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중학생 집단구타사건’ 전말

맞은 사람은 ‘엉엉’ 때린 사람은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 12월 대구서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중학생 권모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서에 드러난 가해자들의 잔인한 행각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맞은 사람은 괴롭고 때린 사람은 반성하지 않는다. 전북 고창서 일어난 구타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전북 고창서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중학교 3학년 A군. 이 사건에는 고창 주변 네 군데 고등학교 학생들과 성인들이 연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A군은 고등학교 2학년 K군 등에게 지난 2월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의 허벅지는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부었고, 갈비뼈는 부러졌다. 또 머리 정수리 부근이 찢어져 꿰맨 상태다.

현재 진행형인 학교폭력

집단폭행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달 31일.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그때까지 A군이 고등학생 형들에게 집단으로 맞았다는 사실은 어머니만 알고 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지난달 24일 K군과의 전화통화서 “아이를 더는 괴롭히지 말아달라. 지금 그만두면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K군은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문제는 통화 이후 일주일이 지난 3월31일, 해당 사건 관련자들이 A군의 집 앞에서 “지금 당장 내려와라” “내려오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A군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관련자들은 아들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돌아온 어머니가 보이자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 중이던 A군의 아버지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집 앞에 있던 관련자들의 자동차를 추적했고, K군과 관련자 2명은 같은 날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A군의 삼촌인 B씨에 따르면 조사를 받은 3명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A군의 아버지는 “직접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뿐 아니라 방관자들까지 서로 입을 맞추고 있다”며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학생 한 명에게 덮어씌우려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교선배들 15세 학생 무차별 폭행
성인까지 개입된 사실 알려져 충격

피해자 A군과 관련자 K군은 공원서 축구를 하다가 친해졌다. A군은 휴대전화에 K군의 이름을 ‘울 사랑하는 ○○형’이라고 저장해놓고 있었다. K군과 가까워지면서 A군은 그의 지인들과도 관계를 맺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A군은 나이 많은 형들과 지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폭행은 K군으로부터 시작됐다.
 

폭행이 시작된 건 지난 2월이었다.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극장에 간 A군은 보려던 작품이 매진된 것을 알고 PC방으로 향했다. 그사이 K군은 그가 영화관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영화관에 있다더니 거짓말을 한다’며 근처 노래방 화장실로 끌고 가 때리기 시작했다.

3월16일에는 K군의 집에서 폭력행위가 있었다. A군은 당시 ‘땡땡이’ 상태였다. K군과 친구들은 ‘A군이 학교를 빼먹었다’는 이유로 집에 끌고 가 구타했다. 같은 날 A군은 노래방 화장실서도 두들겨 맞았다.

해당 노래방 사장은 “때리고 맞는 상황을 직접 본 건 아니다”면서도 “A군이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당시 해당 노래방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이들의 폭력행위가 절정에 달한 건 다음 날인 17일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형들을 만난 A군은 술을 먹자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A군을 포함해 자리에 있던 관련자가 미성년자라 술을 살 수 없자 이들은 동네 지인(24)에게 부탁해 와인과 소주, 맥주 등을 구입, 공원으로 이동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신 후 A군은 부모님이 모임 중이던 동네 식당으로 향했다. 그 과정서 K군이 친구의 휴대전화를 이용, A군에게 연락해 “잠시 만나자”고 제안했다.

동네 책방 근처서 K군을 기다리던 A군 앞에 한 대의 자동차가 나타났다. 차에는 K군과 그의 친구들, 운전을 하던 남자(23) 1명 등 총 5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가기 싫다는 A군을 억지로 차에 태워 고창읍에 있는 등산로인 전불로 데려갔다. 산에 끌려간 A군은 K군과 그의 친구 등 최소 3명에게 손과 발, 각목으로 추정되는 물체로 맞았다.

구타의 이유는 ‘A군의 거짓말’이었다.

“소년원에 3년 다녀왔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중3이 아니고 고3이다” “서울에서 깡패 생활을 했다” 등 거짓말로 자신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B씨는 “조카가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장’이라는 방어막을 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폭행은 산에서 끝나지 않았다. A군은 관련자 6명과 함께 자동차로 근처 풋살경기장까지 이동했다. 자동차에는 A군을 포함 총 7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자동차 뒷좌석 가운데 A군을 두고 양옆에 두 사람씩 앉았다. 이 때 A군은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풋살경기장에 도착한 이들은 그 자리에 있던 일행 중 1명에게 A군과 일대일로 싸움을 하라고 지시했다.

피의자 입 맞추고 덮어씌우고
반성의 기미 전혀 없어 ‘분통’

A군이 싫다고 거절하자 이번에는 두 사람을 향한 폭행이 시작됐다. 구타가 계속되자 지목을 받은 K군의 친구는 결국 A군을 때렸다. 당시 A군과 싸웠던 그는 사건 발생 후 B씨와 전화통화서 “저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K군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고 처벌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K군이 학교서 ‘(A군에게) 합의금을 준 만큼 때리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A군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다. A군은 7세 무렵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이른바 ADHD 진단을 받았다. A군이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학생들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집단의 잔인성은 A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 극에 달했다. 6학년 선배들이 A군의 옷을 벗기고 그 상태로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세워놓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A군은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고, 경찰 조사도 진행됐지만 실질적으로 결론이 나온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폭행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일도 없었다.


B씨는 “(고창이) 지방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며 “당시에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에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학폭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A군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사건에서 진상 조사가 명확히 이뤄졌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학폭위는 유명무실

B씨는 “조카도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학교도 땡땡이 치고, 술을 마시는 등의 행동을 했다. 나나 형님(A군의 아버지)도 조카의 그런 행동에 처벌이 필요하다면 해 달라고 말했다”며 “그래야 가해자들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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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