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22 16:30
이즈막 들어 주변에서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필자의 마지막을 생각해보곤 한다. 말인즉 어떤 식으로 삶을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다. 고민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살면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과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이 보는 앞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기로. 물론 이 발상이 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자부하는 소설가로서 이와 유사한 방식에서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물론 태어났을 때는 자의가 아니었던 만큼 죽을 때는 필자 의지에 따라 선택하리라는 생각에서다. 필자 바람의 기저에는 생과 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존재하고 있다. 필자는 생과 사를 별개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아울러 생의 과정을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기(氣)의 순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생명체가 잉태되는 순간 기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외부의 기를 받아들이며 한동안 왕성하게 기가 작동된다. 이어 어느 순간에 이르면 기 활동이 정점에 이르고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하며 죽음을 목전에 둔 시점에는 기가 소멸된다. 이제 기가 모두 소멸된 상태에서 생명체를 바라보자. 그 시점에 인간이 살아있다면 어떻게 될까. 기의
[Q] 제 개인정보를 탈취해서 동의 없이 대출을 일으킨 상대방을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상대방은 수사기관에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습니다. 저는 상대방 사기 사건에 피해자로 증인 출석하기 위해서 기다리던 중 상대방과 마주쳤는데요. 무죄를 주장하는 뻔뻔한 모습에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 콩밥 먹게 해주겠다”고 했더니 상대방은 “오늘 입 열면 가만 안 둘 거야, 진짜로, 너 개인정보 내가 다 알고 있어, 평생 빚이나 갚으면서 살고 싶어?”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협박으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형법 제283조 협박 및 존속협박에 의하면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볼 때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합니다. 해악의 고지로 인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
과연 “눈에 보이는 공간은 멈춰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흐른다”는 주장이 맞는 걸까? 우리 주변에서 계속 변하는 공간을 보면서 “공간이 멈춰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이 구식에서 신식으로 교체되고, 각종 물건들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고, 도로도 공장도 계속 세워지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교체되고, 움직이고, 세워지면서 변한다는 것은 공간이 멈춰있지 않고 흐른다는 의미다. 어느 시점에서 순간적으로 보면 공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땐 분명 공간은 멈춰있지 않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무한대의 좌표로 존재하면서 멈춰있는 것이 아닐까? 태양은 태초부터 멈춰있었는데 자전하고 있는 지구상에 사는 우리가 태양이 움직이면서 뜨고 진다고 생각하듯이, 시간도 태초부터 무한대의 좌표로 멈춰있었는데 그 좌표 위를 지나가는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태양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도 계속 그대로 있는데, 지구만 스스로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과 불가분의 관계인 시간을 좌표 개념으로 봐도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
‘증오범죄(Hate Crime)’는 편견이나 오해로 인한 각종 차별이 그 동기가 된 살인·방화·폭력 등의 범죄를 말한다. 통상 증오범죄는 특정집단 구성원들이 종교적·인종적·문화적·성적 차별의 대상에게 가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표적 범죄(Target Crime)’로 불리기도 한다. 증오범죄의 형태는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증오범죄의 표적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표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범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아시아계 인종이 표적으로 부각된 양상이다. 일본에서도 미국 못지않게 증오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옴진리교 도쿄 지하철 사카린 테러 사건’ ‘교토 애니메이션 회사 방화 사건’ ‘가나가와현 장애인 시설 살상 사건’ ‘게이오센 지하철 방화’ 등이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증오범죄 사례들이다. 일본의 증오범죄는 종교적 광신과 개인적 일탈 차원에서 발생하곤 한다. 옴진리교 테러 사건이 첫 번째 형태라면, 게이오센 지하철 방화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개인적 증오범죄를 벌인 대다수는 “할 일은 다 했는데 되는 일은 없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자기 포기 상태에
경찰을 주식시장에 빗댄다면, 아마도 가장 뜨거운 종목이 아닐까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양 ▲국수본 설치 등도 모자라, 검수완박으로 수사 개시와 종결을 포함한 수사권마저 인수받으며 상종가를 쳤기 때문이다. 다만 13만명이 소속된 무장 집단인 경찰이 단순 초식공룡이 아니라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의 인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직 규모와 권한에 걸맞는 견제와 통제장치는 마련돼있지 않다. 이는 비단 한국 경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국가의 ‘폭력에 대한 독점’을 경고하면서 적절한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 권한이 커질수록 권한의 남용에 대한 유혹이 커지기 마련이고, 경찰의 정치화로 인해 시민의 권리와 인권이 침해될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경찰에게는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적 정당성이 강조되지만, 효율성도 경시돼서는 안 될 중요 가치다. 사법절차의 모형은 효율성을 강조하는 범죄 통제 모형과 효율성보다는 민주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더 중시하는 적법절차의 모형이 있다. 범죄 통제 모형은 흔히 대량생산을 위한 컨베이어벨트, 적법절차 모형은 장애물 경주에 비유되곤 한
