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새, 갈대 명승지와 함께하는 ‘맛기행’ ④ 경남 창원

'억새와 철새의 천국' 주남저수지의 가을을 만나다

주남저수지는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를 통칭하는 보통명사로 쓴다. 주남저수지가 403ha, 동판저수지가 399ha, 산남저수지가 96ha로 총면적 898ha에 이르며, 세 저수지는 수문으로 연결된다.

주남저수지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재앙이 되기도 했고, 선물이 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의 배후습지다. 배후습지는 홍수에 따른 범람원으로 자연제방 너머 생성된 습지를 말한다. 배후습지의 퇴적물은 실트, 점토 등으로 입자가 고와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낙동강이 홍수로 범람하면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되어 큰 피해를 봤다.

자연과 공존

일본인이 설립한 촌정농장은 1920년대 들어 주남저수지 일대를 농경지로 개간하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9km가 넘는 제방을 쌓았는데, 이것이 지금의 주남저수지다. 당시는 인근 마을 이름을 따 용산 늪(주남저수지), 산남 늪(산남저수지), 가월 늪(동판저수지)이라 했고, 주남저수지라 부른 것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주남저수지는 198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창오리 10만여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철새 도래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철새 탐조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연보호 구역 지정을 두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으로 거듭났다.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람사르문화관은 람사르협약과 습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전시 공간이다. 2층 에코전망대는 들판에 내려앉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을 가장 가깝게 탐조할 수 있어 인기다.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의 사계와 생태계를 디오라마로 연출했다.


람사르문화관 앞 제방을 따라 주남저수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탐방로 주변에 억새가 지천이고, 10월 말쯤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온 철새가 장관이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 큰고니 등도 이곳을 찾는다.

1980년대 자연보호 구역 지정 대립
식사와 가벼운 술을 곁들인 골목 여행

억새 군락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경계처럼 저수지와 제방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중간쯤에 2층 탐조대가 있다. 2층에 오르면 주남저수지와 백월산의 자태가 어우러진다. 주남저수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탐조 공간이다. 주남저수지 한가운데 버드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다. 이곳에 철새가 가장 많이 모여든다. 탐방로는 동판저수지와 경계가 되는 주남저수지 입구부터 수문까지 약 1.6km, 주남저수지 수문에서 산남저수지 경계에 위치한 용산마을까지 약 2.4km다.

수문을 지나면 산남저수지 방면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탐방로와 나란한 길에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 군락이 탐방객의 눈길을 끈다.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 코스모스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탐방로는 용산마을까지 연결되며, 용산마을에서 합산마을로 이어지는 제방을 따라 산남저수지의 풍경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코스모스 군락

동판저수지를 끼고 있는 무점마을에도 코스모스와 들녘이 어우러진다. 무점마을 주민이 2010년부터 가꿔온 코스모스 길로, 무점마을에서 판신마을로 이어지는 1.5km 제방 양쪽에 코스모스 군락이 펼쳐진다. 왼쪽은 동판저수지, 오른쪽은 김해시의 진영들이다. 람사르문화관에서 판신마을, 동월마을, 무점마을을 거쳐 동읍 소재지로 한바퀴 도는 동판저수지 둘레길(9.6km)이 조성되었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돌아봐도 좋다. 동읍사무소나 창원동중학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단감 수확 체험


창원시는 단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고장이다. 주로 동읍과 북면 일대에서 단감을 재배한다. 단감을 주제로 조성한 창원단감테마공원, 단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빗돌배기마을도 있다. 창원단감테마공원은 홍보관, 초가동, 감나무 밭 등으로 구성된다. 창원 단감의 역사, 감식초와 감잎차, 단감빵, 단감즙, 단감칩 등 단감으로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잔디광장과 초가동은 무료로 개방되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빗돌배기마을에서는 단감파이와 단감쿠키 만들기, 단감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맛있는 단감을 수확하려면 10월 말 이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오리궁’은 오리로스, 오리훈제, 오리탕 등을 낸다. 오리훈제는 참나무를 이용해 120∼130℃로 25분 정도 구워 기름기가 없고, 참나무 향이 그대로 배었다. 얼큰한 오리탕도 별미다.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커피&파스타여행’은 식사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스타여행에서는 신선한 제철 재료로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을 낸다. 커피여행에서는 직접 로스팅 한 커피는 물론, 각종 유화제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 유기농 밀로 만드는 와플,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발효 종으로 구운 빵을 선보인다. 커피&파스타여행은 좋은 재료를 이용, 커피 한잔을 마셔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창동예술촌과 인접한 부림시장 C동 지하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젊은이 12명이 모여 만든 ‘청춘바보몰’이다.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는 뜻으로, 빈 공간이 개성 있는 음식과 음료를 내는 먹거리 공간으로 탄생했다.

