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새, 갈대 명승지와 함께하는 ‘맛기행’ ④ 경남 창원

'억새와 철새의 천국' 주남저수지의 가을을 만나다

주남저수지는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를 통칭하는 보통명사로 쓴다. 주남저수지가 403ha, 동판저수지가 399ha, 산남저수지가 96ha로 총면적 898ha에 이르며, 세 저수지는 수문으로 연결된다.

주남저수지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재앙이 되기도 했고, 선물이 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의 배후습지다. 배후습지는 홍수에 따른 범람원으로 자연제방 너머 생성된 습지를 말한다. 배후습지의 퇴적물은 실트, 점토 등으로 입자가 고와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낙동강이 홍수로 범람하면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되어 큰 피해를 봤다.

자연과 공존

일본인이 설립한 촌정농장은 1920년대 들어 주남저수지 일대를 농경지로 개간하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9km가 넘는 제방을 쌓았는데, 이것이 지금의 주남저수지다. 당시는 인근 마을 이름을 따 용산 늪(주남저수지), 산남 늪(산남저수지), 가월 늪(동판저수지)이라 했고, 주남저수지라 부른 것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주남저수지는 198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창오리 10만여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철새 도래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철새 탐조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연보호 구역 지정을 두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으로 거듭났다.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람사르문화관은 람사르협약과 습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전시 공간이다. 2층 에코전망대는 들판에 내려앉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을 가장 가깝게 탐조할 수 있어 인기다.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의 사계와 생태계를 디오라마로 연출했다.


람사르문화관 앞 제방을 따라 주남저수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탐방로 주변에 억새가 지천이고, 10월 말쯤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온 철새가 장관이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 큰고니 등도 이곳을 찾는다.

1980년대 자연보호 구역 지정 대립
식사와 가벼운 술을 곁들인 골목 여행

억새 군락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경계처럼 저수지와 제방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중간쯤에 2층 탐조대가 있다. 2층에 오르면 주남저수지와 백월산의 자태가 어우러진다. 주남저수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탐조 공간이다. 주남저수지 한가운데 버드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다. 이곳에 철새가 가장 많이 모여든다. 탐방로는 동판저수지와 경계가 되는 주남저수지 입구부터 수문까지 약 1.6km, 주남저수지 수문에서 산남저수지 경계에 위치한 용산마을까지 약 2.4km다.

수문을 지나면 산남저수지 방면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탐방로와 나란한 길에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 군락이 탐방객의 눈길을 끈다.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 코스모스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탐방로는 용산마을까지 연결되며, 용산마을에서 합산마을로 이어지는 제방을 따라 산남저수지의 풍경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코스모스 군락

동판저수지를 끼고 있는 무점마을에도 코스모스와 들녘이 어우러진다. 무점마을 주민이 2010년부터 가꿔온 코스모스 길로, 무점마을에서 판신마을로 이어지는 1.5km 제방 양쪽에 코스모스 군락이 펼쳐진다. 왼쪽은 동판저수지, 오른쪽은 김해시의 진영들이다. 람사르문화관에서 판신마을, 동월마을, 무점마을을 거쳐 동읍 소재지로 한바퀴 도는 동판저수지 둘레길(9.6km)이 조성되었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돌아봐도 좋다. 동읍사무소나 창원동중학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단감 수확 체험


창원시는 단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고장이다. 주로 동읍과 북면 일대에서 단감을 재배한다. 단감을 주제로 조성한 창원단감테마공원, 단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빗돌배기마을도 있다. 창원단감테마공원은 홍보관, 초가동, 감나무 밭 등으로 구성된다. 창원 단감의 역사, 감식초와 감잎차, 단감빵, 단감즙, 단감칩 등 단감으로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잔디광장과 초가동은 무료로 개방되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빗돌배기마을에서는 단감파이와 단감쿠키 만들기, 단감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맛있는 단감을 수확하려면 10월 말 이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오리궁’은 오리로스, 오리훈제, 오리탕 등을 낸다. 오리훈제는 참나무를 이용해 120∼130℃로 25분 정도 구워 기름기가 없고, 참나무 향이 그대로 배었다. 얼큰한 오리탕도 별미다.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커피&파스타여행’은 식사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스타여행에서는 신선한 제철 재료로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을 낸다. 커피여행에서는 직접 로스팅 한 커피는 물론, 각종 유화제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 유기농 밀로 만드는 와플,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발효 종으로 구운 빵을 선보인다. 커피&파스타여행은 좋은 재료를 이용, 커피 한잔을 마셔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창동예술촌과 인접한 부림시장 C동 지하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젊은이 12명이 모여 만든 ‘청춘바보몰’이다.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는 뜻으로, 빈 공간이 개성 있는 음식과 음료를 내는 먹거리 공간으로 탄생했다.

