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언니 발목 잡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동생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구설수에 올라 언니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해 수사 중이다. 계속 물의를 빚고 있는 박 전 이사장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1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가 맡고 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 대상자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다. 이로 인해 박 전 이사장은 또 다시 박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또 다시 구설
눈엣가시 존재

박 전 이사장은 지인에게 부채가 많아 생활이 어려우니 자금을 융통해줄 수 있느냐고 해서 1억원을 빌렸다가 6000만원은 갚고 나머지 원금에 대해 이자를 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가족을 관리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과실이라는 책임론으로 언니인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누리당 측은 단순히 개인 사건에 불과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박 전 이사장과 박 대통령 두 자매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0년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육영재단 운영권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면서 벌어졌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을 지지하는 ‘숭모회’라는 단체가 재단 고문을 맡고 있던 고 최태민 목사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숭모회 측은 고 최 목사가 박 대통령을 조종, 재단 운영을 전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이사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그 자리는 박 전 이사장이 물려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까지 이어져 박 대통령에 대한 흑색선전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엔 18대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서 친이(친 이명박)계의 ‘친박(친 박근혜)계 공천학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극심한 계파갈등 속에서 박 전 이사장은 언니의 반대편인 친이계와 손을 잡고 한나라당 충북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렇듯 박 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행보에 걸림돌이 돼왔다. 벌어진 두 자매의 관계는 같은 해 있었던 박 전 이사장과 14살 연하의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의 결혼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박 전 이사장의 결혼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자유선진당 후보로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공천을 신청, 언니를 자극했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은 “전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박 전 이사장에 대한 공천을 취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대통령과의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특별감찰관, 1억대 사기혐의 고발
“사기는 무슨…순수하게 빌린 돈” 반박

앞서 박 전 이사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 사이의 차녀로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위로 박 대통령, 아래로 주식회사 EG 박지만 회장을 두고 있다.

본래 이름은 박근영으로 알려져 있으며 40세에 들어 박서영으로 개명했다. 지금의 박근령이라는 이름은 지난 2004년 두 번째로 개명한 이름이다.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박 전 이사장의 잇단 돌출 행동은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박 전 이사장이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한지 18년이 되는 지난 2008년, 육영재단의 운영권은 동생 박 회장에게 넘어갔다. 지난 2001년엔 운영상의 여러 비리를 이유로 성동교육청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이사장 승인을 취소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도 냈다. 그러나 항소심서 패소하자 박 전 이사장 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 이사장직이 유효하다며 재단 운영에 개입했다.


당시 노조 측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재단에 빌려준 3억42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앞세워 임시이사회를 만들고, 재단 운영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박 전 이사장은 사무 직함으로 출근 투쟁을 벌이며 재단 운영권을 놓고 알력다툼을 했다.

흑색선전 소재로
대권행보 걸림돌

임시이사 측은 박 전 이사장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부적절한 수익사업을 벌였고, 지난 2001년 이후 성동교육청의 정기감사를 수차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이 재직하는 동안 회계비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박 전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동교육청이 재판과 관련된 다수의 공·사문서를 허위로 꾸민 사실을 확인했다”며 “법원이 동생의 신청에 9명을 재단 임시이사로 선임한 것도 관련 법규가 없고 절차상 문제가 많아 무효”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동생이 육영재단 폭력 강탈의 배후에 있다”며 “동생과 동생의 비서실장은 지난 2007년 용역과 한센인 100여명을 동원해 저와 간부들을 쫒아냈고 측근을 사무국장으로 앉히는 등 재단을 폭력으로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운영권보다 재산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어린이회관 재개발과 관련한 이익 문제로, 어린이회관이 재개발될 경우 큰 개발 차익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회관의 면적은 약 13만2000㎡(4만평)으로 인근 건국대 야구장을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면서 남긴 5000억원보다 큰 개발 차익이 나올 것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업계의 판단이다.

당시 노조는 3.3㎡(1평)당 최저 2500만원으로 잡아도 1조원의 수익이 남는다고 했지만 부동산업자들은 3.3㎡당 8000만원으로 계산해 3조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임시이사회가 꾸려진 이후 벌써 서편 운동장 1만3200㎡ 실측에 들어갔다”며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의결기관이 필요한데 이번에 꾸린 임시인사회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간에선 이전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던 두 남매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박 전 이사장이 신 전 교수와 만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사례는 지난 2009년 신 전 교수가 박 대통령의 미니홈페이지에 비방글을 40여차례 올리면서 이슈화됐다.

