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기를 하고 있다. 곳곳에서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농민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동반 상승한 면세유 가격 때문이다.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부 농민들 사이에선 공사판에 나가는 게 낫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건 농협의 면세유 관리 횡포다.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농민들로서는 더욱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관리 수수료 명목 2% 떼가 농민 불만 고조
카드수수료 1.5%까지…그럼에도 관리 허술
리비아 사태 등으로 두바이유 가격이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첫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가는 전주보다 21.8원 오른 리터당 1878.4원이었다. 특히 휘발유가와 경유가는 지난해 10월 둘째주 이후 21주 내내 상승세를 지속했다.
면세유가 상승
농업용 면세유도 동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유소에서는 한 드럼(200리터) 당 22만원선에 거래됐다. 이는 한 달 사이 1만원 정도 뛴 가격으로 2008년 8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름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당장 논갈이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지만 트랙터를 끌고 나가기 두렵다는 전언이다. 농사짓는 것보다 공사판에 나가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낫겠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자신들의 권익 대변 기관이라 믿어왔던 농협의 면세유 관리 횡포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4년부터 단위농협의 자율에 맡긴다는 전제로 취급수수료 2% 징수하기로 했다. 농민들은 불만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농협이 면세유를 독점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농업용 면세유류 공급요령’을 개정, 면세유전용 신용카드(BC카드)를 도입하면서 모든 농가의 면세유를 이 카드로 거래토록하고 카드수수료로 1.5%를 부과했다. 1.5%의 카드수수료 가운데 0.8%는 카드회사에, 0.7%는 지역농협이 가져간다.
면세유 가격이 1100원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1.5%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할 경우 농민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한 드럼(200리터) 당 7800원이 넘게 된다.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전 조합이 의무적으로 징수토록 할 방침이었지만 농민단체의 반발에 지역농협 재량에 따라 징수토록 했다”며 “현재 전국 단위 농협 중 90%는 취급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면세유 전용카드는 농업용 면세유류의 부정유통과 과도한 난방기 설치나 등록을 방지하고 실 소요량에 맞는 면세유류를 공급,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방편으로 1.5%는 최저 수준의 수수료”라고 덧붙였다.
실제, 면세유 전용카드는 과거 사망자의 명의로 싼값에 공급받은 면세유를 시중에 비싸게 파는 등 끊이지 않는 비리에 대한 방지책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 같은 장치를 도입한 뒤에도 면세유는 여전히 ‘줄줄’ 새고 있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포천시 감사실은 보조금 감사과정 중 농협중앙회 포천시지부(이하 포천시지부)가 2006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사망한 농민 456명에게 면세유를 공급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또 지난 2009년 8월에는 전북 익산의 양계업자와 농민 등 14명이 농작물 생산실적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면세유 수십억 원어치를 빼돌렸다 검찰에 덜미가 잡혀 처벌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7월에는 농기계에 사용해야 할 면세유를 승용차나 보일러 기름으로 쓰고, 남은 면세유를 주유소에 팔아넘긴 일당 41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농협 “우리도 억울”
결국 면세유 전용카드는 아무런 실효도 거두지 못한 채 농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농민들로서는 취급수수료와 카드수수료를 챙겨가면서도 면세유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농협이 달가워 보일 수 없다. 때문에 농가 곳곳에선 이와 관련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농협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국 단위 농협으로 뻗어있는 광범위한 조직망을 일일이 챙길 수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면세유 관리가 특별한 수익사업도 아닌데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떠맡기다 시피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게 농협 측의 항변이다.
농협중앙회 측 관계자는 “면세유 관련 전국 2000여개의 지점과 100여개의 주유소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할 수만 있다면 업무 자체를 다른 기관으로 이양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