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인문 별세, 44년 연기인생 재조명

대중을 품에 안은 ‘따뜻한 배우’

원로배우 김인문이 암투병중 세상을 떠났다. 김인문은 지난 4월25일 오후 향년 72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2005년 뇌경색을 앓으며 투병 중이었지만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을 마치는 등 배우로서 열정을 잃지 않았다. 서민 연기의 1인자답게 지난 44년 동안 정감 넘치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김인문의 연기인생을 돌아보았다.


1967년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75편 영화 출연
“무대에서 죽고 싶다” 끝까지 연기투혼…후배양성도

1939년생인 고인이 배우가 된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다. 

동국대학교 농업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경기도 김포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끼를 주체할 수 없었고 무일푼으로 상경, 김수용 감독을 찾아갔다. 1년 넘도록 김수용 감독의 뒤를 쫓았고, 1967년 김수용 감독의 작품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하면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놨다. 한 청년의 꿈을 향한 집념이 이뤄낸 성과인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서 죽어야 한다”고 늘 말했던 김인문은 34세 늦깎이 배우로 신고식을 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수많은 명작의 주, 조연으로 활동을 펼쳐왔다.

김인문은 1990~2007년 방송된 장수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정감 넘치는 아버지로 출연해 국민 아버지로 자리매김했으며 그 외 드라마 <가시나무 꽃> <맛있는 청혼> <저 푸른 초원 위에> <내 인생의 콩깍지> <천생연분> <4월의 키스>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또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물보라> <바람 불어 좋은 날> <저 하늘에도 슬픔이> <비 오는 날 수채화>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해적, 디스코 왕 되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바람난 가족> <어린 신부> <신부 수업> 등 75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한국장애인방송인협회 설립

고인의 열정은 병마가 드리운 순간에도 여전했다.

고 김인문의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05년. 고인은 그 해 8월 중풍으로 쓰러져 수개월 간 병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꾸준한 재활치료로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이후 2007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영화 <독 짓는 늙은이>에도 출연했다. 2009년에는 한국장애인방송인 협회를 설립, 회장을 역임하며 장애인들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장애인 배우 양성에 전심을 기울인 김인문은 오는 5월 방영될 SBS 드라마 <유쾌한 삼총사>에 제자 강민휘와 길별은에게 연기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쾌한 삼총사> 시사회가 있던 지난 4월25일 사망하고 말았다.

네티즌들은 “어렸을 적부터 TV에서 많이 뵈었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인문선생님 당신의 열정과 감동 구수한 인간애가 있던 연기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 “또 한분의 명연기인이 떠나셨네요. 아쉽고 또 아쉽다” 등 애도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민 연기의 1인자

작품을 통해 보여준 서민적인 친근감과 질박한 인생사에서도 한 줄기 따뜻함을 그려낸 고인은 그야말로 대중을 품에 안은 따뜻한 배우였다. 또 고인이 드라마 속에서 선보였던 독특한 말투는 일부 개그맨들의 성대모사 소재로 애용되기도 했다. 그만큼 뚜렷한 색깔의 연기행보를 보여줬다.

탤런트 이효정은 “김인문 선배님은 좋은 스승이자 좋은 선배셨다. TV에서 보이던 푸근한 인상처럼 후배들에게도 늘 푸근하셨다.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서민적인 이미지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셨다”며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후배로서 섭섭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아가시기 전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끝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시고 끝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다. 생각할수록 아깝고 안타깝다”며 “살아 생전에도 후배들을 잘 챙겨주셨다. 저희도 선배 뒤를 따라 열심히 연기의 길을 가겠다. 저희에게 힘을 북돋아주시고 후일 좋은 곳에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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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