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새누리 '안철수 프로젝트' 실체

여당서 힘 받는 '포스트 JP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정치 지형도는 일대 지각변동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3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체제 구성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복수의 정가관계자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안 의원을 활용한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해당 설의 출처를 뒤쫓았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두고 제2의 김종필(이하 JP)이 될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4·13 총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3당 체제 구축이 매듭지어지면, 새누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안 의원에게 손을 뻗칠 것이란 구상이다.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 안 의원 측도 익히 들어봤다는 반응. 가능성을 묻자 “당의 조직화가 우선”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3당 체제
제2의 JP

YS(김영삼)·DJ(김대중)·JP(김종필)로 대표되는 이른바 3김(金) 시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분열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소통과 화합을 이뤄냈던 당시 정치권의 모습은 최근 YS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바 있다. JP 또한 당시 한 축을 맡아 나름의 정치 역사를 만들었다.

국무총리 2회, 국회의원 9회(최다선) 등 화려한 수식어도 있지만, ‘킹메이커’ ‘2인자’라는 아쉬움도 있다. JP의 행적을 쫓다보면 안 의원과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15년 12월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거물급 탈당史…安 제2의 DJ·JP 될까, 이인제 전철 밟을까'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닮은 점을 진단했다.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3당 체제 돌입
승부수 던진 20명…열쇠는 원내교섭단체

JP는 1990년 3당 합당에 참여하여 민주자유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95년 탈당을 선언,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을 창당하고 초대 총재에 올랐다. 지난 1996년 4월12일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조건을 훨씬 웃도는 50석을 획득하고 제3당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제1회 지방 선거에서 충청남도지사·충청북도지사·강원도지사·대전광역시장 등 4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며 가능성을 보였던 자민련은 이로써 일부 남아있던 비관론마저 단번에 깨버렸다.

이후 JP는 기세를 몰아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념적 차이가 있는 DJ와 손을 잡고 ‘DJP연합’을 구축, DJ가 대통령이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당시 보수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의 쓴 맛을 봐야 했다.

협상파트너
국민의당

‘제2의 JP설’은 이를 반대로 적용한 시나리오다. 과거 진보 진영과 손을 잡은 JP와 반대로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손을 잡을 것이란 내용이다.

정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보수 진영과 손잡을 것이란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가진 힘에 주목하며, 둘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며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양당의 에너지를 뽑아내야 하는데 안 의원 측 입장에서는 새누리당의 에너지를 뽑아 오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새누리당이 안 의원에게 손 내밀 가능성이 높다”며 “더민주와는 협상이 안 되니까”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즉 새누리당 입장에서 협상 파트너로서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이 더 매력적이란 얘기다.

단적인 예로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선진화법뿐만 아니라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당내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쟁점 사안이 생길 때마다 “더민주에서 반대할 것인데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겠느냐. 본회의까지 올 수 있겠느냐”란 반응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사안이 시급할 때 안 의원에게 손을 내밀 것이고 국민의당은 그 대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뜻이다.

최근 더민주를 나와 국민의당 측으로 넘어간 인사들이 더민주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는 것도 하나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중도 정당으로서의 본격적인 이미지 구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중도 정당을 위해서는 국민의당에서 충족해야 할 조건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3당 체제 구축’, 다른 하나는 ‘교섭단체 구성’ 여부다.

“새누리당은 3당 체제를 원한다. 비례대표 축소가 결국 정의당 빼기 위한 전략 아니겠냐”는 한 정가 관계자의 의견처럼, 새누리당이 선거법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이를 염두에 뒀다는 주장이 꽤 신빙성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1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여야는 비례 축소·석패율제 도입 등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시간을 되돌려 선거구 무주공산이 우려됐던 지난해 12월 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비례 축소만 고집하고 있다”며 “정치란 게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특정 사안에 대해 절대 불가를 외친다면 어떻게 합의점을 찾겠냐”고 볼멘 소리를 한 적 있다.

