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대구도 바뀌고 변할 때 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을 판가름 지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 <일요시사>는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네 번째로 대구 수성구갑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도통 쉬운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이 고집스런 야당의 3선 중진은 적지 한가운데서 밤낮으로 뛰고 있다.

대구행을 선언한 지 4년,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滴水穿石, 적수천석)’는 말처럼 서서히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외침을 멈추지 않는다.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세 번째 도전.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온전히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김부겸’이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수성구갑 지역 현안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린벨트 해제, 종 상향, 송전탑 지중화 등 거주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들, 그리고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구 전반의 경제 상황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일도 큰 과제다.

- 현재 대구민심은 제2의 IMF를 우려할 정도다.
▲경제 문제는 비단 대구뿐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도시에는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을 만한 제조업이든 혹은 기타 기반산업이 있는데 반해, 대구에는 그런 것이 없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게 20년째다. 도시에 생산기반, 즉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1년에 1만 명에 이르는데, 이것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이 있나?
▲수성구 차원의 공약과 대구시 공약을 적절히 결합하겠다. 대구시에는 차세대 먹거리, 즉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수성구에 있는 ‘수성의료지구’, 정보통신 쪽의 ‘아이시티지구’와 대구시의 성장 동력을 잘 연결시키겠다. 또한 정부에서 하는 ‘스타트업’ ‘창조경제’와 어떻게 연계할지도 생각중이다.

수성구는 지적산업과 교육·문화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좋은 인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관광·예술·체육·의료 등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어떤 사회적 인프라를 이곳에 구축할지는 관련 자료들을 모으는 중이다.

- 몇몇 후보자들은 대기업 유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 얘기는 20년 전부터 했다. 대기업을 유치하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대기업이 여기 왜 와야 되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내륙 도시의 치명적 약점이 물류다. 물류에서 경쟁력이 없는데 계속 대기업 유치 얘기만 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지난 대구시장 선거 때 권영진 시장과 논쟁을 벌였던 것도 이 부분이다. 당시 권 시장 후보가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라고 해서 내가 말했다.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대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계공업, 공구공업과 같은 몇 가지 부분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클러스터화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을 대구에서 몇 개 키워내자”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이 저절로 크길 바라면 안 된다. 산업 정책적으로 지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적화’하고 동시에 지역의 17개 대학에서 나오는 인력과 결합해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 2017년 조성되는 ‘수성의료지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수성의료지구는 의료에 관광이 더해진 ‘체류형 의료관광지구’로 개발된다. 의료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에이전시, 의료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과 관광유치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가격 덤핑과 불법 브로커를 통한 환자 유치 등을 막고, 차별화된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안경·디자인·미용 등 인프라가 탄탄한 뷰티산업, 그리고 의료지구 주변의 대구 스타디움, 삼성 라이온즈 파크 등 스포츠 산업과 잘 접목시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 소속이 야당이다 보니 과연 대구시, 그리고 다른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업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오히려 정부와 야당을 이어줄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사업 등 국가적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국회에 올렸다. 처음에 야당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세게 부딪혔다. 그래서 내가 권영진 대구시장과 손잡고 홍의락 의원과 함께 우리당(더민주)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전혀 삭감 없이 통과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야당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그러진 프로젝트가 많았지 않나. 이번에는 우리(김부겸·홍의락)가 직접 나서 브릿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이런 역할을 못한다. 딱 필요한 타이밍에 누군가는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야당 의원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진영으로 갈라져서는 답이 안 나온다.

야당 간판 달고 여당 안방서 3수
협업에 문제? ‘브릿지’ 역할 자신

-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나?
▲아무리 여론조사 결과가 좋아도, 여기는 대구다. 이건 실제 지난 시장 선거 끝나고 들은 얘기다. “나는 분명히 김부겸 이름 밑에 찍는다고 찍었는데, 찍고 보니 1번 밑에 찍혀 있더라….” 무슨 말인가 하면 이 분들이 워낙 오랫동안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1번 당을 찍다보니 1번을 안 찍으면 뭔가 이상하달까, 마치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들 정도라고 한다. 거기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있다. 전통적 여당 지지에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의리까지 있어서 정말 쉽지 않다.

