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 ②강릉시 주문진읍

항구의 정취와 희망이 오가는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오세요~

영동 지방 제일로 꼽히는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며 흥정하는 맛도 쏠쏠하다.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주문진항 언덕에 자리한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도 빼놓지 말자. 이곳에서 주문진항과 너른 바다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지만,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방파제 길이가 920m에 이르며, 어선 500여 척이 정박할 수 있다. 주문진(注文津)이란 이름은 ‘물품을 주문받아 운반하는 나루터’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주문진 부근 연해에서 한류와 난류가 만나고, 수심이 깊어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이에 따라 일찍부터 수산시장이 발달했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주차타워에 올라가면,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복어, 임연수어, 도치, 대구 등이 눈을 껌뻑껌뻑 뜨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경매 입찰표에 값을 적는 중매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오징어는 배 앞에서 경매를 진행해, 낙찰자가 펄떡펄떡 뛰는 오징어를 직접 가져간다. 입찰표를 머리에 단 문어 한 마리가 탈출해 바닥을 기어보지만 곧 잡히고 만다. 작은 어선이 정박한 곳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연방 손을 놀려 그물에 붙은 임연수어를 떼어낸다. 생선은 트럭과 손수레, 자전거에 실려 수산시장과 어민수산시장, 횟집, 건어물 가게 등으로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경매장 옆에 어민수산시장이 있다. 어부가 잡은 자연산 수산물을 노천에서 판매하는 곳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가게에서 저마다 싱싱한 수산물을 자랑하며 호객하고, 흥정하느라 가벼운 승강이도 벌어진다. 이곳에서 회를 떠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차분하게 회를 맛보려면 수산시장 내 횟집이나 항구 끝에 자리한 ‘방파제회센타’로 간다. 2월까지 최고의 제철 생선은 복어다. 항구에는 싱싱한 복어가 넘쳐나고 값도 저렴하다.

주문진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주문진성황당과 주문진등대다. 항구에서 마을 언덕 쪽으로 보이는 푸른 기와집이 성황당이다. 굽이굽이 골목을 지나면 달동네를 거쳐 성황당에 닿는다. 성황당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시원하다.


2월에 최고
제철 복어

주문진성황당에는 애달픈 사연을 담은 ‘진이(眞伊) 설화’가 내려온다. 조선 시대 이곳 바닷가에 진이라는 여인이 살았다. 미색을 좋아하는 연곡현감이 우연히 진이를 보고 수청을 들게 했지만, 진이는 절개를 지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동해안 일대는 흉어와 질병이 반복되었다. 1613년 강릉부사로 부임한 정경세가 이 사연을 듣고 진이를 성황당에 모셔 봄가을로 제를 지내니, 마을에 안녕과 풍어가 찾아왔다고 한다. 지금도 봄가을에 서낭제, 가을에 풍어제가 열린다. 제사에 펼쳐지는 동해안별신굿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성황당에서 달동네 골목을 휘휘 둘러 가면 주문진등대에 닿는다. 등대 건물은 지름 3m에 높이 10m로 아담하지만, 1918년 강원도에서 처음 생긴 등대다. 옛 봉수대가 있던 곳에 자리해 사방이 한눈에 보인다. 바다는 물론 멀리 내륙 쪽으로 눈을 머리에 인 백두대간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등대에서 나와 강릉의 명소를 찾아보자. 주문진에서 13km쯤 내려오면 경포호를 만난다. 경포호 동쪽 초당동 울창한 금강송 군락에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이 자리한다. 허균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누이 허난설헌은 비운의 천재로 뒤늦게 알려졌다. 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나 재능을 피우지 못하고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시는 명나라 시인 주지번이 중국에서 간행한 <난설헌집>으로 격찬을 받았고, 일본에서도 널리 애송되었다.

천천히 살피는
강릉의 명소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에서 나와 경포호를 반 바퀴 돌면 경포대다. 그 옆에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소리에 푹 빠진 손성목 관장이 세계 6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축음기, 뮤직 박스, 에디슨의 발명품 등 5000여 점을 전시한 사설 박물관이다. 200년 전 소리인 뮤직 박스, 100년 전 소리인 축음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직원의 해설을 들으며 내부를 둘러보는데, 맛깔스러운 설명 덕분에 관람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강릉 여행에서 하슬라아트월드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정동진에 자리한 이곳은 자연과 사람,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예술 공간이다. 박신정·최옥영 부부가 만들었으며, ‘예술에 눕다’라는 부제처럼 10만9000㎡(3만3000평)에 펼쳐진 자연 공간에서 예술의 세례를 듬뿍 받을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수려한 바다와 작품이 어우러진 조각공원, 피노키오와 마리오네트 작품이 전시된 ‘피노키오&마리오네트미술관’, 최옥영 선생의 작품으로 꾸며진 하슬라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1km 거리에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 년 고찰 등명낙가사가 있다. 자장은 부처의 사리를 석탑 3기에 모시고 이 절을 세웠다고 한다. 그중 석탑 1기가 남았다. 약사전 앞에 서면 석탑 너머로 푸른 바다가 일렁거린다. 등명낙가사에서 바다와 눈 맞추며 주문진수산시장부터 이어진 강릉 여행을 차분하게 마무리한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하슬라뮤지엄호텔(숙박)
둘째 날: 하슬라아트월드→등명낙가사→정동진

관련 웹사이트
· 강릉시청 문화관광 www.gntour.go.kr
· 주문진수산시장 www.ffish.co.kr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www.edison.kr
· 하슬라아트월드 www.haslla.kr

문의 전화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주문진수산시장 033-661-7302
·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033-640-4798
· 등명낙가사 033-644-5337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2
· 하슬라아트월드 033-644-9411~5

대중교통(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2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회(06:00~20: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서울-주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 운행(06:31~20:50),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북강릉 IC→연곡·주문진 방면→동해대로→주문진항 주차장(주문진수산시장)

숙박
· 경포비치호텔: 강릉시 해안로406번길, 033-643-6699
· 이지호텔: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8085
· 하슬라뮤지엄호텔: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033-644-9414 

식당
· 일출횟집: 복어회·물회·매운탕, 주문진읍 시장2길(주문진수산시장 내), 033-662-6708
· 어민수산시장: 자연산 해산물, 주문진항 노천
· 고분옥할머니순두부: 순두부백반·두부찌개,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1897,http://hj010802.modoo.at

주변 볼거리: 주문진해변, 향호, 강릉선교장, 정동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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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