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친박계 새누리 ‘7월 전대’ 청사진

총선은 신호탄…최경환 체제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월 전당대회는 내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치러질 거예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측 관계자의 귀띔이다. 결국 4·13 총선과 전당대회, 그리고 대선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중 7월 전대를 두고 정가는 ‘친박-비박’ 간 맞대결의 백미(白眉)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모두의 눈이 4·13 총선을 향해 있지만, 오히려 하이라이트는 7월 전당대회(이하 전대)라는 주장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제쳐두고 계파라는 거대 조직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총선은 오히려 전대를 위한 교두보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친박(친 박근혜)계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최경환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전 포인트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하 당협위원장) 쟁탈전이 될 예정이다.

실세 최경환
친박계 카드

지난해 10월 정가에서는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란 설이 돌았다. 몸담고 있던 기획재정부장관직을 내려놓고 10월 말에 당으로 복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밀어낼 것이란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해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한 지금, 그 실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불은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통해 서서히 지펴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를 하다가 당과 국회로 복귀했다. 우리 당에 큰 인물 아닌가? 특히 경제에서는 확고한 내공이 있는 분이다”라며 “여러 가지 많은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많은 활동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면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진다”며 “본인(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7·14 전대를 통해 김무성 체제가 들어선 지도 2년이 돼 간다.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를 올해 7월에 실시할 계획이다.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친박계는 이번 전대를 통해 친박계 당 대표를 세울 계획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친박계 대선주자를 만들어야 함은 물론, 박근혜정권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선 상황에서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선 당 대표직을 놓칠 수 없다는 게 친박계의 입장이다.

진박 감별사
TK물갈이론

유력한 후보인 최 의원은 여의도로 복귀한 후 광폭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이하 TK)은 물론 부산·경남, 서울까지 종횡무진 찾아다니는 그에겐 어느새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까지 추가됐다.

지난달 25일 ‘TK 의원 자성론’으로 공격을 시작한 최 의원은 30일, 새누리당 하춘수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경제부총리 시절) 호남·충청의원들이 TK에서 예산을 다 가져간다고 난리를 피울 때 TK의원들 중 누구 한 명 나서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지금은 (예산확보) 자기가 다 했다고 홍보하고 다닌다”고 질타했다.

그는 “세금 올리면 당장 세금 더 들어오는지 누가 모르나”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뒷다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등 유승민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최 의원의 ‘진박 투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스스로 뭔가 꿀리는 사람들이 (내 말에) 반기를 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더라”며 “겸허하게 반성하고 용서 구하고 찍어달라고 해야지, ‘내가 뭐 잘못했는데’, 이렇게 있어가지고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하춘수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가 논란이 되자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뭐가 잘못됐느냐”며 되물었다).

비박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동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 아니냐”는 게 그들 입장이다.

최 의원이 곽 전 수석의 사무소를 찾은 날, 박민식 의원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정부의 핵심인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신 분이 대구에 가서 너무 드러나게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면 공정한 경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은 논란이 된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진박을 운운하며 지원하는 게 그들에겐 득이 될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돌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대구 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 찾는 등 청와대와 정부 출신 인사들의 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유사한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지역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기존 ‘TK 당 대표’라는 별명이 무색한 상황, 오히려 진짜 ‘당 대표’ 같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진박 감별사’ 자처 후 광폭행보
“오는 전대서 중요한 역할할 것”

비박계는 7월 전대에서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것은 당협위원장과 관계 있다”며 “왜냐하면 총선 후보자가 당협위원장이 된다. 그러니 자기들(친박계)이 낙점을 하려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전대에서 당협위원장이 갖는 힘은 익히 알려진 사실. “지역에서도 계파가 형성된다”고 운을 뗀 익명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역에서는 당협위원장의 파워가 매우 큰 게 사실”라고 말했다. 복수의 전대를 치러본 한 사무처 당직자는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당협위원장만 잡아도 당 대표가 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교두보는 마련됐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인선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취임 일성으로 ‘저성과·비인기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친박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현역 물갈이론’과 유사하다고 비박계는 지적한다. ‘저성과·비인기’ 부분에 작위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우려한 비박계 의원이 서로 연판장을 돌렸다는 점만 봐도 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만큼 큰지 알 수 있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이 의원의 취임 일성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공천 룰이 현역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도록 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현역은 배제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그런 공천의 원칙을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협위원장 교체
계파 갈등 뇌관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선거에서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 단위의 표를 움직일 수 있는 게 그들의 힘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한다. 앞서 말했던 당직자는 “전대에서 나오는 표를 100%라고 보면 한 80% 정도는 당협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다”며 “왜냐하면 당협위원장으로 정해지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당원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향식 공천이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들어간 이후 지역에서는 당원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이 몇 명이냐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 기준이 되다보니,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새누리당 인사는 “과거 각 지역별 당원이 500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수가 2000∼3000명 정도로 크게 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대는 새로운 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치러진다. 김무성·서청원이 맞붙었던 7·14 전대를 기준으로 보면, ‘선거인단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해 총 득표수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됐다. 비율이 높은 선거인단은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청년선거인단(만 19∼39세)으로 구성됐다.

