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대구도 바뀌고 변할 때 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을 판가름 지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 <일요시사>는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네 번째로 대구 수성구갑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도통 쉬운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이 고집스런 야당의 3선 중진은 적지 한가운데서 밤낮으로 뛰고 있다.

대구행을 선언한 지 4년,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滴水穿石, 적수천석)’는 말처럼 서서히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외침을 멈추지 않는다.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세 번째 도전.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온전히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김부겸’이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수성구갑 지역 현안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린벨트 해제, 종 상향, 송전탑 지중화 등 거주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들, 그리고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구 전반의 경제 상황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일도 큰 과제다.

- 현재 대구민심은 제2의 IMF를 우려할 정도다.
▲경제 문제는 비단 대구뿐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도시에는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을 만한 제조업이든 혹은 기타 기반산업이 있는데 반해, 대구에는 그런 것이 없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게 20년째다. 도시에 생산기반, 즉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1년에 1만 명에 이르는데, 이것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이 있나?
▲수성구 차원의 공약과 대구시 공약을 적절히 결합하겠다. 대구시에는 차세대 먹거리, 즉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수성구에 있는 ‘수성의료지구’, 정보통신 쪽의 ‘아이시티지구’와 대구시의 성장 동력을 잘 연결시키겠다. 또한 정부에서 하는 ‘스타트업’ ‘창조경제’와 어떻게 연계할지도 생각중이다.

수성구는 지적산업과 교육·문화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좋은 인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관광·예술·체육·의료 등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어떤 사회적 인프라를 이곳에 구축할지는 관련 자료들을 모으는 중이다.

- 몇몇 후보자들은 대기업 유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 얘기는 20년 전부터 했다. 대기업을 유치하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대기업이 여기 왜 와야 되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내륙 도시의 치명적 약점이 물류다. 물류에서 경쟁력이 없는데 계속 대기업 유치 얘기만 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지난 대구시장 선거 때 권영진 시장과 논쟁을 벌였던 것도 이 부분이다. 당시 권 시장 후보가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라고 해서 내가 말했다.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대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계공업, 공구공업과 같은 몇 가지 부분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클러스터화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을 대구에서 몇 개 키워내자”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이 저절로 크길 바라면 안 된다. 산업 정책적으로 지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적화’하고 동시에 지역의 17개 대학에서 나오는 인력과 결합해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 2017년 조성되는 ‘수성의료지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수성의료지구는 의료에 관광이 더해진 ‘체류형 의료관광지구’로 개발된다. 의료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에이전시, 의료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과 관광유치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가격 덤핑과 불법 브로커를 통한 환자 유치 등을 막고, 차별화된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안경·디자인·미용 등 인프라가 탄탄한 뷰티산업, 그리고 의료지구 주변의 대구 스타디움, 삼성 라이온즈 파크 등 스포츠 산업과 잘 접목시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 소속이 야당이다 보니 과연 대구시, 그리고 다른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업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오히려 정부와 야당을 이어줄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사업 등 국가적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국회에 올렸다. 처음에 야당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세게 부딪혔다. 그래서 내가 권영진 대구시장과 손잡고 홍의락 의원과 함께 우리당(더민주)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전혀 삭감 없이 통과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야당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그러진 프로젝트가 많았지 않나. 이번에는 우리(김부겸·홍의락)가 직접 나서 브릿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이런 역할을 못한다. 딱 필요한 타이밍에 누군가는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야당 의원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진영으로 갈라져서는 답이 안 나온다.

야당 간판 달고 여당 안방서 3수
협업에 문제? ‘브릿지’ 역할 자신

-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나?
▲아무리 여론조사 결과가 좋아도, 여기는 대구다. 이건 실제 지난 시장 선거 끝나고 들은 얘기다. “나는 분명히 김부겸 이름 밑에 찍는다고 찍었는데, 찍고 보니 1번 밑에 찍혀 있더라….” 무슨 말인가 하면 이 분들이 워낙 오랫동안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1번 당을 찍다보니 1번을 안 찍으면 뭔가 이상하달까, 마치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들 정도라고 한다. 거기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있다. 전통적 여당 지지에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의리까지 있어서 정말 쉽지 않다.

