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근혜의 남자’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친박 돌려쓰기…이번엔 진짜 오른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에도 청와대 인사는 친박(친 박근혜)으로 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수석비서관에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김 수석은 선거사무소 외벽에 ‘박 대통령 오른팔’이라는 홍보물을 내걸 정도로 친박 핵심으로 통한다. 이번 인사 단행은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가 ‘친박을 돌려쓰고 있다’라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4·13 총선 패배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15일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경제수석을 교체한 데 이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두 번째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나섰다.

자타공인 친박
김무성엔 '깨갱'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내 비박계와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았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지난해 7월 임명 이후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 수석은 현 정부 출범 이래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현 전 수석에 이은 5번째 정무수석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신임 비서관은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으로 대통령 정부특보를 역임했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수석 교체는 4·13 총선 참패 이후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인적 쇄신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임기말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를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집권 후반기를 맞아 당·청 간 정책 공조 강화와 김희옥 혁신비대위 체제와의 소통을 밀도 있게 진행해 국정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와대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선 참패 이후 원내 2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고려, 더욱 공고한 당·청 관계를 유지해 남은 집권 후반기 국정 과제 성과를 도출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복안도 내재돼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의 이번 정부수석 인선에 대해 각 당의 시선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김 수석은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관과의 소통 강화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수석은 국회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라 특히 국회를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김 수석의 경우 친박 핵심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적임자일지 모르나, 국회와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통령께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할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두 번째 참모 개편…비서실 정무수석 교체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 높이겠다는 포석

김 수석은 지난 9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마음의 문을 열고 늘 소통하는 정무수석으로서, 여당은 물론 야당도 자주 찾고 늘 경청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님 국정운영 기조에 따라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무수석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연설과 관련해 “이전 대통령들도 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절차상 국회의 연설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요청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임명장을 받으면 곧 국회로 인사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했다가 자신의 지역구였던 군위, 의성, 청송 지역이 인근 상주와 통합되면서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낙천 후 중국외교학원의 방문학자로 초빙돼 지난달 24일 중국으로 출국했으나 비자 교체를 하러 잠시 귀국했다가 뒤늦게 발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2007년,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완구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세월호 사건 후 특별법 협상 등 대야 협상은 물론 당청 소통창구였다. 윤상현 의원과 함께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약하던 시절, 정치권은 ‘윤상현은 행동가, 김재원은 전략가’라고 분류했다. 판세를 읽고 전략을 짜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뜻이다. 집권 후반기 각종 정국 현안을 돌파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적임자를 찾은 셈이다.

그런 김 수석이 어떤 정무적 역할을 펼 지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의 변화 조짐이란 평가가 여야 가리지 않고 나온다. 김 수석은 국회 사정에 밝고 대야당 협상 경험도 풍부하다. 전략과 기획에도 능하다. 여소야대 국면, 집권 후반기 등 유리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을 박 대통령도 충분히 감안한 만큼 대야당 관계에서 원칙론보다는 현실론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는 뜻이다.

경선서 낙선
청와대로 컴백 

야당과 소통도 활발해질 수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선거캠프에서 김 수석 등 친박계 인사들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반면 당청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에 중심을 확고히 잡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확실한 친박계다. 결국 김 수석 발탁은 야당과 관계에선 ‘협치’를, 당청관계와 여당 내 역학에 대해선 ‘마이웨이’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무수석에 발탁된 사례와도 비교된다. 정 원내대표가 정무수석으로 있을 당시 박 대통령 측과 소통을 고려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가 수석이었을 때 유력한 차기 권력이던 박근혜 당시 대표와 청와대간 가교 역할을 맡았다.

김 수석도 이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8일 현 전 수석이 정 원내대표와 광주로 가는 KTX 열차에서 바로 앞뒤 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장면은 불편한 당-청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또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상시청문회법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도 현 전 수석 체제에서의 당-청 관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통은 김 수석에게 넘어갔다. 김 수석은 당-청 관계를 복원하고 1년 8개월 정도 남은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수석은 친박의 브레인이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정무 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신임 수석은 1964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 심인고등학교를 거쳐 1988년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에 1990년에 졸업했다. 같은 해 석사장교(예사16기)로 육군3사관학교에 입대해 육군소위로 전역했다.

김 수석은 대학 4학년이던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1988년부터 총무처, 내무부, 경북도청, 국무총리행정조정실(현 국무조정실)의 행정사무관으로 약 7년간 근무했다.

진정한 소통창구 기대?
막말 정치인으로 유명


국무총리실 근무 중이던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5년부터 1997년에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부산지검, 대구지검포항지청,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재직했다.

2004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경상북도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하였으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 법제사법위원, 행정자치위원을 지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한나라당의 기획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맡아 일했으며, 특히 2006년 5월의 지방선거 당시 당의 클린공천감찰단장을 맡아 당내 공천비리를 일소하는 데 기여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는 박 대통령의 경선룰 협상의 대리인, 검증대리인 및 대변인을 맡아 일하면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으나, 2007년 8월 박 대통령이 당내경선에 패배했다, 이어 2008년 3월 한나라당의 제18대 국회의원 후보공천과정에 이른바 ‘영남대학살’의 과정에 희생되어 공천에 탈락하자 정계를 떠났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학의 객원교수로 연구 활동을 했고,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학 한국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서 한국과 중국 및 동북아 정세 관련 연구활동에 참여했다.

2008년 11월부터 불교방송에서 <김재원의 아침저널>이라는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또 KBS1 라디오의 열린토론 패널과 각종 방송 등에 출연하여 정치전문 평론가로 활동했다. 2011년 7월에는 한나라당 당직개편으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정치와 당에 복귀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 후보로 경북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선거구에서 출마하여 72.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하였다. 당선후 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간사를 역임하였다. 2013년 5월에는, 새누리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당의 주요 전략과 중장기적 기획업무를 맡으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세월호 논란
유족 고소도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막말을 쏟아낸 정치인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김 수석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이런 형태의 세금도둑적 작태에 대해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수석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재원은?] 

▲1964년 경북 의성 ▲대구 심인고 ▲서울대 공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행정사무관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검·서울중앙지검 검사 ▲김재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17대, 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 선대위 기획단장·대변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연구원 ▲동북아재단 이사장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기사 속 기사> 새 청와대 참모진은?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김재원 전 의원 외에도 미래전략,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에는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에는 김용승 가톨릭대 부총장이 임명됐다. 

현대원 신임 미래전략수석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위원 등을 역임한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용승 신임 교육문화수석은 교육부, 교육개혁추진협의회 총괄의장과 전국대학교 부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 차관에는 김형석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이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환경부 차관에는 이정섭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을 각각 임명하는 등 차관인사도 단행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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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