문재인정권이 들어서고 집권 중반 정도의 일이다. 당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보수단체 사람들이 문 대통령 퇴진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중이었다. 한 사람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필자에게 다가와 서명에 동참을 요구했다. 그 사람에게 “문 대통령이 퇴진하면 이야깃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니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여 필자가 “시사 칼럼을 쓰는데 문 대통령은 좋은 소재기에 곤란하다”는 부연설명을 곁들이자 그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며 물러섰다. 최근에 지인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김없이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말미에 ‘저거 끝까지 가겠느냐’며 우려를 표한다. 그들에게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가줘야 한다고. 각설하고, 우리말에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표현이 있다. 봉창은 과거에 흙으로 벽을 세운 집에 채광과 통풍을 위해 벽을 뚫어서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 없이 안쪽으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이다. 아울러 자다가 봉창을 두드린다는 건 한참 단잠 자는 새벽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들겨 놀라 깨게 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마디로 어처구니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뉘어져 있고, 대륙이나 대륙 안의 나라들이 남북(南北)으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회전하는 지구본을 보면, 지구가 대서양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특히 북반구의 나라들이 동일 위도 상에 동서(東西)로 길게 형성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지돼있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남북 프레임으로, 회전하는 지구본을 통해서는 지구가 동서 프레임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조로 돼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구는 멈춰있지 않고 실제 자전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대륙 중심의 남북 프레임보다 대양 중심의 동서 프레임에 더 익숙해 있는 것 같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고 느끼며 매일 동서 프레임에 민감하지만, 위도(남북)에 따라 변하는 계절은 하루 이틀 사이에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계절의 변화로 느낄 수 있는 남북 프레임에는 둔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동서 프레임보다 남북 프레임에 비중이 쏠려 있어, 이념이나 경제나 전쟁 등 대부분의 교
[Q] A씨는 운전 중 실수로 B씨의 자동차를 파손시켰습니다. A씨는 B씨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한 이후 차량파손의 합의 도중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운전면허증만 B씨에게 건넨 후 사고현장을 떠났고, A씨도 자기 차량을 운전해 사고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후 B씨는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했고, A씨를 도주차량 운전자라고 주장하면서 합의금을 과다하게 요구합니다. 이 경우 A씨는 사고 후 도주한 것으로 간주되나요? [A] 사건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 함)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사건입니다. 해당 규정을 살피면 운전 중 업무상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을 범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해 사고 낸 자가
지난 14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령(시행령)과 부령(시행규칙)이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시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서 “하위법인 대통령령이나 부령이 상위법인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입법 취지에서 일탈할 경우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 속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기 위해 정부조직법을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우회했고 윤 대통령이 지난 5월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활동·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며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할 수 있는 규제들은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즉, 윤 대통령이 법률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우선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국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조 의원이 윤 대통령의 시행령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윤 대통령은 “시행령 내용이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는
지난 주말 비가 꽤 많이 내리면서 습도가 올라가자, 아내는 실내를 쾌적하게 하기 위해 제습기를 틀었다. 그런데 1시간을 예약 설정한 제습기가 시간이 다 되어 전원이 꺼졌는데도, 약 1~2분 정도 더 작동되고 있었다.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제습 기능은 끝났지만, 제습기 내부에 남은 물기가 그대로 남아있으면 각종 세균이 서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 내부 건조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요즘 실내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나 제습기는 곰팡이를 자체적으로 없애는 기능이 다 있지만 세탁기, 청소기, 음식물처리기 등은 자체 정화기능이 없기 때문에 균이 많을 것”이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더러운 것을 처리하는 모든 기기에는 제습기처럼 본래의 기능을 다 마친 후, 더러운 것에 오염된 기기 자체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오전 아는 선배와 함께 검찰청에 다녀왔다. 10년 전만 해도 매일 범인들을 상대하는 경찰이나 검찰은 범인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행동이나 말투까지 범인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10년 전 제습기가 제습 기능을 마치고 난 후, 남아 있는 물기로 인해 오염되어 있듯이, 10년
