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트러블메이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요소요소 파워 인맥 “검찰 칼 두렵지 않다”

대학시절 이명박 대통령 만나 40년 끈끈한 우정
대선 전까지 이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맹활약


‘박연차 게이트’에서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로비 의혹까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각종 게이트와 의혹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바로 그다. 천 회장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절친한 친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산 출신인 천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재학 당시 농촌 봉사활동 동아리 한농회 회장을 지내며 당시 상과대 학생회장이던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났고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이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시위 등에 함께 참여하며 끈끈한 연을 맺었고 40여년간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을 지낼 때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기도 했다.

대선 전까지는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였다.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제전략연구원(GSI) 이사로 활동하며 매달 후원금을 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엔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고 있는 천 회장은 특히 고려대 관련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킹메이커 활약

고려대 학군사관(ROTC)이 중심이 된 전국 ROTC 출신들의 이 대통령 지지 모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또 수시로 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전 인천에서 총기 탈취 사건이 일어나자 직접 전화해 “경호에 힘 써야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납이 아니라 빌려준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처리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낸 30억원의 특별당비를 천 회장이 대신 냈다는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이 대통령과 천 회장은 친밀한 관계였다.

이런 천 회장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대통령은 당선인이던 지난해 1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려대 교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낼 정도로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게 천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현 정권 출범 후 ‘보이지 않는 실세’로 불리며 구설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천 회장은 한편으로 성공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1970년대 제철화학 회사를 설립한 뒤 80년대까지 다양한 회사를 운영하다 여행업계에 발을 들였고 현재 세중나모여행사를 경영하고 있다.


박연차 회장과 의형제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이건희 회장과 유학시절부터 돈독한 관계 쌓아

세중나모여행은 주로 법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여행 및 물류업을 하는 업체다. 현재 천 회장의 장남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607억여원의 매출과 3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중정보기술, 세중컨설팅, 세중아이앤씨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천 회장은 기업가로서 통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말 자신이 보유한 110억원 상당의 주식을 고려대·연세대·포항공대 등에 기부하면서 ‘기부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82년 포항공대 설립 당시에는 학교 부지로 20만 7900㎡(6만3000평)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천 회장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된 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살아있는 권력’이었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박 전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천 회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회장은 “천 회장과는 50년 넘은 사이다. 사업 관계로 얼마나 많은 돈거래를 했겠냐. 돈거래 내역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의 우정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유년기, 두 사람은 부산 사상의 한 마을 이웃집에서 살았다. 천 회장이 두 살 더 많았으며, 박 전 회장은 천 회장의 동생과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러다 천 회장의 동생이 숨진 후 둘이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천 회장은 신발공장 부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박 전 회장에게 집안 땅 일부를 내줘 신발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줬고, 이후 박 전 회장은 기업가로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성공한 사업가가 된 두 사람은 대한레슬링협회장(천 회장)과 부회장(박 전 회장)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둘의 가까운 사이는 박 전 회장이 지난 2006년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할 때도 드러났다. 박 전 회장은 휴켐스를 인수하고 난 후 천 회장에게 사외이사를 맡겼다. 인수과정에 문제가 많았던 탓에 박 전 회장이 사외이사를 부탁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천 회장이 이사직을 선뜻 맡아주면서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가 확인됐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양아들’로 통하기도

하지만 천 회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굵직한 인맥은 바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바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천 회장이 지난 1974년 세운 제철화학은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에서 나온 콜타르를 처리하는 회사였는데 천 회장이 수익 중 35%를 포철장학재단에 기부하면서 박 명예회장이 천 회장을 눈여겨보게 됐고 이후 친아들처럼 살펴줬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 천 회장은 박 명예회장의 ‘양아들’로 통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박 명예회장이 천 회장을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소개해 주면서 삼성가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고 이 회장 역시 천 회장을 좋게 봤고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서로 잘 지낼 것을 권했다. 이후 천 회장과 이 회장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친밀한 사이는 천 회장이 진행중인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세중나모여행은 설립 후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삼성 임직원들의 국내외 출장 대행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임원만 1500명이 넘는 삼성계열사의 해외출장을 독점 운영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재계에서 세중나모는 ‘삼성이 망하지 않는 한 망할 리가 없는 회사’로 통한다.

특히 이 회장의 딸 중 하나가 세중나모가 맡고 있는 출장대행사업을 자신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했지만 이 회장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고 이 회장이 숨지기 전 자녀들에게 천 회장을 잘 부탁한다는 유지를 남긴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관계 때문에 천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삼성을 잇는 고리라는 설이 나돈 바 있다.
천 회장은 현재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비자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최근 천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임천공업 이 대표로부터 26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중인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2008년 수차례 서울 성북동 천 회장 자택을 찾아가 26억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운전기사도 “지난 2006년 현금 26억원을 쇼핑백에 나눠 담아 천 회장 자택으로 여러 차례 가져다줬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을 천 회장 자녀 3명의 명의로 사들인 임천공업과 계열사인 건화기업, 건화공업 등의 주식 매입 대금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천 회장이 자녀 3명 명의로 사들인 3사의 주식 대금을 되돌려 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은 검찰수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일본으로 출국해버렸고 세 달째 귀국하지 않고 있다. 지병 치료를 이유로 들었다. 무슨 치료 때문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언제쯤 귀국하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자진귀국해 검찰수사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검찰은 천 회장의 조기 귀국을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검찰로서도 천 회장의 ‘신병치료’ 해명에 대한 진위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 일정을 무작정 늦출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우선 지난달 세중나모여행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확실한 단서가 잡히면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으로 출국
세달 째 귀국거부

천 회장이 소환되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인사청탁 의혹, 여권 고위 관계자 연루설 등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천 회장에게는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천 회장이 임천공업 측으로부터 받은 부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인사를 만났는지에 따라 파장이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프로필>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


학력
1999 경남대학교북한대학원 북한학 석사 
1965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1958 경남고등학교  
1999 경남대학교북한대학원 북한학 석사 
1965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1958 경남고등학교 

■경력
2007 고려대학교 교우회 회장
2006 세중디엠에스 대표이사 회장
2004 국제레슬링연맹 집행위원
2003 세중나모 대표이사 회장
2002 세중게임박스 대표이사 회장
2002 제26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2001 민속박물관회 부회장
2000 세중컨설팅 대표이사 회장
1993 세중정보기술 대표이사 회장
1987 세중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
1982 세중여행 대표이사 회장
1980 국제어린이여름마을(CISV)
      한국협회 회장, 명예회장
1980 한국과산화공업 대표이사 사장
1977 동해산업 대표이사 사장
1976 태화유운 설립 대표이사 사장
1974 제철화학 설립 대표이사 사장
1974 동양철관공업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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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