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권 위해서라면 ‘수위’라도 하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 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여섯 번째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형님 정계은퇴 촉구, 국정원 인사 비밀회동설 휘말려 화제
4·27 재보선 필승 전략은 야권 연대 “과감한 양보 필요하다”

최근 정가 안팎의 시선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일축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이유에서다. 여기에 박 원내대표가 국정원 고위 인사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의 수위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정치 이슈를 비롯해 성큼 다가온 4·27 재보선에 대한 이야기와 얼마 남지 않은 원내대표 임기, 연말에 있을 조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도전 여부까지….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며야 했던 지난 2일 박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를 끝까지 챙기고서야 돌아온 그를 원내대표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장 오늘 아침 전해진 소식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 호텔에서 국정원 고위 인사와 비밀 회동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 전혀 (사실이) 아니다.

- 당시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인가.
▲ 에리카 김 때문에 기자들이 잠복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 사람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대화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다. 내가 평소에 하던 말들로 간헐적으로 듣고 짜 맞추기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분위기를 바꿔 목전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민주당은 어떤 전략으로 재보선을 준비하고 있나.
▲ 민주당뿐만 아니라 모든 야권이 하나의 전략을 갖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승리하는 야권 연합연대가 필수적이다. 야권은 지금까지 연합연대를 지켜왔고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에도 모두 함께 논의해서 승리의 길로 가도록 노력할 것이며, 산술적인 연합연대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것이다.
 
강원도로 당력 집중
“제 3후보 나설 수 있다”

- 민주당이 ‘순천 무공천’을 거론해 화제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순천 무공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연합연대 논의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한 양보가 필요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순천과 김해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야권 연대를 해야 승리할 수 있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결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단의 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손학규 대표가 전남 의원들과 7시부터 조찬을 함께 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이 중 화력을 집중하기로 ‘선택’된 곳이 강원도지사 선거로 보이는데, 강원도 수성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민주당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구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다.
특히 강원도는 3년간 성실한 의정활동과 MBC 사장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언노련위원장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일했던 최문순 의원과 백전노장 조일현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후보를 선출하고 당력을 집중해 지원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20대부터 40대, 50대 초반의 강원도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드시 강원도를 지키고 이광재 전 지사를 찾아오겠다.
 
- 오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강원도지사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엄 전 사장은 만만치 않은 후보인데….
▲ 엄 전 사장은 100m 미인이다. 멀리서 보면 ‘엄기영’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리더십이 없다. 최문순 의원과 조일현 전 의원, 그리고 또 한 명의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 강한 경선을 해서 흥행을 이끌어 낼 것이다. 

형님 정계 은퇴 촉구
“기립박수 터져 나오더라

- 4·27 재보선도 결국 정권 교체를 위한 한걸음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이명박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 연합연대를 통해서 후보를 단일화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연합연대는 승리가 목표이기 때문에 여러 정당의 후보들이 공정한 방법을 통해 가장 확실한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리고 견제와 감시라는 야당의 본분을 다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의 실패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은 ‘그래서 민주당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고 지지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때로는 충돌하고 부딪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지도부에 항상 ‘개인이 아닌 당원을 보고, 계파가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훌륭한 인물들이 민주당원의 존경과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면 반드시 정권 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

-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현 정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 대통령 따로, 국민 따로의 실패한 3년이었다. 대통령은 ‘할 만하다’고 했지만 국민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고물가, 구제역, 전월세 대란, 실업난으로 국민들은 먹고 입고 잠자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BBK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국민들이 ‘경제는 잘하겠지’ 하는 기대로 당선시켰는데 지금 국가 채무는 제2의 IMF 사태를 우려할 정도로 엉망이다. 교류 협력으로 발전하던 남북 관계도 ‘불바다’ ‘몇 배의 응징’ 등 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와 야당의 충고를 새겨듣고 남은 임기를 성공하는 2년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 다양한 정치 현안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중에서도 개헌 논의와 관련,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앞으로 개헌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건가.
▲ 개헌은 이미 실기했고 명분도 없다. 물리적으로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개헌을 추진하면 민생 문제 등 모든 국정 현안이 개헌의 블랙홀에 빠져버린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서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혈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통일된 안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개헌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일부 개헌 추진론자들도 하루빨리 개헌의 미몽에서 깨어나 민생 대란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보살피는 국정을 펼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촉구한다.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왜 ‘지금’ 정계 은퇴를 촉구하게 된 것인지 듣고 싶다.
▲ 그 내용은 이미 대표연설에서 모두 밝혔기 때문에 또다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는 언론 보도나 트위터,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의 충분한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길인지 잘 알 것으로 믿는다.