불현듯 초·중·고 학창 시절 수업 시작 전에 낭송했던 국민교육헌장의 한 구절인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 대목은 참으로 희한하다. 필자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미 45년도 더 지나간 시절의 일이고 또 현재와 미래를 삶의 주안점에 두고 있으며 지난 일들에 대해 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내는 필자의 입장에서 살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군 시절에 필자에게 부여됐던 군번 역시 그렇다. 마치 필자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지금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고는 한다. 심지어 아직도 자신의 총기번호까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수한 반복 행위로 인해 필자의 머리에 완벽하게 각인돼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그런 이유로 이 나이에도 과거의 일이 현실처럼 재현되고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여하튼 필자 세대에게 뿌리 깊게 박힌 책임정신에 대해 논해보자. 이즈막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 세대에게는 자신의 모든 행위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책
전직 대통령의 사저 주변에서 발생한 집회 및 시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껏 집회 및 시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화염병·죽창·물대포·차벽 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회 및 시위와 관련된 쟁점은 폭력성이었다. 그러나 민주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집회 및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집회 및 시위에 앞서 그 이상의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수자의 유일하다시피 한 자기표현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자유 민주사회에서 시민은 다양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도 헌법으로 보호받는 권리며,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목표가 되는 기본 가치다.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명시해 어느 권리보다 최우선의 가치임을 공표했고, 우리 헌법에서도 당연히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중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계층·이념·인종 등 수많은 갈등요소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다양성과 관용은 중요한 가치다.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나 계층에 비해 자신
[Q] 친구와 술 한 잔을 하게 됐습니다. 많이 마시지 않아서 집에 갈 때 직접 운전했는데, 주차장에 도착해 하차한 직후, 경찰관들이 오더니 누군가 신고했다며 음주측정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음주단속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집까지 와서 음주 측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그냥 집으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부당하게 저를 제지하려 했고, 화가 난 저는 저항하다가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너무 억울한데 공무집행방해가 되나요? [A] 형법 제136조에 의하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공무원에 대해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위와 같이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 성립합니다. 적법한 공무집행이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고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춰야 합니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의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지난 대선 투표도 그랬지만 금번에 실시된 지방선거 투표에도 참여 여부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 대선은 후보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고, 금번 지방선거의 경우는 필자가 지방자치제 폐지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했는데, 필자가 필사적으로 지방자치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밝히겠다. 중요한 세 가지만 들어본다. 첫째, 지방자치제는 불손한 동기 즉, 지난 노태우정권 시절 여소야대 정국에서 세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지방권력 나눠 먹기 차원에서 실시됐다. 철저한 지역 이기주의 산물로, 부산·경남 지역의 김영삼 전 대통령, 호남의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소위 삼김씨가 노태우정권을 공갈 협박해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둘째,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지방자치의 본 개념인 지방 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자신의 행정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는 사라지고 철저하게 정치꾼들의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됐다. 이와 관련해 세세하게 덧붙이자. 먼저 광역단체장의 경우다. 이미 시절 여러 건의 사례로 입증된 바 있듯이 광역단체장은 정치꾼들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대권을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전락해버렸다. 바로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사회는 반전 데모와 마약으로 점철됐다. 이 무렵 일본의 한 문화인류학자는 미국이 인종차별, HIV, 마약 등으로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마약을 미국의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범죄와 마약의 연계성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마약은 제조·판매·경작·소지·복용 등 관련된 거의 모든 행위가 범죄다. 몇몇 국가는 마약의 합법화(Legalization), 비범죄화(Decriminalization)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마약은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적 폐단으로 인식된다. 마약과의 전쟁은 공급을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껏 마약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약의 제조·유통에 관여하면 엄청난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마약을 둘러싼 조직범죄가 기승을 부렸고, 범죄조직 간 이권다툼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로 귀결됐다. 마약 복용자는 전혀 줄지 않았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마약 자금마련을 위해
