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 ③경북 경주시

푸짐한 인심과 먹는 즐거움이 있는 곳!

세상인심이 각박해졌다지만 아직 인심과 정이 있는 곳을 찾으라면 전통시장이 아닐까. 떠들썩한 시장 골목을 걷노라면 기운이 절로 솟아나고,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다. 천 년 고도 경주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이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성동시장이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천년고도 경주 대표하는 중심가 위치한 전통시장
떡볶이, 순대, 김밥…군침이 절로 나는 먹자골목

원래 성동시장은 지금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규모도 약 1300㎡(400평)로 작았다. 의류나 공구, 간단한 먹거리 등 저렴한 물건만 팔아서 염매 시장으로 불렸다. 염매는 ‘염가 판매’의 줄임말이다. 성동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때는 1971년이다. 당시 3300㎡(1000평) 규모로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3200㎡(4000평)에 달하는 경주 최고의 시장으로 꼽힌다.

성동시장 상인회 신우현 회장에 따르면, 먹자골목과 생선 골목, 폐백 음식 골목, 채소 골목, 의류 골목 등에 600여개 상점이 입점했고, 상인도 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신 회장은 “경주뿐만 아니라 언양, 울산 사람도 찾는 시장”이라고 덧붙인다. 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진열되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유교 전통이 강한 경북 지역에서는 집안 대소사나 제사 등 큰 행사 때 문어가 빠지지 않는다. 문어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 선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어의 먹물로 먹을 대신하기도 했다. 문어 다리를 반 잘라 꼬치에 가지런히 꿴 뒤 소고기, 상어 고기 등과 함께 상에 올린다.


참치처럼 보이는 생선 토막은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상어 고기다. 경주를 비롯해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등 경북 지역에서는 ‘돔배기’ ‘돔배 고기’ 등으로 부른다. 상어 고기를 ‘돔박돔박’ 썰어 돔배기가 됐다는 말이 있고, 돔발상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전라도 제사상에 홍어가 빠지지 않듯, 경상도 제사상에는 돔배기가 빠지지 않는다. “요걸 꼬치에 꿰서 묵으면 억수로 맛있는 기라. 굽거나 찌서(쪄서) 초장에 찍어 묵어도 맛있고.” 주인아주머니가 방금 소금을 뿌린 돔배기 하나 건네며 하는 말이다. 돔배기는 검붉은 색이 도는 귀상어와 흰색을 띄는 청상아리가 많이 팔리는데, 귀상어가 약간 비싸고 맛도 좋단다.

반찬 무한 리필
뷔페 골목

시장 구경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먹자골목 탐방 아닐까. 성동시장 먹자골목의 명성은 여느 전통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순대며 튀김, 어묵, 떡볶이, 김밥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섰다. 성동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순대도 유명하다. ‘서울찹쌀순대’를 비롯해 네 곳에서 모두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판다. 찜통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유혹한다. 값도 싸다. 찹쌀순대 4000원, 매운 순대 5000원. 찹쌀순대는 이름 그대로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매운 순대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은근히 중독성 있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순대가 이곳 인심을 보여준다. 

초밥을 파는 식당도 있다. 일식집 주방 경력 10년이 넘는 요리사가 싱싱한 활어를 바로 잡아서 초밥을 만든다. 생선을 잡는 시간만큼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여느 일식집에 뒤지지 않는다.

뷔페 골목은 성동시장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 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2평)도 안 되는 식당 1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쌓였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단돈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게다가 무한 리필이다. 접시에 먹고 싶은 반찬을 담으면 주인아주머니가 따뜻한 밥과 국을 내준다.


“30년 전에 밥값이 700원이었거든. 그때 밥 묵으러 오던 총각이 인자(이제) 마누라하고 아들(애들) 손잡고 온다 아이가. 엄마 손잡고 오던 꼬맹이가 남편 손잡고 오기도 하고.” 주인아주머니는 “먼 길 갈 낀데 더 묵고 가라”며 밥을 한 공기 더 내준다.

신라의 달밤
경주의 야경

요기도 했으니 경주 여행에 본격적으로 나서보자. 시장 구경을 마치면 저녁 무렵일 터. 대릉원 지구로 가면 경주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어둠이 내릴 무렵 대릉원 지구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데,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고분의 곡선은 1000여 년 전 신비로운 ‘신라의 달밤’도 이러했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야경 여행은 동궁과 월지로 이어진다. 동궁은 태자가 살던 신라 왕궁의 별궁, 월지는 동궁에 있는 연못이다. 그동안 안압지 혹은 임해전지로 불리다가 2011년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첨성대에서 경주교촌마을이 지척이다. 요석궁이 있던 곳으로 돌담과 그 너머로 살짝 보이는 기와지붕이 예쁘게 어우러진다. 이 마을에 ‘최부자 집’으로 불리는 경주교동최씨고택이 자리한다. 눈여겨볼 공간은 목재 곳간. 현존하는 목재 곳간 가운데 가장 크며,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곳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다. 최부자는 흉년에 곳간을 열어 사방 100리(40km)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이왕 나선 걸음, 세계 문화유산을 돌아보면 어떨까. 경주양동마을은 5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이다. 조선 시대 상류 주택을 포함해 기와집과 초가 150여 채가 있다. 불국사, 석굴암 등 수학여행 단골 코스를 찬찬히 되짚어 보는 것도 새롭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성동시장→대릉원→첨성대 야경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성동시장→대릉원→첨성대 야경→동궁과 월지 야경
둘째 날: 경주교동최씨고택→불국사→석굴암→경주양동마을
관련 웹사이트
· 경주문화관광 http://guide.gyeongju.go.kr
· 경주愛(경주시 공식 블로그) http://gyeongju_e.blog.me
· 경주교촌마을 www.gyochon.or.kr
· 불국사 www.bulguksa.or.kr
· 경주양동마을 http://yangdong.invil.org
문의 전화
·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8
· 경주역 관광안내소 054-772-3843
· 성동시장 상인회 054-772-4226
· 불국사 054-746-9913
· 경주양동마을 054-762-2633
대중교통(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21회(05:10~22:00)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서울역-경주역: (서울역-동대구역 KTX, 동대구역-경주역 무궁화호), 하루 15회(서울역 05:30~19:10) 운행, 환승 시간 포함 3시간 30분~4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10~23:55) 운행, 약 4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1회(07:00~24:00) 운행, 약 4시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경주고속버스터미널 054-741-4000, 경주시외버스터미널 1666-5599, www.gyeongjuterminal.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서라벌대로→금성삼거리에서 시청·시의회 방면 좌회전→금성로→서라벌사거리에서 감포 방면 우회전→태종로→팔우정삼거리에서 경주역 방면으로 좌회전→성동시장
숙박
·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경주: 경주시 보문로, 054-748-4848
· 경주힐튼호텔: 경주시 보문로, 054-745-7788
· 지지호텔: 경주시 태종로699번길, 054-701-0090
· 락희원 민박&게스트하우스: 경주시 지영길147, 054-744-6295
식당
· 전통맷돌순두부: 맷돌순두부찌개·파전, 경주시 숲머리길, 054-743-0111
· 별채반교동쌈밥: 곤달비비빔밥, 경주시 첨성로, 054-773-3322
· 서산돌: 게장백반·암게정식, 경주시 첨성로, 054-774-5369
· 흥부막창: 돼지막창·생삼겹살, 경주시 공영주택길, 054-748-1415
주변 볼거리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계림, 경주 황룡사지, 분황사, 경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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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