실제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당지지율이다. 지금 조사에서 대개 새누리당은 50% 이상, 더민주는 10% 선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절대 여론조사 수치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더 겸손하게 진심으로 다가가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 어르신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별로다”라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인물이 아닌 정당 대결로 가면 불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데...
▲그렇다. 상대 후보 측도 그걸 알고 ‘당 대 당’ 대결로 몰아가려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무조건 이기는 곳이 대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엄청나게 네거티브를 한다. 선거가 아직 80여일 남았음에도 벌써 공격을 해대는 건 인물은 지우고 정당만 남기자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사투리로는 ‘사람은 좋은데 마, 당이 영 파이다’라고 한다. 그런 어르신들한테는 이렇게 호소한다. “물건이 좋으마 일단 한 번 써 보이소, 공장 나쁘다고 좋은 물건을 버릴 낍니까?”라고.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속한 ‘공장’에 대해서도 나의 구상을 밝힐 생각이다. 공장의 기계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면 과감히 폐기 처분하고 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하여간 그 문제는 좀 더 지금 당의 변화 노력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이다.

제 지지층 중에 1/3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난 그 분들이 왜 더민주를 싫어하면서도 저를 지지할까 곰곰이 생각한다. 생각할수록 어깨가 무겁다. 우리 당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겸손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대구 사람들은 쉽게 말을 바꾸거나,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안 지거나, 소위 ‘싸가지’ 없이 함부로 말 하는 사람을 절대 안 믿는다. 딱 그 부분이 우리 당이 지금까지 제일 잘못해온 지점이다. 우리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도 그런 태도는 당장 고쳐야 한다.

- 불편한 질문 하나 드리겠다.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자 중에는 “에이 설마”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하다. 대구는 30년 동안 여당의 텃밭이었다. 30년이면 관성이 있다. 그렇지만 호소한다. 지금 새누리당을 계속 도와주고 짝사랑한 결과가 대구에 무엇으로 돌아왔냐고.

경제 침체, 섬유·자동차 산업이 몰락했고, 지금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공업은 부가가치가 너무 적다. 1차 밴드들의 마진폭이 5% 정도고, 2차 밴드까지 가면 2~3%에 그친다. 열심히 일했는데, 자산가치는 서울의 1/3이다. 대구에서 열심히 애 키워서 경북대·영남대 보냈는데, 지방대라는 이유로 취업전선에서 얼마나 고생하나. 경북대·영남대는 괜찮은 대학이다.

1년에 1만명이 떠난다. 한 도시에 젊은 두뇌들이 1만명이 떠난다고 생각해봐라. 10년이면 10만명이다. 도시가 확 늙어졌다. 저녁에 밖으로 나가보면 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보기가 힘들다. 그 사람들이 경제·사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 아닌가.

여론조사에서 나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김부겸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다 대구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특히 30·40·50대는 대구가 가진 환경에 대한 분노가 있다.

- 요즘 야권에서는 탈당이 최대 이슈다. 김 전 의원도 탈당을 예상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면?
▲나는 정치도 경쟁을 해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구에 왔다. 즉 정치적 지역주의, 싹쓸이 투표 행태를 극복해보자는 명분을 갖고 나의 고향인 대구로 온 것이다. 하나의 당만 있으면 경쟁 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들이 그냥 특권층 행세를 하고 군림하려 든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당이 서로 경쟁하면 절대 그렇게 못 한다. 정당 간 경쟁을 주장하는 내가, 지금 와서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탈당을 하고 무소속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민주를 떠나 신당으로 가는 것 또한 명분이 없다고 봤다. 아주 냉철하게 보면 지금 탈당 러시는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간 불신이 원인이다. 그 불신 때문에 수많은 야당 지지자들까지 편이 갈려 서로 비난하고 막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문·안 두 사람은 이번 탈당 사태를 빚은 당사자로서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판에 내가 휩쓸릴 이유가 어디 있는가?

-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야권으로서는 마지막 절박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몰렸던 지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하에 이루어진 정치 행위니 문 대표가 앞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야당의 정치 문법과 다를 것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준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 더민주 박용진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될 두 곳으로 자신이 출마하는 강북구을과 김 전 의원의 수성구갑을 꼽았다. 김 전 의원도 한 번 꼽아본다면?
▲역시 순천·곡성이다. 호남민들이 이정현 의원의 정치적 태도와 일하는 자세, 이 두 가지 각기 다른 면에 어떤 평가를 내리실지 궁금하다. 그 다음 대구 동구을이다. 박 대통령과 소위 진박, 그리고 대구에 뿌리가 있는 유승민 의원 간의 갈등을 대구 시민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그 결과는 향후 대구 정치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김부겸은 누구?]

▲경북 상주 출생
▲경북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제16·17·18대 국회의원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전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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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