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뛰는 사람들> 새누리당 최홍재 예비후보

“4년 전은 단기필마, 지금은 천군만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을 판가름 지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 <일요시사>는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아홉 번째로 서울 은평갑에 나선 새누리당 최홍재 예비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는 민주통합당 이미경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3만6071표는 분명 기록적인 저항이었다. 하지만 여느 후보처럼 승자독식의 칼바람을 결코 피할 순 없었다.

4년 후, 그는 최홍재 2.0으로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과거와 다른 점이 뭐냐는 질문에 당당히 인지도와 신뢰도라고 답한 최 후보는 다시 한 번 5선의 아성에 도전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베드타운(Bed town) 중 하나인 은평에 자생력을 불어넣겠다는 최 후보의 호기로운 계획, 그 청사진을 <일요시사>가 함께 들여다봤다(인터뷰가 있은 후 1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은평갑 현역인 이미경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최 후보와의 일문일답.

- 은평갑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강세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은평갑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은평갑이 변화를 일으키기에 적합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겐 은평이 고향이다. 이곳에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데, 내가 서민의 아들이고 지금도 서민이다. 주민들이 나에게 잘해주시고, 나도 그분들이 참 좋다. 이 지역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변화를 일으키기에 적절한 지역이다. 은평에는 통일로가 있다. 통일시대를 맞이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면서, 통일을 준비해야할 의무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야당은 현재 통일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평갑을 선택했다.


- 두 번째 도전이다. 4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숫자로 비교하자면 100 대 1500이다. 4년 전에 있었던 출판기념회 참석자 수가 100명이었다면, 이번 출판기념회에는 1500명 정도가 왔다. 그만큼 신뢰·인지도에서 변화가 있었다. 단적으로 5년 동안 불광제 청소를 토요일마다 해왔다. 그걸 본 주민들 사이에서 ‘최홍재는 여느 정치인과는 다르구나’라는 신뢰가 생긴 것 같다.

또한 지금까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일관된 모습에 신뢰가 많이 쌓인 것 같다. 또한 4년 동안 철저히 준비한 결과 동지들 간의 신뢰도 많이 쌓여 주변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이들이 많다. 지난번은 단기필마의 선거전이었다면 이번에는 함께 뛰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다.
 

- 유권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변화를 느끼나?
▲그렇다. 우선 아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내가 지역에서 오래 살았지만, 4년 전 선거 때는 100명 중에 1명이 나를 알아볼까했는데 지금은 100명 중 10명 이상은 알아본다. 이전과는 훨씬 분위기가 다르다. 때문에 힘도 많이 실린다.

- 최홍재의 비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게 우리 슬로건이다. 출판기념회 때 참석자들에게 난 3가지를 향해 멀리 가보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첫 번째는 낙후되고 정체된 은평갑을 활기차게 만들어내겠다. 두 번째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사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신뢰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

세 번째는 북녘 동포들에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풍요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야만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난 그 길을 꼭 가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 3가지 비전을 얘기한다.

- 1년 동안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지역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나?
▲청와대에서 1년1개월,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1년3개월 동안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지역을 활성화시킬 만한 인프라를 얻고 공부를 했다. 은평갑에는 기업이 하나도 없어 제정자립도가 23, 24위 권에 머물고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아무래도 정부의 힘을 지역에 투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운영구조를 아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정부의 힘을 끌어올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을 하면서 각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은평갑을 활성화시키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출판기념회, 4년 만에 1400명 껑충
“활기찬 은평, 개발의 은평 만들 것”

- 지역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지난 22년 간 은평갑은 정체되거나 때에 따라 낙후돼 왔다. 때문에 은평갑 주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크다. 주민들은 활기찬 은평의 모습을 원한다. 개발의 욕구가 있는 상태다.

원하는 개발은 구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수색·증산 쪽 주민들은 수색역에 용산역처럼 환승센터가 크게 들어서 개발의 힘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녹번·응암 쪽은 서울혁신센터가 있는 자리에 기존 시민사회단체(NGO)보다 경제·문화 관련 시설들이 들어와야 되지 않겠냐는 게 많은 주민들의 생각이다.

센터의 부지가 약 3만여평 정도 된다. 이는 서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넓은 땅이다. 은평과 서울 양쪽 모두를 위해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사 쪽은 교통의 사각지대다. 경전철이 오다가 멈추는데, 연장을 원한다는 의견이 많다.

- 은평갑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지역에 맞는 기업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은평은 지리적으로 수색 쪽이 곧바로 자유로와 연결돼 있다. 디지털미디어센터라고해서 MBC부터 쭉 이어져 있다. 그런 요소들을 감안한다면 문화기업을 유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류문화를 중국인들이나 해외관광객들이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기지로 개발한다면 해볼만 하다고 본다. 지리적 메리트는 충분하다.
 

- 최근 새누리당이 공천문제로 시끄럽다. 예비후보로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발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웃음). 누가 나에게 친박인지 비박인지 월박인지 탈박인지 물어보더라. 친박-비박 가르는 것 자체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라고 난 생각한다.

- 계파 갈등이 터지면 야당 텃밭에서 활동하는 여당 후보들은 더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갈등도 갈등 나름이다. 정책 갈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마치 권력 싸움으로 비치는 갈등은 백해무익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 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 당에?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그런 갈등은 험지에서 활동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 당내 북한통이다. UN대북제재결의안 통과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이번 결의안은 강력하다. 이전 결의안을 보면 제재가 군사용·사치품에 한정됐다면, 이번에는 경제 전반으로 늘어났다. 잘 이행될까라는 문제는 결국 중국의 의지가 필요하다. 북한의 석탄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해도 다른 형태로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 경공업 제품도 마찬가지다. 제재안은 강력해 졌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에 있어서 중국의 의지가 필요하다.

- 방향성에 대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북한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전 방위 압박이 이상적이라고 보나?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햇볕정책’이다. 우리가 잘해줘서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으로 나오고 동·서독처럼 단계적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겠나. 그렇지만 북한이 동독과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햇볕정책도 안되고 소극·방어적인 상호주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더불어 북한도 핵 포기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동이 트기 직전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chm@ilyosisa.co.kr>


[최홍재는 누구?]

▲전남 나주 출생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전 박근혜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전 MBC 방송문화진흥회 최연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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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