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메디앙스가 ‘정신줄’을 놓고 있다. 아예 혼이 쏙 빠진 모양새다. 유야용 물티슈에 곰팡이가 나와서다. 여기에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성난 엄마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령메디앙스가 물의를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영유아용품 기업인 보령메디앙스의 유아용 물티슈 제품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아기 엄마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보령메디앙스의 아기전용 물티슈 ‘닥터아토 소프트’ 제품에서 군데군데 검은 점이 번져있고, 때가 탄 듯한 곰팡이가 잇달아 발견됐다. 문제의 제품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말까지 생산된 것으로, 대형마트 등에 6개 묶음 형식으로 납품돼 소비자들에게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토피 유발됐다”
보령메디앙스는 이 제품을 ‘항균 및 피부보호 기능은 물론 아토피성 건성 피부를 보이는 아기들을 위한 물티슈’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보령메디앙스의 주장은 무색해졌다. 저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 곰팡이는 아토피는 물론 피부질환,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혀온 때문이다.
실제, 육아카페를 중심으로 “문제의 물티슈를 사용한 뒤 아토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물티슈를 바꾸니 아토피가 사라졌다”는 등의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각각의 게시물에 달린 수많은 공감글들은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적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엄마’들의 반발은 불만은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조짐까지 감지될 정도다. 곰팡이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보령메디앙스가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제품 회수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 때문이다. 덕분에 해당기간에 생산된 제품들은 마트 진열대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소비자들 마음에는 불신이 자리를 잡았다.
소비자에 알리지 않고 제품 회수에만 급급 은폐 의혹
‘석면파우더’ ‘불소증 치약’…“더는 못참아” 불매운동 조짐
이번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서야 보령메디앙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제조된 상품을 보내주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마저도 곰팡이와 관련된 내용은 쏙 빠져있었다. 이로선 엄마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보령메디앙스는 홈페이지에 곰팡이 물티슈와 관련한 사과문을 띄우며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성난 모심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령메디앙스가 물의를 빚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령메디앙스는 지난 2009년 4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되는 석면은 발암성이 확인된 후 점차 사용이 줄고 있으며, 10년 이상이 흐른 뒤에야 유해성이 나타난다는 이유에서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고 있다. 석면은 피부로 흡수되진 않지만 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들이마실 경우 염증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보령메디앙스의 파우더는 아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라도 한두 개씩 갖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이점을 고려하면 그 동안 수많은 유아들이 발암물질이 함유된 베이비파우더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셈이다.
“방부제 제거하다…”
어린이용 치약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먹어도 안심할 수 있다’며 어린이용 치약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것. 어린이들이 치약을 자주 삼킬 경우 이·뼈·신장·신경계·생식계 등에 이상이 생기는 ‘불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령메디앙스는 매서운 비판과 마주해야 했다.
이쯤 되니 엄마들의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것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엄마들의 분노는 보령메디앙스의 주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티슈에서 곰팡이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보령메디앙스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현재 보령메디앙스의 주식은 전일대비 1.27% 하락한 1만1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보령메디앙스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해당제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비자들의 신고가 있었다”며 “방부 성분을 제거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구차한 설명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