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 지형도' 선거판 흔드는 야인들 백태

‘불출마≠정계은퇴’ 포석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지형도가 재구축되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무게추가 기우는 모습. 쏠리는 쪽은 친박, 반대편에는 비박이 울상을 짓는다. 갑작스레 힘의 기울기가 한쪽을 향한 데는 일찍이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의 활약이 크다. 이들은 청와대·친박계의 손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주고 있다. 나날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불출마 인사들의 행보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공천 문제로 시끄러울 때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은 제 할 말 다 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공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눈치를 덜(?) 본다는 게 정가의 중론.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달리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흥미롭다.

불출마 인사
친박 확성기?

한 비박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견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며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불출마가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출마라는 것은 선거의 유불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계산해 결정하는 것이다. 불출마 이후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지금 보이는 행동들을 포석에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여권 내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은 5명(이한구·강창희·손인춘·김태호·김회선).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합치면 총 6명이다. 이들 중 비례대표인 손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총선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지금, 오히려 총선 정국을 이끌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태풍의 영향권은 어디까지이며,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정가에서 가장 뜨거운 사람을 한 명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꼽을 것이다. 공천권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거머쥔 이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당 대표의 영향력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단, 공천 룰을 정하는 데 있어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점, 공천장에 당 대표의 도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위원장이 공천권을 완벽히 거머쥐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했다. 4선 의원의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정가에서는 즉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진용퇴 압박을 받았다’부터 ‘입각을 노린다’까지 다양한 해석이 붙었다.

이한구·김회선
공천 칼자루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 남았다. ‘시점’이 총선을 1년하고도 2개월이나 남겨뒀다는 점, ‘지역’이 여당의 텃밭인 점이다. 이 위원장의 지역구는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갑)이다.

이 위원장은 정계 은퇴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회견장에서 기자들이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정계 은퇴가 뭐냐. 난 어떻게 해야 정계를 은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앞으로 1년간은 중요한 문제에 좀 더 시간을 쓰고 싶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의원실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출마 선언 직후 의원실을 찾았을 때 관계자의 입을 통해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이한구) 의원께서 평소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 하셨기 때문에 그쪽으로 계획을 잡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 위원장은 친박계 중진으로 통한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 후, 지금의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비박계에 가까웠다. 지난해 9월 정부세종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근혜정부의 4대개혁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렸던 그가 오히려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당시 기자들에게 뿌려진 60매짜리 장문의 보도자료에는 “각 부문별 핵심과제가 누락돼 알맹이 없는 개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혹독한 평가가 포함돼 있었다.

새누리 불출마 5인, 총선 앞두고 부각
국민 위해 쓴소리? “노림수 있을지도”

친박계에 대한 날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장례식을 찾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입을 통해 ‘TK(대구·경북) 교체설’이 나와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 위원장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정치라는 것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고 자꾸 정치권 이미지만 나쁘게 한다”며 “박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불출마, 그리고 계파를 가리지 않는 모습은 그를 공관위원장 적격 후보로 만들었다. 비록 김무성 대표가 반대 의사를 폈지만, 비박계 전체에서 반대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이 위원장이 되는데 적극 지원했고, 결국 원했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의 상황은 이 위원장과 김 대표 간 극한의 갈등구도로 전개된다. 팽팽할 것 같던 힘 싸움은 그러나 서서히 김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한다.
 

‘필리버스터’ 대응을 위한 의원총회가 있던 지난 23일, 현장에 있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처음과 끝은 당 대표가 연설을 하지만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회의장 안 분위기도 김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라며 “이전보다 (비박계의) 호응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회선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후 공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당내 인사 5명,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된 공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당내 인사로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부위원장 겸 간사로 임명됐으며 공관위원에는 홍문표 사무1부총장과 박종희 사무2부총장, 그리고 김회선 의원이 임명됐다. 김 위원의 직책은 ‘클린공천지원단장’이다.

김태호·강창희
친박 세몰이?