넘치는 열정과 맛 좋은 먹거리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에 맞는 메뉴 구성도 인상적이다. 한끼 식사나 가벼운 술 한잔 즐길 수 있어 창동예술촌 골목 여행과 곁들이기 좋다.

창동예술촌은 요즘 한복을 입고 골목 벽화나 소품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골목 여행자들이 늘었다. 도시재생센터가 운영하는 대여소에 생활한복 70여벌이 비치되었다. 신분증을 맡기면 한복과 노리개 등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생활한복은 화려하지 않지만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청춘 남녀가 창동예술촌 곳곳을 원색으로 물들인다. 전 세계의 예술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경남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아트 리좀’, 근현대 미술 작품 1000여점을 상설 전시하는 ‘금강미술관’은 창동예술촌에 새롭게 등장한 명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창동예술촌(한복 입고 골목 여행하기)→청춘바보몰→문신미술관→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오동동통술거리→마금산온천
둘째 날: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주남저수지 http://junam.changwon.go.kr
- 빗돌배기마을 www.sweetvillage.c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문의 전화
- 창원시청 관광과 055)225-3707
- 주남저수지 055)225-3491(생태학습관) / 055)225-2798(람사르문화관)
- 창원단감테마공원 055)225-5416
- 빗돌배기마을 055)291-4829
- 창동예술촌 055)222-2155
- 씨네아트 리좀 070-8802-6438
- 금강미술관 055)243-2277

대중교통 정보
- 버스: 서울-창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10~다음 날 00:40) 운행, 약 4시간 소요. 창원공고 건너편 창원공고 정류장에서 30번 버스 승차, 창원역 정류장에서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환승,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창원종합버스터미널 1688-0882)
- 기차: 서울역-창원역, KTX 하루 6~7회(05:15~22:1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승차,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창원역 055)292-7788 창원중앙역 055)250-4426)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 IC→영산IC사거리에서 직진→온정교차로에서 우회전→본포교 방면 우회전, 본포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 방면 좌회전, 약 10km 진행→주남저수지 입구 삼거리 좌회전, 주남로 진행→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숙박 정보
- CNN호텔: 성산구 상남로, 055)284-9100, www.cnnhotel.co.kr (굿스테이)
- 헤리티지디자인호텔: 성산구 마디미로73번길, 055)267-0052 (굿스테이)
- V1모텔: 마산합포구 남성로, 055)224-0180
- 게스트하우스 리좀: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070-8822-2081, http://cafe.naver.com/guesthouserhizome
- 풀만앰배서더 창원: 의창구 원이대로, 055)600-0700, https://pullman.ambatel.com/changwon/main.amb

식당 정보
- 밀밭: 해물수제비,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6-7595
- 해훈식당: 붕어찜,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3-7835
- 빌라드131: 목살덮밥, 마산합포구 산호북20길, 010-8536-5367
- 산미: 땅콩콩국수,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8-0089

축제와 행사 정보
- 창원단감축제: 2016년 10월29일~30일, 동읍 주민운동장, 055)255-3995, http://festival.changwon.go.kr
- 창원조각비엔날레: 2016년 9월22일~10월23일, 용지호수공원·성산아트홀·문신미술관, 055)714-1971~6, http://changwonbiennale.or.kr
- 마산가고파국화축제: 2016년 10월29일~11월7일, 마산항 제1부두, 055)225-2341, http://festival.changwon.go.kr

주변 볼거리
문신미술관, 마산어시장, 굿데이뮤지엄, 마금산온천, 저도 비치로드, 오동동통술거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상상길, 이원수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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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