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당이 벼르는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

‘여소야대’ 정치 희생양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으로 경찰의 조직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지는 지금, 이 내정자의 자격 논란이 뜨겁다.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각종 의혹이 이 내정자를 향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에 시작된다. 이 내정자는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요직을 두루 거쳐 청와대 비서관까지 지낸 ‘입지전적 경찰’로 꼽힌다. 또 꼼꼼한 업무처리능력을 갖춰 경찰 내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고시 출신
유력후보 탈락

경기도 수원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국민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지난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1989년 간부후보 37기로 재입문했다. 이후 강원경찰청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관리관,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쳤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25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014년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도 지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관계가 두텁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찰청 차장이 됐다. 이 내정자가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경찰조직의 모든 계급을 전부 겪은 최초의 인물이 된다. 경찰청장은 차관급이지만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자리다.

차기 경찰청장후보에는 이 내정자와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이 꼽혀 2파전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 내정자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배경도 주목받는다.


이 서울청장은 최근 이슈가 됐던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메피아(매트로+마피아) 사태 등 주요 현안들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는 등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경찰청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 '꿀보직' 특혜 의혹에 휘말리면서 후보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앞서 이상식 부산경찰청장도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관할 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조직관리능력에 흠집이 나면서 차기 청장후보에서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찰대학 출신이 2년 연속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조직 내부의 불만이 잇따르고 유·무형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후보 중 비 경찰대학 출신은 이 내정자와 이 서울청장뿐이다.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모든 계급 거쳐
꼼꼼한 업무처리…내부 신임 두터워

지역을 고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비 대구·경북 출신을 앉힐 경우 나올 수 있는 비판을 미리 차단한 셈이라는 것이다. 엘리트형 청장보다 일선 경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을 수 있는 관리형 청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직 내 성추행, 뇌물 수수 등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를 다잡고 관리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서의 청장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 동의를 거친 뒤 행정자치부 장관 제청을 받는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의 뒤 대통령 권한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찰위원회의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를 통과해야 인사청문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동의안 심의를 받았다. 경찰위원회에서는 재적 의원 7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 내정자는 재적 의원 7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전원 찬성의사를 받아냈다.

이날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경찰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기강해이 부분에 관해서 “기강은 바로 잡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다양한 고민과 논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청문회를 거쳐 청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제안자로 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 요청 사용서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조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찰조직을 조속히 재정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안전 확보와 법질서 확립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내정자가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를 포함해 총 9억2885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으로는 본인 명의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소재 아파트(4억4700만원 상당)와 예금 9875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엔 1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 소재 단독주택(1억1900만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고 2011년식 알페온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장녀 명의로 예금 2656만원이 있다.

청문회 전부터
의혹 부글부글

군 복무와 관련해 이 내정자 본인과 장남 모두 육군 병장 만기전역으로 접수됐다. 이 내정자는 1981년 6월, 장남은 2012년 6월 전역했다. 납세 자료에 따르면 이 내정자 일가에 체납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추천으로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조직의 모든 계급을 경험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내정자지만 인사청문회 전부터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게 됐다. 그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의 인사검증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내정자로서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예고장도 던진 상태다. 

이 내정자의 지난날은 현재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난 2009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있던 시절의 발언이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 치료 중이던 A순경을 문병한 자리에서 시위대에 ‘폭도’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당시 이 내정자는 “1980년대에는 솔직히 백골단 등이 투입돼 심하게 시민을 진압하고 폭력적인 방법도 동원하고 그랬다. 요즘은 누가 그러느냐”라고 했다. 이어 “어느 집회를 봐도 경찰이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 차라리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23년 전인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따르면 이 내정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은 1993년 11월이다. 당시 강원지방경찰청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이 내정자는 소속직원들과 반주를 하고 개인 차량을 운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내정자는 물적 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를 냈고,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내정자는 당시 혈중알콜농도 0.09%로 면허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TV조선이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 이 내정자가 민간인을 사칭하거나 담당 경찰관들이 신분을 숨겨준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TV조선은 이 내정자가 경감으로 승진 후 5년 만인 1997년에 경정으로 승진한 것이 징계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사정당국 관계자는 “과거 기록을 뒤져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어떤 징계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경위와 징계 기록까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에 폭도 발언 및 음주운전 적발 벌금
석사학위 논문 표절 및 관할지역 부동산투기


이 내정자는 음주운전 의혹에 “이유를 불문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사실에 대해 거듭 사죄드리며 구체적인 사항은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23년 전 일이긴 하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을 한 행동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본 건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에 더욱 신중을 기해 왔다”고 사과했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있다. 지난 2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제기한 문제로 당시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내정자가 2000년 ‘통일대비 남·북한 경찰통합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논문의 상당 부분이 다른 논문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각주 표시 없이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내정자의 논문 중 35∼42페이지는 ‘통일 이후 한국의 행정조직 및 지방행정체계의 설계’(한국행정연구원, 1996)라는 연구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그대로 썼다. 49∼56페이지는 ‘통일에 따른 한국결찰기구 통합모형에 대한 연구’(박기륜 동국대 대학원 경찰학과 박사논문, 1997년)를 그대로 베꼈다.

결론 파트인 156∼159페이지 절반 이상은 ‘통일행정요원 양성 및 관리방안’(양현모, 1998년) 외 다른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 등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채웠다. 일부 문장에서는 오타까지 그대로 표절한 사례도 있었다.

무겁기만 한
내정자의 어깨

이 의원은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한 결과 이 내정자의 논문 표절률이 32%로 내용의 3분의 1 가량이 표절이었다”며 “전체 1191개 문장 중 동일문장이 121개, 의심 문장이 428개에 달해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내정자 측은 “당시에는 연구윤리가 확립돼 있지 않았고 직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인용 표시에 있어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외에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강원도 정선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투자 유망지인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일대의 땅 531㎡를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대지를 매입한 이 내정자는 땅을 배우자 명의로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후 이 내정자의 가족이 한 번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 내정자의 배우자가 부동산을 매입 한 지역과 시기에서 찾았다. 당시 알로에마임이 일대 부지를 매입해 이전 계획을 내놓기도 했고, 금융사 연수원 건립과 골프장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 기관장으로 재직한 시기에 인근 지역의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인근 부동산개발업자의 평가를 인용해 “해당 지역은 현재에도 3억원에서 최고 10억원의 시세에 달하며, 이 내정자가 매입한 지역은 시가 4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내정자의 재산내역서에 명시된 가격과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박 의원실에 “해당 부동산은 퇴임 후 주거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투기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첫 청문회
과연 결과는?

'입지전적 경찰, 청와대와의 친밀성' 이 내정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 수석의 인사검사 능력을 검증할 인물로 이 내정자는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개인보다 우 수석에 대한 정치적 견제와 사퇴를 제기하는 비판의 카드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이 내정자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그 이유라는 주장이다. 주위의 관심이 어찌 됐건 현재 이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한 셈이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경찰청장 잔혹사

경찰청장 임기제는 지난 2003년에 도입됐다. 청장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보장해줌으로써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해 경찰청장에게 힘을 주자는 논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모두 마친 경찰청장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택순 전 경찰청장뿐이다.

임기제를 거친 경찰청장은 모두 9명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청장들은 주로 집회 과잉대응이 문제가 되거나 국면전환용으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일례로 허준영 전 청장은 시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과잉 진압 논란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 그는 취임 1년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최기문 전 청장은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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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