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 새 수장 이정현 대표

계륵의 부활…미운오리 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새벽 토크, 자전거·배낭 유세 등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례적인 호남출신 여당 당 대표로 선출된 자체가 새누리당의 혁신이라 불리고 있다. 지난 날 청와대의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박의 대표주자인 그는 청와대 언론 개입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계륵에서 당 대표까지 이른 이 대표의 행적을 살펴본다.

지난 9일 새누리당(이하 새누리) 전당대회서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 대표가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 이정현 의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보은의 관계로 언급할 만큼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인 이 대표는 이날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무계파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칭 ‘무수저’
친박 외길 걸어

이 대표는 스스로를 ‘무수저’라고 칭한다. 그는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에 포함된 수저도 없이 지금까지 왔다며 그 자체가 자신의 장점이자 경륜이라 말한다.

이 대표는 1958년 전라남도 곡성의 산골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를 거쳐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4학년 때인 지난 1985년에 고 구용상 전 의원에게 ‘정치를 똑바로 하라’는 손편지를 보내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 전 의원의 비서로 일하다 그가 낙선하자 민주정의당 특채로 입사해 최고 말단 당직자 간사병으로 당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엔 민자당 후보로 광주시의원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영남 기반의 당에서 호남출신인 그는 인정을 받기 위해 15년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평일 같이 일했다. 그러면서 정세분석, 대변인실, 여의도 연구소 기획팀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선 당시 후보였던 새누리 이회창 의원에게 매일 3장짜리 정세 분석 및 전략기획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 자료를 지도부 인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로 당의 고위직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 실무를 맡았고, 2003년 한나라당 정책기획 팀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친박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그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다. 한나라당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호남에서의 패배는 불보듯 뻔했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 선거에 나선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이후 총선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인연은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어쩜 그리 말을 잘하냐”며 그를 눈여겨보고 당 수석부대변인에 임명한다. 2007년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로 박 대통령과 함께 1년 이상 전국을 돌았다.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패하자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이 대표는 계파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을, 김문수 경기지사 측으로부터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제의받기도 했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대표 선출
어떤 계파도 없다? 대표적 친박계


이 대표는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신지인 호남에서는 역적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과 출신지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계륵 취급 받던 그가 자신을 인정해준 박근혜 대통령의 편에 선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이명박정권 출범 첫해 치러진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 대표가 민정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시작해 정계에 입문한지 23년, 공직선거에 출마한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평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 선거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다시 낙선했지만 2%도 채 못 채운 지난날과 달리 39%라는 고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새누리의 지역주의 타파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새누리에게 열리지 않는 철옹성이 허물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제18대 대통령에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탁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 정권 시작과 동시에 핵심 가신임을 입증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사표를 냈다.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고 이 전 홍보수석의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다. 그러나 외부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내부의 이 대표를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시킨다. 이 대표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그의 본격적인 ‘박 대통령의 입’의 역할이 시작된다.

손가락질 세례
외면도 많았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아침 회의 전인 오전 7시 쯤 새벽 간이토크도 열었다. 그는 새벽 간이토크 외에도 “오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오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기자실에 들려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 브리핑 형식으로 알리겠다”며 언론과의 접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씻을 때, 회의할 때를 제외하고 언제든 전화를 받겠다.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연락해야 할 때 연락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며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정무수석 시절에도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소통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야 양측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일호 전 대변인(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구두 논평서 “대선 기간에 공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만큼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록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성에서 별로 시비를 걸 점이 없는 적임자”라고 했다.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선 소통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당 김관영 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개선되고 국정혼선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4년 6·4지방선거 이후 돌연 홍보수석 사의를 표명한다. 이를 두고 권력 암투설, 경질설 등 여러 의혹이 빗발쳤다. 하지만 의혹이 무색하게 이 대표는 당해 있던 7·30 선거에서 얼굴을 비춘다.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선거 진행 중에 여당인 새누리에 대한 반감을 고려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로 시내를 누비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국민에게 다가갔다. 이 대표의 경쟁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서갑원 후보였다. 투표결과는 놀라웠다. 야당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전남서 첫 새누리 의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순천시 선거구에 당선돼 호남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대통령의 입’
대변인 활약

이 대표가 호남에서 재선 성공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던 데에는 그의 감성정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보궐 선거 당선 이래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설명회를 열었다.

동시에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거나 수첩에 받아 적어 해결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마을회관서 파전과 막걸리를 먹고 숙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다가가는 주민밀착 스킨십과 감성이 새누리에게 얼어붙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성실하게 지역관리에 임한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행보가 주민들의 흥미를 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신지에 대한 애착이다. 이 대표는 수도권 출마를 일절 한 적이 없으며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항상 호남 출마를 고수했다. 호남지역 예산 지킴이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2014년을 기점으로 호남에 퍼진 새정치에 대한 불신이 표심에 영향을 줘 그의 재선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 내에선 이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대표적인 친박이자 새누리 유일의 호남 재선 의원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된 것이다.

비박과 친박의 계파갈등이 심화되어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을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등 돌리고 총질을 해서는 안된다”며 “나 같으면 보스(박 대통령)를 설득해도 안 될 땐 판을 떠나던지 끝을 냈을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후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주호영 비박계 단일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얻었지만, 4만4000여표로 주 후보와 1만3000여표차이를 벌리며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보수정당 소속 최초의 호남 당선 국회의원, 보수정당 최초 호남 출신 대표, 마지막으로 당직병에서 당대표까지 올라온 최초의 당직자 출신 대표 등의 타이틀을 세 개나 획득하게 된다.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
세월호 보도 관련 구설수 오르기도

이 대표의 선출에는 그의 연설이 한 몫 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서러움을 강조하며 감성으로 호소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을 비엘리트, 무수저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치 이력을 수저조차 얻지 못한 처지에 비유하거나, 지난 시간 호남과 새누리 속에서 얻어온 서러움을 부각시켰다.

당시 이 대표는 “잘 알다시피 고향에서는 새누리라고 눈치 보고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히 호남 출신 의원, 당직자가 한 명도 없는 새누리 안에서 33년을 생활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서는 “호남 출신 최초로 보수정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가 영남당이 아닌 전국당이 된다. 호남표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호남출신 새누리 자체가 혁신이라는 말도 해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위원장은 이 대표의 연설을 듣고 현재 새누리당의 고문인 유준상 전 의원이 93년 당시 민주당 부총재 경선에서 교통사고 직후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서 명연설을 해 갈채를 받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을 때도 감성 연설로 좌중을 흔들었다며 이 대표의 ‘연설의 힘’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한때 자신이 비판했던 비박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지난 일을 털어버리고 함께 가자”며 “지금부터 새누리에는 친박 비박과 같은 계파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방송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한 일이다. 당시 KBS 보도국장이던 김시곤 전 국장은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박근혜정부 비판 보도에 항의했다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지역주의 타파
혁신의 아이콘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표의 개인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선을 그었다. 이 뿐 아니라 여과되지 않은 언사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하거나 자신을 광주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정현의 포부 “답은 현장에서”

지난 9일 신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열린 전당대회에서 계파 패배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부터 챙기겠다. 민생문제 만큼은 야당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여당의 책임으로 이 일을 반드시 정책과 예산과 법안에 반영시키도록 하겠다”며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 청년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다. 모든 답은 현장에서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같은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