당헌상에는 대의원의 구성을 1만명 이하로 명시하고 있는데, 지난 전대에서 총 9351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서 당협위원장은 당연직 전대 대의원이다. 또한 당협에서 추천하고 시·도당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당원과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당원을 합해 대의원 총수의 50% 이상, 즉 5000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계파전 양상? “당협위 잡으면 승”
김무성 vs 최경환…과연 주도권은?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보니 임명과 교체를 두고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곤 했다. 지난해 3월 초, 친박-비박 사이에는 부실 당협위원장이라는 뇌관이 터진 바 있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2014년 11∼12월까지 이뤄진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8명의 부실 당협위원장을 지정, 교체 대상으로 꼽았는데, 이때 서청원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서 최고위원은 “정당하지 못한 당협위원장 교체는 정치적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을 끊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강특위에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라며 지지의사를 보인 김무성 대표와 대치되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8명이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가 당 대표로 있을 때 홍문종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 친박계 당협위원장으로 7·14 전대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은 더욱 크게 일었다.

결국 4·13 총선은 지역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협위원장 교체를 알리는 총성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 비박계 인사는 “총선이 지나면서 당협위원장이 거의 다 교체된다”며 “전대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것이다. 대선과 연계돼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가 그것(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비박’을 통틀어 현재 당 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최 의원이 유일하다. ‘비박계는 대항마로 거론되는 사람이 없나?’라는 질문을 복수의 비박계 관계자에게 하자 “친박에서는 그 사람(최경환)이 거론되지만, 나머지는 총선 끝나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총선 전에는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사무처 당직자 출신 인사는 친박계에서 후보로 최 의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 의원이 최고 실세이기도 하지만, TK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14 전대 당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는 새누리당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TK 지역 당원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서 최고위원은 충청남도 천안 출생).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는 최 의원이 친박계가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당 대표 후보라고 전망했다.

유기준(부산), 홍문종(경기도 양주), 윤상현(충청남도 청양) 의원 등 친박 핵심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TK 출신은 최 의원을 포함해 그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이 경상북도 의성 출생).

‘김 vs 최’
승자가 독식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전대가 ‘김무성-최경환’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김 대표는 4·13 총선을 통해 대선까지 연결해주는 확고한 지지층을 원할 것이고, 친박계의 노림수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이 같은 목적지를 공유하는 이상 전면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변수는 경선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당헌은 2014년 2월25일, 당규는 지난해 5월26일 일부 개정이 있은 후 더 이상의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4·13 총선 이후 경선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이 지금의 공천관리위원회 만큼이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등돌린’ 조응천 역할론
청와대 X파일 터뜨리나

현 정권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야당에 입당하자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정윤회 문건’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전격 입당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의 입당에 대해 “정치적 도의를 벗어난 행위”라며 “여러 가지로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보여준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어떻게 보면 더민주가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지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됐던 당사자가 정치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논평했다(이를 전해들은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처지와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한 이병헌씨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더민주 입당
이동 배경 두고 해석 분분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에게 ‘박근혜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맡았던 업무(공직자 비위감찰, 인사검증, 대통령 측근 관리), ‘정윤회 문건’이라는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 전 비서관을 시한폭탄으로 느낄 만하다. 정가와 언론은 혹여 그가 숨겨뒀을지도 모를 정보들이 언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일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조 전 비서관 본인이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을 두고 일각에서 ‘청와대 핵심 정보를 이용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뭔가 얘기하려 했다면 구속 위기 때 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서류 같은 것은 들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남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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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