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친박계 새누리 ‘7월 전대’ 청사진

총선은 신호탄…최경환 체제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월 전당대회는 내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치러질 거예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측 관계자의 귀띔이다. 결국 4·13 총선과 전당대회, 그리고 대선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중 7월 전대를 두고 정가는 ‘친박-비박’ 간 맞대결의 백미(白眉)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모두의 눈이 4·13 총선을 향해 있지만, 오히려 하이라이트는 7월 전당대회(이하 전대)라는 주장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제쳐두고 계파라는 거대 조직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총선은 오히려 전대를 위한 교두보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친박(친 박근혜)계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최경환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전 포인트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하 당협위원장) 쟁탈전이 될 예정이다.

실세 최경환
친박계 카드

지난해 10월 정가에서는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란 설이 돌았다. 몸담고 있던 기획재정부장관직을 내려놓고 10월 말에 당으로 복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밀어낼 것이란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해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한 지금, 그 실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불은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통해 서서히 지펴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를 하다가 당과 국회로 복귀했다. 우리 당에 큰 인물 아닌가? 특히 경제에서는 확고한 내공이 있는 분이다”라며 “여러 가지 많은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많은 활동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면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진다”며 “본인(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7·14 전대를 통해 김무성 체제가 들어선 지도 2년이 돼 간다.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를 올해 7월에 실시할 계획이다.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친박계는 이번 전대를 통해 친박계 당 대표를 세울 계획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친박계 대선주자를 만들어야 함은 물론, 박근혜정권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선 상황에서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선 당 대표직을 놓칠 수 없다는 게 친박계의 입장이다.

진박 감별사
TK물갈이론

유력한 후보인 최 의원은 여의도로 복귀한 후 광폭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이하 TK)은 물론 부산·경남, 서울까지 종횡무진 찾아다니는 그에겐 어느새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까지 추가됐다.

지난달 25일 ‘TK 의원 자성론’으로 공격을 시작한 최 의원은 30일, 새누리당 하춘수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경제부총리 시절) 호남·충청의원들이 TK에서 예산을 다 가져간다고 난리를 피울 때 TK의원들 중 누구 한 명 나서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지금은 (예산확보) 자기가 다 했다고 홍보하고 다닌다”고 질타했다.

그는 “세금 올리면 당장 세금 더 들어오는지 누가 모르나”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뒷다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등 유승민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최 의원의 ‘진박 투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스스로 뭔가 꿀리는 사람들이 (내 말에) 반기를 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더라”며 “겸허하게 반성하고 용서 구하고 찍어달라고 해야지, ‘내가 뭐 잘못했는데’, 이렇게 있어가지고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하춘수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가 논란이 되자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뭐가 잘못됐느냐”며 되물었다).

비박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동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 아니냐”는 게 그들 입장이다.

최 의원이 곽 전 수석의 사무소를 찾은 날, 박민식 의원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정부의 핵심인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신 분이 대구에 가서 너무 드러나게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면 공정한 경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은 논란이 된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진박을 운운하며 지원하는 게 그들에겐 득이 될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돌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대구 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 찾는 등 청와대와 정부 출신 인사들의 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유사한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지역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기존 ‘TK 당 대표’라는 별명이 무색한 상황, 오히려 진짜 ‘당 대표’ 같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진박 감별사’ 자처 후 광폭행보
“오는 전대서 중요한 역할할 것”

비박계는 7월 전대에서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것은 당협위원장과 관계 있다”며 “왜냐하면 총선 후보자가 당협위원장이 된다. 그러니 자기들(친박계)이 낙점을 하려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전대에서 당협위원장이 갖는 힘은 익히 알려진 사실. “지역에서도 계파가 형성된다”고 운을 뗀 익명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역에서는 당협위원장의 파워가 매우 큰 게 사실”라고 말했다. 복수의 전대를 치러본 한 사무처 당직자는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당협위원장만 잡아도 당 대표가 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교두보는 마련됐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인선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취임 일성으로 ‘저성과·비인기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친박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현역 물갈이론’과 유사하다고 비박계는 지적한다. ‘저성과·비인기’ 부분에 작위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우려한 비박계 의원이 서로 연판장을 돌렸다는 점만 봐도 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만큼 큰지 알 수 있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이 의원의 취임 일성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공천 룰이 현역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도록 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현역은 배제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그런 공천의 원칙을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협위원장 교체
계파 갈등 뇌관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선거에서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 단위의 표를 움직일 수 있는 게 그들의 힘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한다. 앞서 말했던 당직자는 “전대에서 나오는 표를 100%라고 보면 한 80% 정도는 당협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다”며 “왜냐하면 당협위원장으로 정해지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당원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향식 공천이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들어간 이후 지역에서는 당원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이 몇 명이냐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 기준이 되다보니,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새누리당 인사는 “과거 각 지역별 당원이 500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수가 2000∼3000명 정도로 크게 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대는 새로운 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치러진다. 김무성·서청원이 맞붙었던 7·14 전대를 기준으로 보면, ‘선거인단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해 총 득표수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됐다. 비율이 높은 선거인단은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청년선거인단(만 19∼39세)으로 구성됐다.

