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25)보령그룹 김은선

여식 무한사랑…회장님은 ‘딸바보’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스물다섯 번째 주인공은 보령그룹 김은선씨다.

‘딸만 넷’ 장·4녀 경영 전면… 나머진 전업주부
사실상 승계 작업 마무리 “주력사 나눠 핸들링
”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 칸다신사에 위치한 묘진회관. 김승호 보령그룹 회장의 자서전과 경영 에세이를 묶은 전자책 <마이 드림, 헬시 소사이어티(My dream, Healthy society·나의 꿈, 건강한 사회)>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김 회장은 일본 경제인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자신의 후계자들을 소개했다. 바로 두 딸이다. 김 회장은 다음 날 열린 일본 경영인들과의 만남에도 두 딸과 동행,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했다.

2003년부터 실권 행사

올해 79세인 김 회장은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서서히 그 시기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이번 두 딸과 함께 한 일본행의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도 경영 승계에 대해 스스럼없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공적인 영역으로 회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는 꼭 필요하다”며 “순리대로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딸의 경영 능력에 대해선 “모두 경영을 잘 하고 있다”며 “어떤 때는 (나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아들이 없다. 부인 고 박민엽 여사와 사이에 4녀(은선-은희-은영-은정)만 있다. 이중 장녀 은선(53)씨와 막내딸 은정(42)씨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은선씨는 그룹 주력 기업을, 은정씨는 핵심 계열사를 맡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딸들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차녀 은희씨와 3녀 은영씨는 경영과 멀다. 이들은 각각 의사, 외교관과 결혼한 전업주부로 회사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령그룹은 김 회장의 두 딸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며 “장녀와 4녀가 2003년 김 회장으로부터 경영 실권을 사실상 넘겨받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그룹이 본격적인 2세 체제로 돌입한 것은 2년 전이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은선씨는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0년 보령제약 회장실 사장을 역임한 뒤 2001년부터 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다 2009년 1월 회장에 올랐다. 현재 보령제약 대표이사 외에도 (주)보령, 보령바이오파마, 비알네트콤, 보령수앤수 등의 계열사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은선씨에 대해 “그룹 혁신 활동인 ‘이노 비알(inno-BR)’을 주도하는 등 제약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씨도 언니 은선씨와 함께 그룹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은 후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맘사업본부장, 패션유통사업본부장 등 실무를 거쳐 2009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보령메디앙스 대표이사, 보령바이오파마 임원으로 있다.

지분도 이미 정리

회사 측은 “(은정씨는) ‘타티네 쇼콜라’ ‘오시코시’등의 의류 브랜드를 들여오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메디앙스를 유아업계 선두 기업으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지분도 이미 정리된 상태다. 김 회장의 주식이 딸들에게 넘어간 것.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보령의 최대주주는 은선씨로 45%를 갖고 있다. 이어 나머지 세 자매가 똑같이 15%씩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단 한 주도 없다. 은선씨는 보령제약(12.13%)과 보령바이오파마(0.4%) 지분도 있다. 보령그룹은 7개의 계열사가 있다.

건강식품과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주)보령은 ▲겔포스·용각산으로 유명한 보령제약(29.28%) ▲출산·유아용품 전문업체 보령메디앙스(24.68%) ▲백신과 제대혈 보관 사업을 하는 보령바이오파마(33.7%) 등의 자회사들을 직접 지배하고 있다. 그 밑으로 보령수앤수, 킴즈컴, 비알네트콤 등을 두고 있다. 은정씨는 25.22%의 지분율로 보령메디앙스 최대주주다. 보령메디앙스는 보령제약(5.32) 주요 주주로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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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