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막바지 “승자의 저주 가시화 되나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 불편한 진실 내막

기발행회사채 2조2500억원 더하면 총 3조6100억원
유상증자분 ‘전략 투자자’는 없고 헤지펀드로 조달
상환 가능한 액수 연 136억원…승자의 저주 우려
노조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에 특혜를 주고 있다”

외환노조가 시청 앞에 모여 비장한 촛불을 밝혔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수 작업은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다. 포기할 법도 한데 어째서 이들은 끝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걸까. 이들의 처절한 외침에 귀 기울여봤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현재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수에 착수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작업이 완료되는 셈이다. 이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 인수 과정을 들여다보면 미심쩍은 점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인수 자금의 적정성과 그에 따른 ‘승자의 저주’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자금은 내부 조달 45%(2조2059억원), 유상증자 30%(1조4601억원), 회사채 25%(1조2000억원)로 구성돼 있다.

항목별로 보면, 내부 조달은 당기 순익 7168억원의 하나은행에서 1조9342억원, 옵션쇼크로 760억원의 손실을 봤던 하나대투증권에서 2717억원의 배당을 끌어냈다. 나머지는 외부 자금으로 충당했다. 그중 절반이 회사채다. 기발행 회사채 2조2500억원을 더하면 하나금융의 총 회사채는 3조6100억원에 달한다.

인수 자금 적정성 동반 부실 우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분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당초 사모펀드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본금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의 투자자가 사모펀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금융이 공시한 투자자 리스트에 따르면 36개 투자자들 중 27개가 자금 출처를 파악할 수 없는 사모펀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5곳이 투기이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다. 헤지펀드는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해왔다.

이들 헤지펀드에게는 총 1519만5000주가 배정됐다. 금액은 전체의 44.5%인 6503억원이다. 투자 금액이 큰 페리캐피탈, 오크-지프캐피탈, 웰링턴, 오처드 등은 악명 높은 헤지펀드다. 특히 페리캐피탈과 오크-지프캐피탈의 경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우량 기업을 도산시킨 주범으로 유명하다.

이는 론스타를 다수의 헤지펀드로 대체한 형국이다. 론스타라는 외국 투기 자본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더 많은 투기 자본을 국내에 유입하는 길을 열었다. 제2의 ‘론스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상환 능력을 들여다보면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하나은행의 5년 평균 연수입 2792억원에서 연지출 2656억원을 빼면 상환 가능한 액수는 연 136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외환은행의 연수입을 포함해도 1120억원에 불과하다. 외부 자금을 갚아 나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 초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M&A의 악몽 ‘승자의 저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일제히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혜경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시중은행 가운데 경영 실적이 가장 부실하고 재무 구조가 취약한 은행이 거액의 외부 차입금을 동원하여 우량 은행을 인수하는 사례로 정의했다.


조 교수는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은행산업 성장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지만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은 불투명하다”며 “차입금 상환 부담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의 자체 내부 평가에 기초한 자산 건전성 관리 및 자기자본비율 규제는 금융위기의 선제적 예방 및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은행권의 부채 구조에 대한 규제당국의 감시 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역시 “하나은행은 현재 1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유일한 은행인데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고액 배당과 차입금 부담으로 인해 인수 후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째서 외환노조와 전문가들은 이처럼 ‘승자의 저주’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 이유는 ‘승자의 저주’가 엄청난 불행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 3조원 가량을 산업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이 발목을 잡으면서 대우건설을 다시 내뱉는 동시에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결정타가 됐다. 무리한 조건으로 외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주범 유상증자에 참여

한화그룹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해 포스코, GS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갤러리아백화점, 한화리조트 등 전 계열사의 자금을 총동원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자칫 무리한 인수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한화그룹은 당시 3000억원의 계약금을 날렸으나 인수를 밀어붙였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 밖에 2006년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2007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부실에 따른 부담을 공적 자금 등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무리한 외형 확장 자제, 건전 내실 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규모에 집착한 은행 대형화는 자칫 대형 부실에 따른 국가부도 등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규모 이전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대형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우선이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또한 “덩치만 키우는 은행 대형화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은행 대형화를 위한 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은행 대형화에 대한 비판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OECD는 물론,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등에서도 은행 대형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다.

대형화는 더 이상 금융권의 트렌드가 아니다. 우리 금융권의 화두는 내실 경영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행보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회장이 금융계의 흐름을 거스르고 ‘규모’에 목을 매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 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다. 정 원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김 회장의 임기 내의 업적 달성을 위한 시나리오로 봤다. 정 원장은 “더구나 대통령과의 관계 등 정치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적어도 임기 중 무리한 인수 합병으로 비판받을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소장은 인수합병을 둘러싸고 있는 담합 의혹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 론스타, 하나금융의 이해 일치로 인한 담합의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시비 등 과거 정책 실패의 무마, 론스타는 조기에 최대의 이익 확보, 하나금융은 1위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밀실, 특혜 의혹 등을 키우고만 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의 해외 밀실 협상 이후 금융 당국에 사후 통보를 한 일이나, MOU 발표 열흘 만에 실사도 없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일은 다른 금융사에게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 당국 밀실, 특혜 의혹 키워

외환노조 측 관계자는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 승인도, 대금 지급도, 이사회 관련 절차 등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환은행장 교체를 언급하는 등 오만방자한 작태를 보여 왔음에도 금융 당국은 제재나 경고는커녕 하나금융 측 일정에 심사 진행을 맞춰주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외환노조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심사를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 ▲하나와 외환은행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론스타 과세에 대한 법적 보전조치를 취해야 할 국세청 ▲하나금융의 매매 대금 허위 공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등의 특혜 의혹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외환노조 측 관계자는 “이 중 단 한 곳만 상식적인 조사를 벌여도 이번 인수는 성립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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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