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에 표정관리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500조 규모 ‘강만수 금융지주회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의 얼굴이 밝지 않다. 이번 임기 내 민영화가 물 건너가서다. 한숨만 연신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다 못해 해맑기까지 하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영화에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면서 꿈에 그리던 ‘메가뱅크’가 가시화 된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주창해 온 ‘메가뱅크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기 때문이다.

정부,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 사실상 포기
우리금융 인수로 방향 틀어 “메가뱅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포함한 산은금융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한 것.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 점포가 50개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낮은 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상황마저 여의치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민영화 현 정부
임기 내 어렵다”

산은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악화일로로 내달리면서 순위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결국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매각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산은 민영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힘 센 회장님’이 산은금융에 당면한 민영화 등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길 바라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금융기관인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합쳐지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방안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규모 50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뱅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강 회장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꿈 꿔오던 메가뱅크의 탄생이 가시화 된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MB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창해 왔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강 회장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을 통합해 자산 500조원, 세계 40~50위권의 초대형은행을 설립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 의지를 접어야 했다. 메가뱅크 설립으로 금융리스크를 키워 대형 금융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가뱅크 논란은 물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강 회장이 은행권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메가뱅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여기에 강 회장이 우리금융 매각입찰로 선회하면서 메가뱅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힘을 더해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 말대로라면 우리금융 매각 입찰은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공고될 수 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주회사법도 손질될 전망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지분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보 지분 57%를 인수하고 여기에 나머지 지분 38%를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인수지분 비율을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의 예보지분만 인수하면 된다. 그만큼 인수자금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산은금융도 넋 놓고 있지는 않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2013년까지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이 지금의 100%에서 6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산은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 후 지분의 상당량을 시장에서 매각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산업은행법 부칙엔 산은금융 민영화 시점을 2014년 5월 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1주 이상 매도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산은금융은 전국 영업점 수 912개인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강력한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게 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4위 우리투자증권을 합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합병 후 상장으로
정부 지분 60%

특히 산은금융은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지분의 상당량을 외국계 투자자에 매각한 중국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 모델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먼 얘기지만 상장 후엔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에도 지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타 금융그룹으로의 민영화에 반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의 인수시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격앙된 모습이다. 굳이 산은금융이 아니더라도 인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둘러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자체 사전조사 결과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관련법을 조금만 완화해 주면 국유화하지 않고도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노조들도 입장은 같다. 그러나 사측보다 훨씬 강경하다. 인수가 추진될 경우 투쟁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측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공룡 국유화 은행을 만들어 관치금융을 확대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 대선 후 특혜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은행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연계해 반대 투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도움, 지주회사법 손질…“여건은 좋아”
‘국유화’ 우려, 우리금융 반발 등 ‘산 넘어 산’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우선 두 곳 다 국책은행이란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치논란만 야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거대 국유 금융기관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먼저 산은이 차입금 등을 활용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100% 상환을 보증하는 방식인 만큼 결국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셈이 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정부 소유의 대형 국책은행이 생기는 게 아니냐며 은행의 ‘국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되면 정부 지분이 80% 이상 되는 대형 국책은행이 만들어 지게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공약인 산은 민영화는 어디로 가고 ‘강만수 금융지주회사’가 나오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일 산은금융이 밝힌 대로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자본금 30조원짜리 회사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너지 취약 할 것
경쟁 방식도 문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기업금융이 주된 업무인 산업은행과 소매금융을 주로 하는 우리금융의 합병 자체는 일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업무 중복문제와 국책은행간의 조직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는 취약하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방식이 경쟁입찰이 아니란 것도 문제다. 일방적인 인수로 몰아갈 경우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최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악화된 데다 외환은행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추진할 동력이 약하단 말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초대형 국책은행이 나오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무엇 보다 MB정권이 말기로 진입한 점이 부담이다. 게다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에서 무리하게 메가뱅크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메가뱅크 반대여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 인수가 자칫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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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