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에 표정관리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500조 규모 ‘강만수 금융지주회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의 얼굴이 밝지 않다. 이번 임기 내 민영화가 물 건너가서다. 한숨만 연신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다 못해 해맑기까지 하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영화에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면서 꿈에 그리던 ‘메가뱅크’가 가시화 된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주창해 온 ‘메가뱅크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기 때문이다.

정부,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 사실상 포기
우리금융 인수로 방향 틀어 “메가뱅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포함한 산은금융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한 것.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 점포가 50개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낮은 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상황마저 여의치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민영화 현 정부
임기 내 어렵다”

산은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악화일로로 내달리면서 순위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결국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매각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산은 민영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힘 센 회장님’이 산은금융에 당면한 민영화 등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길 바라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금융기관인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합쳐지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방안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규모 50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뱅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강 회장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꿈 꿔오던 메가뱅크의 탄생이 가시화 된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MB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창해 왔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강 회장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을 통합해 자산 500조원, 세계 40~50위권의 초대형은행을 설립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 의지를 접어야 했다. 메가뱅크 설립으로 금융리스크를 키워 대형 금융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가뱅크 논란은 물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강 회장이 은행권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메가뱅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여기에 강 회장이 우리금융 매각입찰로 선회하면서 메가뱅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힘을 더해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 말대로라면 우리금융 매각 입찰은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공고될 수 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주회사법도 손질될 전망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지분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보 지분 57%를 인수하고 여기에 나머지 지분 38%를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인수지분 비율을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의 예보지분만 인수하면 된다. 그만큼 인수자금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산은금융도 넋 놓고 있지는 않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2013년까지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이 지금의 100%에서 6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산은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 후 지분의 상당량을 시장에서 매각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산업은행법 부칙엔 산은금융 민영화 시점을 2014년 5월 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1주 이상 매도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산은금융은 전국 영업점 수 912개인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강력한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게 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4위 우리투자증권을 합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합병 후 상장으로
정부 지분 60%

특히 산은금융은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지분의 상당량을 외국계 투자자에 매각한 중국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 모델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먼 얘기지만 상장 후엔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에도 지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타 금융그룹으로의 민영화에 반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의 인수시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격앙된 모습이다. 굳이 산은금융이 아니더라도 인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둘러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자체 사전조사 결과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관련법을 조금만 완화해 주면 국유화하지 않고도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노조들도 입장은 같다. 그러나 사측보다 훨씬 강경하다. 인수가 추진될 경우 투쟁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측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공룡 국유화 은행을 만들어 관치금융을 확대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 대선 후 특혜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은행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연계해 반대 투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도움, 지주회사법 손질…“여건은 좋아”
‘국유화’ 우려, 우리금융 반발 등 ‘산 넘어 산’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우선 두 곳 다 국책은행이란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치논란만 야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거대 국유 금융기관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먼저 산은이 차입금 등을 활용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100% 상환을 보증하는 방식인 만큼 결국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셈이 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정부 소유의 대형 국책은행이 생기는 게 아니냐며 은행의 ‘국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되면 정부 지분이 80% 이상 되는 대형 국책은행이 만들어 지게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공약인 산은 민영화는 어디로 가고 ‘강만수 금융지주회사’가 나오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일 산은금융이 밝힌 대로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자본금 30조원짜리 회사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너지 취약 할 것
경쟁 방식도 문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기업금융이 주된 업무인 산업은행과 소매금융을 주로 하는 우리금융의 합병 자체는 일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업무 중복문제와 국책은행간의 조직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는 취약하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방식이 경쟁입찰이 아니란 것도 문제다. 일방적인 인수로 몰아갈 경우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최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악화된 데다 외환은행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추진할 동력이 약하단 말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초대형 국책은행이 나오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무엇 보다 MB정권이 말기로 진입한 점이 부담이다. 게다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에서 무리하게 메가뱅크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메가뱅크 반대여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 인수가 자칫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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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