김 위원은 지난해 10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던 날 그는 “20대 총선을 꼭 6개월 앞둔 오늘, 저 김회선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음을 밝힌다”며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애국의 방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을 정도로 총선 준비에 여유가 있었다는 점, 깃발만 꽂아도 된다는 서울 서초(갑) 현역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회선 논개론’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돌아왔다. 클린공천지원단(이하 지원단)은 공천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비리를 ‘심사’하는 곳이다. 예비후보자들에게는 공천 시험대와 마찬가지. 상대방에 대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지원단에 탄원서·진상규명 촉구서 등이 쇄도하고 있다. 내용도 다양해 과거 상대방 후보의 해당행위·전과기록을 고발하겠다며 날아드는 문서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기존 6명이던 소속 변호사 수를 9명으로 늘린 상황.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휘를 맡은 김 위원에게 쏠리는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천? 칼쥔 이한구·김회선에 달렸다
정의화·강창희·김태호…박근혜 지원

‘미스터 쓴 소리’로 통하는 김태호 최고위원 또한 최근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불출마 인사다. 주 무대인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은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국민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는 모습으로 우릴 보고 있다”며 “이렇게 백보드에 개혁을 띄고 붙이고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비판했다(새누리당은 백보드에 써넣을 새로운 문구 공모를 위해 기존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문구를 지웠다).

앞서 18일 최고위에서는 김 대표와 이 위원장 둘 모두를 겨냥해 “당의 가장 중심에서 책임 있는 분들이 막가파식 공중전을 통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8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초심은 사라지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판단력이 흐려졌다”며 “이대로 출마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속이고 국가와 국민, 누구보다 저를 뽑아 주신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복수의 언론은 다양한 분석 기사를 통해 김 최고위원의 속내를 파악하려 애썼다. 종합해보면 ‘자기 정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라는 게 당시 언론의 시각이었다. 최근 비박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김 최고위원의 입각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최고위원은 원유철 원내대표와 함께 요 근래 최고위를 주도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이 긴급 8인 회동(당 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공관위원장, 부위원장, 자격심사위원장 등)을 요청한 것도 커진 당내 입지를 잘 보여준다는 전언. 당시 한 사진기자의 앵글에 김 최고위원의 메모지가 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둘 중 하나 물러나야‘ ‘자해정치, 국가위기’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비박계는 이를 다분히 의도된 노출로 보고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전 의장은 예비후보자 지원사격에 나섰다. 허용범·정윤숙·정진석 등 서울과 충청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다니며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지역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강 전 의장이 충청권 ‘진박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정 후보자의 개소식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과 모습을 드러내 논란을 키웠다.

정의화 의장
테러방지법

강 전 의장은 지난 4월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대전 중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그는 “이번 19대를 마지막으로 선거에 더는 나서지 않을 결심을 했다”며 “유능한 후배들이 제 다음을 이어서 젊은 중구, 또 힘 있는 중구를 만들고 발전시켜 주길 기대하면서 불출마 결심을 당원 여러분께 알려 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역할론에 있어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지만, 그때마다 강 전 의장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함께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며, 최근에는 비박계가 내세우는 공관위원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고사했다. 강 전 의장은 정계 은퇴를 번복하지 않고 예비후보자 지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후반기 국회의장도 최근 불출마를 결정했다. 정의화 의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며 “제 지역구인 부산은 물론이고, 동서 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 출마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출마를 말하기 전까지 정가에서는 정 의장의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인이 현역 의지가 강했기 때문.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선은 변경됐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선물을 안겨주고 떠나게 됐다. 정 의장은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와 북한의 행태에 근거해보면 현재 ‘국가비상사태’ 요건이 성립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야권이 필리버스터로 저항하고 있는 가운데 변수가 있다. 300석 중 157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8석의 이탈 표가 나오면 다음 회기로 넘어간다(야권에서도 이탈 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과연 직권상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정 의장의 결정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초침은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3월10일을 가리키고 있다. 더불어 그즈음 새누리당 경선 후보자의 모습도 윤관을 드러내게 된다. 여러모로 바쁜 3월의 여의도가 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 당사 현수막의 비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 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가에서는 탈출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미 김 대표는 몇 가지 패를 던진 상황이다.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그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함께 지난 23일 ‘지역 253석, 비례 47석’에 합의한 것도 탈출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법안과 연계키로 한 ‘당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즉 김 대표가 원내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으로 선거구 문제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을 계속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종국에는 발을 뺏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김 대표가 먼저 백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물러서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뒤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가 적혀있는 당사 현수막을 걷어내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귀띔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