[Q] 운전 중 사람을 치었고, 피해자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신고 후 구급차가 피해자를 실어 갈 때까지 현장에서 피해자를 돌봤고, 두려운 마음에 경찰에게는 목격자로 사건을 진술하고 집에 왔습니다. 이후 경찰서에서 뺑소니 혐의가 있으니 조사받으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 잘못은 맞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니 뺑소니는 도주해야 한다는데 저는 사고현장을 이탈하지 않았는데도 뺑소니가 되나요? [A] 뺑소니라 함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도주차량에 해당합니다. 동법 제5조의3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의하면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해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에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는 사고를 낸 자
<일요시사> 독자들을 위해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조선조 제 7대 임금으로 수양대군으로 널리 알려진 세조의 부인 정희왕후와 세조의 큰 며느리로 성종의 어머니인 인수대비에 대해서다. 거의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상반되게 알고 있고 사극에서도 역시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다. 정희왕후는 온순하기 짝이 없는 여인으로, 반면에 인수대비는 상당히 강직했던 여인으로 그리고 있는데 실상은 그 정반대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결정적인 단서로 그들의 시호를 제시한다. 먼저 정희왕후의 시호인 정희(貞熹)에 대해서다. 정희가 비록 여자 이름인 듯한 인상을 풍기지만 한자 정희는 ‘지조의 지존’이란 의미로 여인에게 특히 왕비에게는 파격적일 정도로 강직한 시호다. 반면에 인수대비의 인수(仁粹)는 ‘어질고 순수한’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인즉 천상 여자라는 이야기다. 실제 역사를 차근하게 살펴보면 인수대비는 여성이 지켜야할 도리를 밝힌 <내훈(內訓)>을 저술할 정도로 현숙한 여인이었다. 이에 덧붙여 중요한 사실을 밝히자. 대개의 사람들은 성종 재위 당시 사사된 폐비 윤씨(연산군의 생모)의 죽음에 인수대비가 관련돼있는 것으로 알
최근 경찰에 ‘신변보호(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를 받던 여성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피해 여성들은 멀쩡히 작동하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스마트워치로 신고를 받은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경찰·검찰·법원 등 사법당국이 신변보호를 요청하게 만드는 스토킹이나 이별범죄 등 소위 ‘관계의 범죄(Relational crimes)’에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계의 범죄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인범죄(Personal crimes)는 잠재적 가해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같이 있어야 발생한다. 잠재적 가해자가 잠재적 피해자와 같은 시간과 공간이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범죄 예방책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사법당국은 이 간단한 원리를 가장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 여성으로 하여금 가해자를 피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예방책으로 내세운 게 가해자가 가까이 접근할 때 스마트워치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미처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신속히 신고하고 경찰도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도 사고를 막기 힘든 경우가
[Q]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도중 저를 촬영하는 남성을 목격했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여러 사람이 도와준 덕분에 옆 칸에 있던 남성을 잡았는데요. 이 남성은 핸드폰을 비췄을 뿐, 영상을 저장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무죄가 가능한가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의하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피해자를 촬영하기 위해 육안 또는 캠코더의 줌 기능을 이용해 피해자가 있는지 여부를 탐색하다가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촬영을 포기한 경우 촬영을 위한 준비행위에 불과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행위에 불과해 성폭력처벌법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나 기능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들이밀거나, 피해자가 용변을 보고 있는 화장실 칸 밑 공간 사이로 집어넣는
먼저 우스갯소리 하고 넘어가자. 필자와 <일요시사>와의 우연에 대해서다. <일요시사> 기사를 검색하는 중에 흥미로운 장면, 6·1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와 이재명에 대한 설문조사 기사를 접하게 됐다. 독자들께서 금방 눈치챘으리라 살펴지는데 필자 역시 다음 칼럼으로 그 부분을 지적하려 했고 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요시사>가 한발 앞서 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었으니 이심전심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이제 그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자. 금번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안철수와 이재명이 전략적으로 공천받고 또 거창하게 출마의 변을 늘어놓는 장면을 살피며 순간적으로 철면피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후안무치라는 사자성어 역시 떠올랐다. 두 단어가 다른 듯하지만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둘 다 얼굴 가죽이 철판처럼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그 두 사람에 대해 후안무치라는 사자성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을까. 그 두 사람의 행태를 지적하기 위한 최고의 부정적 단어가 철면피인데 그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단어가 떠오른 게다. 두 사람의 행태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