐다.

고1 때는 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생에 선발돼 2007년 8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레딩 유스팀에서 뛰었다. 발랑시엔에서 뒤고 있는 남태희가 동기다.

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
득점왕 오르며 유명세

선덜랜드 입단이 확정된 뒤 지동원은 가장 먼저 4년 전 레딩 유학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너무 다른 음식과 언어, 문화에 고생을 했고, 영어를 못해 매일 똑같은 햄버거만 사 먹었다. 이보다 지동원을 힘들게 한 건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출전기회였다. 한국에서는 최고 유망주 대접을 받았는데 축구 종가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1년간 유학생활 후 희비가 엇갈렸다. 레딩은 남태희에게 계약을 제의하면서도 지동원을 외면했다. 결국 지동원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남태희는 계속 남아 2009년 프랑스 1부 리그 발랑시엔에 입단했다.
한 번 실패가 지동원에게 약이 됐다. 지동원은 일단 K리그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했다. 2010년 전남에 우선지명을 받아 K리그 무대에 입성해 첫해 8골 4도움을 올렸다. 윤빛가람에 밀려 신인왕을 타지는 못했지만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섰다.

지난 6개월 새 프로 2년차 지동원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30일 시리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고, 이어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현지에 온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끝까지 지동원 영입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샬케04 등의 러브콜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선덜랜드 이적설이 떠오른 6월 초 지동원에게 가나와의 A매치는 운명과도 같았다. 선덜랜드 주공격수인 아사모아 기안, 미드필더 문타리와의 맞대결 무대에서 지동원은 밀리지 않았다. 과감한 선제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종료 직전 구자철의 결승골 역시 지동원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박지성 자리에 서서 폭넓은 움직임과 연결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주전 수비수 판트실과의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한솥밥 동료가 될 기안과 문타리가 지동원의 플레이에 “선덜랜드에서 뛸 만한 능력이 있다”며 인정하고 나섰다. 지동원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덜랜드행이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몸이 바짝 단 마르셀 브란츠 에인트호벤 기술이사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에인트호벤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인천-전남전에서도 지동원은 어김없이 한방을 터뜨렸다. 이번엔 날카로운 프리킥 골이었다. 지동원은 이적설의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꼭 필요한 순간 골로써 존재감을 확인시켰고, 실력으로 스스로의 몸값을 올렸다.
샬케04가 바이아웃 조항과 관계없이 300만달러(32억원)를 베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에인트호벤, 샬케 04와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애초 130만달러를 제시했던 선덜랜드가 350만달러(38억원)를 내걸었다.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었다.

막판까지 선덜랜드와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을 놓고 고민하던 지동원은 애초 제시됐던 이적료가 100만~130만달러 수준에 불과, ‘헐값’ 논란에 쌓이기도 했으나 최종 이적료가 출발선보다 3배 가까운 350만달러에 결정되면서 ‘헐값’ 논란도 말끔하게 씻어내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동료 기안과 문타리
“능력이 있다” 인정

지동원은 유소년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준 전남 구단에 도리와 의리를 다하게 됐다. “350만달러 이하로는 보낼 수 없다”던 전남도, 한결같이 프리미어리그를 꿈꾸던 지동원도 모두 웃었다.

A매치 출장 경험이 10경기인 지동원은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노동허가서를 받은 뒤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노동허가서는 최근 2년간 대표팀 경기 75% 이상 출전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에 대해선 대한축구협회가 각종 증명서류와 축구대표팀 감독의 의견서를 첨부해 선수 측에 제공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사령탑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조 감독은 “네덜란드로 먼저 갔다가 적응하지 못하면 자칫 주저앉을 수도 있다”며 “최근에는 잉글랜드 축구도 기술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서 지동원이 적응하기 편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고1 때 청운의 꿈 품고 떠난 레딩 유학길…1년만에 눈물 귀국
K리그서 절치부심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아시안컵 4골 폭발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됐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현재 선덜랜드에는 4명의 공격수가 있다. 지난 시즌 10골을 넣은 아사모아 기안(가나)을 시작으로 프레이저 캠벨, 라이언 노블, 크레이그 린치(이상 영국)가 전부다. 주포 대런 벤트가 1월 팀을 떠났고, 대니 웰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하면서 공격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선덜랜드가 전남에 처음 제시했던 이적료의 두 배가 넘는 350만달러의 이적료를 제시하면서까지 지동원 영입에 열을 올린 이유다.

현재 추가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 피터 크라우치(토트넘), 다비드 은고그(리버풀) 등이 합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동원의 경쟁 상대는 없다. 캠벨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그쳤고 노블과 린치는 각각 3경기,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기안 혼자 10골을 넣으며 주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이 4-4-2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동원과 기안이 투톱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동원은 브루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 브루스 감독은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킥 앤드 러시’ 스타일이 아닌 세밀한 축구를 추구한다. 지동원도 187cm, 77kg의 조금은 외소한 체격을 기술을 이용한 지능적인 축구로 극복한다. 게다가 브루스 감독이 위건 시절 조원희(광저우)를 영입했던 ‘친한파’라는 점도 지동원에게 유리하다.

조광래 감독 “파워 기르면
더 위협적인 공격수 될 것”

전문가들도 지동원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장담은 못하지만 지동원과 훈련을 하고,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기술적 부분과 지능적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럽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파워를 기르면 더 위협적인 공격수로 거듭날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지능적 플레이를 할 수 있기에 실패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동원이 뛸 선더랜드는 1879년 창단, 영국 불동부 타인위어주에 자리잡고 있으며 4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다 2007-2008시즌부터 4시즌째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는 12승11무15패, 승점 47점으로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1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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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