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근혜의 남자’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친박 돌려쓰기…이번엔 진짜 오른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에도 청와대 인사는 친박(친 박근혜)으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수석비서관에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김 수석은 선거사무소 외벽에 ‘박 대통령 오른팔’이라는 홍보물을 내걸 정도로 친박 핵심으로 통한다. 이번 인사 단행은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가 ‘친박을 돌려쓰고 있다’라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15일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경제수석을 교체한 데 이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두 번째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나섰다.

자타공인 친박
김무성엔 '깨갱'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내 비박계와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았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지난해 7월 임명 이후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 수석은 현 정부 출범 이래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현 전 수석에 이은 5번째 정무수석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신임 비서관은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으로 대통령 정부특보를 역임했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수석 교체는 4·13 총선 참패 이후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인적 쇄신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임기말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를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집권 후반기를 맞아 당·청 간 정책 공조 강화와 김희옥 혁신비대위 체제와의 소통을 밀도 있게 진행해 국정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와대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선 참패 이후 원내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고려, 더욱 공고한 당·청 관계를 유지해 남은 집권 후반기 국정 과제 성과를 도출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복안도 내재돼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의 이번 정부수석 인선에 대해 각 당의 시선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김 수석은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관과의 소통 강화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수석은 국회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라 특히 국회를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김 수석의 경우 친박 핵심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적임자일지 모르나, 국회와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통령께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할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두 번째 참모 개편…비서실 정무수석 교체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 높이겠다는 포석

김 수석은 지난 9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마음의 문을 열고 늘 소통하는 정무수석으로서, 여당은 물론 야당도 자주 찾고 늘 경청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님 국정운영 기조에 따라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무수석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연설과 관련해 “이전 대통령들도 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절차상 국회의 연설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요청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장을 받으면 곧 국회로 인사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자신의 지역구였던 군위, 의성, 청송 지역이 인근 상주와 통합되면서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낙천 후 중국외교학원의 방문학자로 초빙돼 지난달 24일 중국으로 출국했으나 비자 교체를 하러 잠시 귀국했다가 뒤늦게 발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2007년,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완구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세월호 사건 후 특별법 협상 등 대야 협상은 물론 당청 소통창구였다. 윤상현 의원과 함께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약하던 시절, 정치권은 ‘윤상현은 행동가, 김재원은 전략가’라고 분류했다. 판세를 읽고 전략을 짜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뜻이다. 집권 후반기 각종 정국 현안을 돌파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적임자를 찾은 셈이다.

그런 김 수석이 어떤 정무적 역할을 펼 지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의 변화 조짐이란 평가가 여야 가리지 않고 나온다. 김 수석은 국회 사정에 밝고 대야당 협상 경험도 풍부하다. 전략과 기획에도 능하다. 여소야대 국면, 집권 후반기 등 유리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을 박 대통령도 충분히 감안한 만큼 대야당 관계에서 원칙론보다는 현실론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는 뜻이다.

경선서 낙선
청와대로 컴백 

야당과 소통도 활발해질 수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선거캠프에서 김 수석 등 친박계 인사들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반면 당청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에 중심을 확고히 잡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확실한 친박계다. 결국 김 수석 발탁은 야당과 관계에선 ‘협치’를, 당청관계와 여당 내 역학에 대해선 ‘마이웨이’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무수석에 발탁된 사례와도 비교된다. 정 원내대표가 정무수석으로 있을 당시 박 대통령 측과 소통을 고려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가 수석이었을 때 유력한 차기 권력이던 박근혜 당시 대표와 청와대간 가교 역할을 맡았다.

김 수석도 이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현 전 수석이 정 원내대표와 광주로 가는 KTX 열차에서 바로 앞뒤 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장면은 불편한 당-청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또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상시청문회법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도 현 전 수석 체제에서의 당-청 관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통은 김 수석에게 넘어갔다. 김 수석은 당-청 관계를 복원하고 1년 8개월 정도 남은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수석은 친박의 브레인이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정무 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 수석은 1964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 심인고등학교를 거쳐 1988년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에 1990년에 졸업했다. 같은 해 석사장교(예사16기)로 육군3사관학교에 입대해 육군소위로 전역했다.

김 수석은 대학 4학년이던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1988년부터 총무처, 내무부, 경북도청, 국무총리행정조정실(현 국무조정실)의 행정사무관으로 약 7년간 근무했다.

진정한 소통창구 기대?
막말 정치인으로 유명


국무총리실 근무 중이던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5년부터 1997년에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부산지검, 대구지검포항지청,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재직했다.

2004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경상북도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하였으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 법제사법위원, 행정자치위원을 지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한나라당의 기획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맡아 일했으며, 특히 2006년 5월의 지방선거 당시 당의 클린공천감찰단장을 맡아 당내 공천비리를 일소하는 데 기여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박 대통령의 경선룰 협상의 대리인, 검증대리인 및 대변인을 맡아 일하면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으나, 2007년 8월 박 대통령이 당내경선에 패배했다, 이어 2008년 3월 한나라당의 제18대 국회의원 후보공천과정에 이른바 ‘영남대학살’의 과정에 희생되어 공천에 탈락하자 정계를 떠났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학의 객원교수로 연구 활동을 했고,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학 한국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서 한국과 중국 및 동북아 정세 관련 연구활동에 참여했다.

2008년 11월부터 불교방송에서 <김재원의 아침저널>이라는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또 KBS1 라디오의 열린토론 패널과 각종 방송 등에 출연하여 정치전문 평론가로 활동했다. 2011년 7월에는 한나라당 당직개편으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정치와 당에 복귀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 후보로 경북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선거구에서 출마하여 72.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하였다. 당선후 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간사를 역임하였다. 2013년 5월에는, 새누리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당의 주요 전략과 중장기적 기획업무를 맡으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세월호 논란
유족 고소도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막말을 쏟아낸 정치인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김 수석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이런 형태의 세금도둑적 작태에 대해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수석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재원은?] 

▲1964년 경북 의성 ▲대구 심인고 ▲서울대 공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행정사무관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검·서울중앙지검 검사 ▲김재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17대, 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 선대위 기획단장·대변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연구원 ▲동북아재단 이사장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기사 속 기사> 새 청와대 참모진은?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김재원 전 의원 외에도 미래전략,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에는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에는 김용승 가톨릭대 부총장이 임명됐다. 

현대원 신임 미래전략수석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위원 등을 역임한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용승 신임 교육문화수석은 교육부, 교육개혁추진협의회 총괄의장과 전국대학교 부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차관에는 김형석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환경부 차관에는 이정섭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차관인사도 단행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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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