당헌상에는 대의원의 구성을 1만명 이하로 명시하고 있는데, 지난 전대에서 총 9351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서 당협위원장은 당연직 전대 대의원이다. 또한 당협에서 추천하고 시·도당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당원과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당원을 합해 대의원 총수의 50% 이상, 즉 5000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계파전 양상? “당협위 잡으면 승”
김무성 vs 최경환…과연 주도권은?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보니 임명과 교체를 두고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곤 했다. 지난해 3월 초, 친박-비박 사이에는 부실 당협위원장이라는 뇌관이 터진 바 있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2014년 11∼12월까지 이뤄진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8명의 부실 당협위원장을 지정, 교체 대상으로 꼽았는데, 이때 서청원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서 최고위원은 “정당하지 못한 당협위원장 교체는 정치적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을 끊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강특위에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라며 지지의사를 보인 김무성 대표와 대치되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8명이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가 당 대표로 있을 때 홍문종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 친박계 당협위원장으로 7·14 전대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은 더욱 크게 일었다.

결국 4·13 총선은 지역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협위원장 교체를 알리는 총성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 비박계 인사는 “총선이 지나면서 당협위원장이 거의 다 교체된다”며 “전대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것이다. 대선과 연계돼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가 그것(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비박’을 통틀어 현재 당 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최 의원이 유일하다. ‘비박계는 대항마로 거론되는 사람이 없나?’라는 질문을 복수의 비박계 관계자에게 하자 “친박에서는 그 사람(최경환)이 거론되지만, 나머지는 총선 끝나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총선 전에는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사무처 당직자 출신 인사는 친박계에서 후보로 최 의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 의원이 최고 실세이기도 하지만, TK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14 전대 당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는 새누리당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TK 지역 당원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서 최고위원은 충청남도 천안 출생).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는 최 의원이 친박계가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당 대표 후보라고 전망했다.

유기준(부산), 홍문종(경기도 양주), 윤상현(충청남도 청양) 의원 등 친박 핵심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TK 출신은 최 의원을 포함해 그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이 경상북도 의성 출생).

‘김 vs 최’
승자가 독식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전대가 ‘김무성-최경환’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김 대표는 4·13 총선을 통해 대선까지 연결해주는 확고한 지지층을 원할 것이고, 친박계의 노림수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이 같은 목적지를 공유하는 이상 전면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변수는 경선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당헌은 2014년 2월25일, 당규는 지난해 5월26일 일부 개정이 있은 후 더 이상의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4·13 총선 이후 경선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이 지금의 공천관리위원회 만큼이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등돌린’ 조응천 역할론
청와대 X파일 터뜨리나

현 정권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야당에 입당하자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정윤회 문건’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전격 입당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의 입당에 대해 “정치적 도의를 벗어난 행위”라며 “여러 가지로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보여준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어떻게 보면 더민주가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지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됐던 당사자가 정치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논평했다(이를 전해들은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처지와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한 이병헌씨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더민주 입당
이동 배경 두고 해석 분분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에게 ‘박근혜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맡았던 업무(공직자 비위감찰, 인사검증, 대통령 측근 관리), ‘정윤회 문건’이라는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 전 비서관을 시한폭탄으로 느낄 만하다. 정가와 언론은 혹여 그가 숨겨뒀을지도 모를 정보들이 언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일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조 전 비서관 본인이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을 두고 일각에서 ‘청와대 핵심 정보를 이용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뭔가 얘기하려 했다면 구속 위기 때 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서류 같은 것은 들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남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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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