- 이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자 본회의장에 소란이 일었었는데….
▲ (실제로는) 별 소란이 없었다. 장제원·이병석·강석호·이은재 의원 등 다섯 명 정도만 항의했지 나머지 분들은 가만히 있었다. 소리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앉으라고’ 지른 것이었으니, 정리해 보면 ‘한나라당이 손가락질하고 효과음은 민주당이 낸 격’이다. 발언이 끝나니, 국가원수 앞 외에는 기립박수를 치지 않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더라. 
 
파란만장 원내대표 1년, 정권의 저격수 역할 ‘톡톡’
당권 도전? “지금은 원내대표 직분에 충실할 때”

- 남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고 갈 수 없다.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희망했는데, 성사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 어떤 경우에도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놔서는 안 되고,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TV 대화와 3·1절 기념식에서도 ‘북한과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했기 때문에 이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또한 대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모두 상대방을 대화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북한은 ‘불바다’ ‘조준 격파 사격하겠다’고 과민 반응을 하고 우리는 대북 삐라를 살포하면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북한도 민감할 필요가 없고 우리도 자제해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루속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5월이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4·27 재보선 일정 등으로 봤을 때 이제 ‘곧’인데, 그 때까지 꼭 이뤘으면 하는 것이 있나.
▲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3년 연속 예산안과 법안 날치기에 항의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다가 4대 민생 대란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외면할 수 없어 2월 국회를 민생 국회로 만들기 위해 등원했다. 따라서 2월, 3월 국회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한상률 게이트,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와 부조리에 대해서도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4월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 어떤 원내대표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가.
▲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고 집시법 개정 저지로 1500여 명의 촛불 민주 시민도 지켜냈다. 철저한 인사 청문회로 총리와 감사원장, 검찰총장, 장관 2명 등 5명을 낙마시켰고 민간인 불법 사찰, 영포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정권의 부도덕성을 파헤치면서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또한 비대위 대표로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한 전당대회를 순조롭게 치러냈다. 이 모든 것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서 벽돌 하나라도 놓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열정을 바쳐 해 왔다.
원내대표로 지난 1년간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고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정권 교체라는 희망의 싹을 틔운 기간이었기를 기대한다.

차기 당권 도전?
“지금은 직분에 충실할 때”

- ‘대화 정치’를 강조했던 여당 파트너 김무성 원내대표와의 1년을 평가한다면.
▲ 김무성 대표와는 여야 원내대표로서 각자의 입장이 있고 김 대표는 정치가 무엇인지 아는 분이다. 그래서 여야 간에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김 대표와 협상을 통해 비교적 대화로 잘 해결해 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와 날치기 법안으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성공한 집권 경험을 가진 성숙한 야당이고 저 스스로 청와대와 정부에서 국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회를 무시한 처사는 큰 오점이었다고 생각한다.

- 여야의 파트너십은 어떠했다고 보나.
▲ 한나라당이 자주적 입장에 있는 권력 구조가 아니다. 청와대의 지배가 강하다. 그런데 청와대와 대통령은 국회를 경시, 무시하고 귀찮은 존재로 치부한다. 대화를 해 봐야 결국 청와대의 생각이 중요하게 행동으로 나타나니 딱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 민주당은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연말 즈음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기 당권에 대한 의중을 듣고 싶다.
▲ 원내대표 임기가 5월 둘째 주까지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오로지 원내대표 직분에 충실할 때다.
평의원 때나 정책위의장, 원내대표일 때도 한결같이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수위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일해 왔다. 제 마음속에는 오직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지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리=장미란 기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