넘치는 열정과 맛 좋은 먹거리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에 맞는 메뉴 구성도 인상적이다. 한끼 식사나 가벼운 술 한잔 즐길 수 있어 창동예술촌 골목 여행과 곁들이기 좋다.

창동예술촌은 요즘 한복을 입고 골목 벽화나 소품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골목 여행자들이 늘었다. 도시재생센터가 운영하는 대여소에 생활한복 70여벌이 비치되었다. 신분증을 맡기면 한복과 노리개 등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생활한복은 화려하지 않지만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청춘 남녀가 창동예술촌 곳곳을 원색으로 물들인다. 전 세계의 예술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경남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아트 리좀’, 근현대 미술 작품 1000여점을 상설 전시하는 ‘금강미술관’은 창동예술촌에 새롭게 등장한 명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창동예술촌(한복 입고 골목 여행하기)→청춘바보몰→문신미술관→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오동동통술거리→마금산온천
둘째 날: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주남저수지 http://junam.changwon.go.kr
- 빗돌배기마을 www.sweetvillage.c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문의 전화
- 창원시청 관광과 055)225-3707
- 주남저수지 055)225-3491(생태학습관) / 055)225-2798(람사르문화관)
- 창원단감테마공원 055)225-5416
- 빗돌배기마을 055)291-4829
- 창동예술촌 055)222-2155
- 씨네아트 리좀 070-8802-6438
- 금강미술관 055)243-2277

대중교통 정보
- 버스: 서울-창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10~다음 날 00:40) 운행, 약 4시간 소요. 창원공고 건너편 창원공고 정류장에서 30번 버스 승차, 창원역 정류장에서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환승,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창원종합버스터미널 1688-0882)
- 기차: 서울역-창원역, KTX 하루 6~7회(05:15~22:1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승차,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창원역 055)292-7788 창원중앙역 055)250-4426)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 IC→영산IC사거리에서 직진→온정교차로에서 우회전→본포교 방면 우회전, 본포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 방면 좌회전, 약 10km 진행→주남저수지 입구 삼거리 좌회전, 주남로 진행→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숙박 정보
- CNN호텔: 성산구 상남로, 055)284-9100, www.cnnhotel.co.kr (굿스테이)
- 헤리티지디자인호텔: 성산구 마디미로73번길, 055)267-0052 (굿스테이)
- V1모텔: 마산합포구 남성로, 055)224-0180
- 게스트하우스 리좀: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070-8822-2081, http://cafe.naver.com/guesthouserhizome
- 풀만앰배서더 창원: 의창구 원이대로, 055)600-0700, https://pullman.ambatel.com/changwon/main.amb

식당 정보
- 밀밭: 해물수제비,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6-7595
- 해훈식당: 붕어찜,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3-7835
- 빌라드131: 목살덮밥, 마산합포구 산호북20길, 010-8536-5367
- 산미: 땅콩콩국수,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8-0089

축제와 행사 정보
- 창원단감축제: 2016년 10월29일~30일, 동읍 주민운동장, 055)255-3995, http://festival.changwon.go.kr
- 창원조각비엔날레: 2016년 9월22일~10월23일, 용지호수공원·성산아트홀·문신미술관, 055)714-1971~6, http://changwonbiennale.or.kr
- 마산가고파국화축제: 2016년 10월29일~11월7일, 마산항 제1부두, 055)225-2341, http://festival.changwon.go.kr

주변 볼거리
문신미술관, 마산어시장, 굿데이뮤지엄, 마금산온천, 저도 비치로드, 오동동통술거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상상길, 이원수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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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