실제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당지지율이다. 지금 조사에서 대개 새누리당은 50% 이상, 더민주는 10% 선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절대 여론조사 수치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더 겸손하게 진심으로 다가가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 어르신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별로다”라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인물이 아닌 정당 대결로 가면 불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데...
▲그렇다. 상대 후보 측도 그걸 알고 ‘당 대 당’ 대결로 몰아가려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무조건 이기는 곳이 대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엄청나게 네거티브를 한다. 선거가 아직 80여일 남았음에도 벌써 공격을 해대는 건 인물은 지우고 정당만 남기자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사투리로는 ‘사람은 좋은데 마, 당이 영 파이다’라고 한다. 그런 어르신들한테는 이렇게 호소한다. “물건이 좋으마 일단 한 번 써 보이소, 공장 나쁘다고 좋은 물건을 버릴 낍니까?”라고.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속한 ‘공장’에 대해서도 나의 구상을 밝힐 생각이다. 공장의 기계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면 과감히 폐기 처분하고 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하여간 그 문제는 좀 더 지금 당의 변화 노력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이다.

제 지지층 중에 1/3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난 그 분들이 왜 더민주를 싫어하면서도 저를 지지할까 곰곰이 생각한다. 생각할수록 어깨가 무겁다. 우리 당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겸손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대구 사람들은 쉽게 말을 바꾸거나,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안 지거나, 소위 ‘싸가지’ 없이 함부로 말 하는 사람을 절대 안 믿는다. 딱 그 부분이 우리 당이 지금까지 제일 잘못해온 지점이다. 우리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도 그런 태도는 당장 고쳐야 한다.

- 불편한 질문 하나 드리겠다.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자 중에는 “에이 설마”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하다. 대구는 30년 동안 여당의 텃밭이었다. 30년이면 관성이 있다. 그렇지만 호소한다. 지금 새누리당을 계속 도와주고 짝사랑한 결과가 대구에 무엇으로 돌아왔냐고.

경제 침체, 섬유·자동차 산업이 몰락했고, 지금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공업은 부가가치가 너무 적다. 1차 밴드들의 마진폭이 5% 정도고, 2차 밴드까지 가면 2~3%에 그친다. 열심히 일했는데, 자산가치는 서울의 1/3이다. 대구에서 열심히 애 키워서 경북대·영남대 보냈는데, 지방대라는 이유로 취업전선에서 얼마나 고생하나. 경북대·영남대는 괜찮은 대학이다.

1년에 1만명이 떠난다. 한 도시에 젊은 두뇌들이 1만명이 떠난다고 생각해봐라. 10년이면 10만명이다. 도시가 확 늙어졌다. 저녁에 밖으로 나가보면 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보기가 힘들다. 그 사람들이 경제·사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 아닌가.


여론조사에서 나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김부겸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다 대구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특히 30·40·50대는 대구가 가진 환경에 대한 분노가 있다.

- 요즘 야권에서는 탈당이 최대 이슈다. 김 전 의원도 탈당을 예상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면?
▲나는 정치도 경쟁을 해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구에 왔다. 즉 정치적 지역주의, 싹쓸이 투표 행태를 극복해보자는 명분을 갖고 나의 고향인 대구로 온 것이다. 하나의 당만 있으면 경쟁 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들이 그냥 특권층 행세를 하고 군림하려 든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당이 서로 경쟁하면 절대 그렇게 못 한다. 정당 간 경쟁을 주장하는 내가, 지금 와서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탈당을 하고 무소속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민주를 떠나 신당으로 가는 것 또한 명분이 없다고 봤다. 아주 냉철하게 보면 지금 탈당 러시는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간 불신이 원인이다. 그 불신 때문에 수많은 야당 지지자들까지 편이 갈려 서로 비난하고 막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문·안 두 사람은 이번 탈당 사태를 빚은 당사자로서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판에 내가 휩쓸릴 이유가 어디 있는가?

-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야권으로서는 마지막 절박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몰렸던 지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하에 이루어진 정치 행위니 문 대표가 앞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야당의 정치 문법과 다를 것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준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 더민주 박용진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될 두 곳으로 자신이 출마하는 강북구을과 김 전 의원의 수성구갑을 꼽았다. 김 전 의원도 한 번 꼽아본다면?
▲역시 순천·곡성이다. 호남민들이 이정현 의원의 정치적 태도와 일하는 자세, 이 두 가지 각기 다른 면에 어떤 평가를 내리실지 궁금하다. 그 다음 대구 동구을이다. 박 대통령과 소위 진박, 그리고 대구에 뿌리가 있는 유승민 의원 간의 갈등을 대구 시민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그 결과는 향후 대구 정치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김부겸은 누구?]

▲경북 상주 출생
▲경북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제16·17·18대 국회의원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전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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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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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