이 비방글에는 “박지만이 박근혜의 묵인 아래 박근령으로부터 육영재단을 강제로 빼앗으며, 매형인 신동욱을 중국으로 납치해 살해하려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박 대통령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 전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약혼 이후 박 회장의 측근인 정용희씨와 박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씨는 같이 중국 칭따오에 갈 것을 제안했다. 신 전 교수는 박용철씨와 함께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이 중국행은 박 회장의 비서실장이던 정용희씨가 박용철씨에게 신 전 교수를 중국에서 죽이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며 그 배후엔 자신과 박 전 이사장의 결혼을 막으려는 박 회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칭따오 한국 영사관은 신 전 교수가 단란주점과 호텔에서 환각제를 복용한 것으로 추정돼 공안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외교통상부에 보고했다. 조사에서 석방된 신 전 교수는 당일 밤 호텔방에서 속옷만 입은 채 창문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었다.

이후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재판부는 신 전 교수가 주장하는 살인 교사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주자가 박 회장이라는 증거를 대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신 전 교수는 2심에서 무고 혐의로 구속된다. 구명줄이던 증인 박용철씨는 사촌에 의해 피살돼 아무런 증거·증인도 제시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신 전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서 자신의 혐의를 벗겨줄 수 있는 사람이 살해된 것은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사결과 경찰은 사촌이 박용철을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은…

박근혜정부 출범 뒤에도 박 전 이사장은 박 대통령을 찌르는 가시가 됐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일본 언론과의 대담에서 박 전 이사장이 했던 발언이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일왕을 천황 폐하라는 극존칭으로 부르는 등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행동으로 큰 공분을 샀다. 박 전 이사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일본과 담을 쌓으며 펼친 반일외교를 한마디에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일본의 포털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와 인터뷰에서 “일본 역대 총리와 천황 폐하의 거듭된 사과에도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도움으로 한국이 자립 경제를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고 한 뒤 “이웃을 끊임없이 질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책임지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상과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문제로 불거졌던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의 비난은 내정간섭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조상을 모시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고 해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야스쿠니 참배를 비난 하는 한국 여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발언은 일본의 니코니코 동화서 기획하고 BBC가 배급하는 다큐멘터리 <The Ties That Bind: Japan and Korea>의 후기에 포함되어 있다.

박 전 이사장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사참배에 대해 “100년 전 조상들이 한 일이 잘못됐다고 해서 조상을 찾아가지 않고 참배도, 제사도 안하겠다는 것은 동양권에선 안 된다. 후손으로서 혈손으로서 그것은 패륜”이라며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육영재단 소유권서 시작된 불씨
자매 관계 이미 오래전 틀어져

야당의 화살은 박근혜정권으로 날아갔다. 당시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박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일제침략으로 수많은 민족선열이 희생당하고 탄압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친동생이 가질 수 있는 역사관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병헌 최고위원도 “이것을 친일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고 하겠냐”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이사장의 행동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떨어뜨렸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당시 40%대였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위안부 문제와 신사참배 관련 발언 논란이 불거지면서 37.5%로 하락했다. 지난해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호응을 얻어 올라갔던 지지율이 동생의 발언으로 도로 내려가 버린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의 돌발행동은 지난 2011년에도 일어났다. 그녀는 지인 2명과 함께 ‘육영재단 주차장을 임대해줄 테니 선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계약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가로챘다. 이에 박 전 이사장은 사기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1심에서 박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이사장은 이사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사장 복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계약을 체결했다. 피해자가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툭 돌발행동
전과 기록도

지난 2013년엔 박 전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음원사이트가 음원을 불법으로 유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음원사이트는 음원 권리자들과 계약을 맺지 않고 유통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심지어 시범 서비스임에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꾸준히 재연됐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의해 사기 혐의로 고발돼 화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는 지난 1988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을 지내며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은 지난 1994년 슬롯머신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는 지난 1997년 두양그룹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도 빠지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용호 로비 사건과 관련해 여러 기업에서 이권 청탁 대가 등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삼남인 전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청탁과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세종캐피탈 사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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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