즉 새누리당은 줄곧 비례 축소라는 한 가지 목소리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례 축소는 야당, 특히 소수 정당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복수의 연구 자료를 통해 검증됐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에서 지난 2015년 7월6일 발표한 여연정책보고서 ‘그들은 왜 독일식 선거법 도입을 주창하는가?’에도 해당 내용이 실려 있다.

비례성이 높은 독일식 선거 제도를 19대 총선에 도입할 시 보수·진보 정당의 의석 점유율은 어떻게 변하는 지를 연구한 이 보고서에는 가상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포함돼있다.

지역구를 현행 246석으로 하되 2:1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123석으로 증원할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새누리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전 정당의 이름을 사용)은 각각 4.43%포인트, 3.89%포인트 의석 점유율이 감소하는 데 반해, 소수 정당인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2.10%포인트, 6.42%포인트 상승했다.

즉 비례대표가 늘어날수록 여야의 두 거대정당 점유율은 줄어들지만, 소수 정당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 상황에 대입해보면, 비례대표 축소 안은 새누리당·더민주에게 유리, 정의당에겐 불리하다는 잠재적 결론을 도추할 수 있다.

특히 5명의 현역의원 중 4명이 비례대표인 정의당에겐 치명적이다.

비례대표 축소
정의당 고사

정의당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내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이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6일에도 더민주 당대표실을 찾아 비례대표 축소 등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문재인 대표와 면담을 가지는 등 해법을 찾고 있지만, 두 거대 정당에 막혀 관철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정의당 관계자에게 ‘3당 체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어떻냐’고 묻자 “당 내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당의 생존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답했다.

또 하나는 전제조건이자 핵심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유무다. 국민의당이 양 쪽 사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려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이것이다.

국회법 제5장 교섭단체·위원회와 위원 제33조의1을 보면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고 나와 있다. 지난 14일 신학용·김승남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안 의원이 더민주를 떠난 후 탈당한 현역 의원은 총 16명으로 늘어난 반면, 더민주는 127석에서 111석으로 줄었다.

교섭단체 구성까지 단 4석만을 남겨둔 가운데 박지원·김영록·이윤석 의원의 탈당이 곧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새+국 최소 180석…일대 지각변동 예고
정가 반응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

‘여당 180석’ 얘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16 여성중앙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후세대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올바르게 만들려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180석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단독 180석은 국민 구성이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정가관계자들은 여당에서 목표로 잡은 180석을 국민의당과 합친 수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항간에는 단독 개헌이 가능한 200석 얘기도 있는데,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얘기가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들리고 있어 4·13 총선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원 측은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 “출처는 새누리당일 것”이라며 “당의 조직화가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2의 JP설에 대해 들어봤냐는 질문에 의원실 관계자는 “들어봤다”며 “지금 교섭단체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전했다.

과연 어느 선에서 나온 시나리오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당 쪽 관계자에게 질문하자 “그건 확답할 수 없다”면서도 “새누리당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안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라고 답했다.

국회 관계자는 “안 의원 측 입장에서도 굳이 나오는 얘기를 막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해당 시나리오는 정가에서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으며,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모두 손해 볼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진화법 180석
단독 개헌 200석

그러나 학계에서는 안 의원이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공조를 ‘하위 동맹’이라고 정의한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안철수의 정치적 자산은 경륜도, 능력도 아닌 새로운 것”이라며 “헌데 시나리오대로면 새로운 게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중도라 함은 기존의 양대 정당이 서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잃는 과정에 형성되는 지역이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고정적 집단이 아니다”라며 “중도 정당은 결국 일루전(illusion)”이라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 국장
“북한 인권침해 심각성 알아야”

정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법이 있다. 북한인권법은 ‘기록보존소 설치’ ‘재단설립’ ‘인권단체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해당 법보다 먼저 기록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고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길이 간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는 지난 2003년부터 북한 탈주자들을 직접 만나 북한에서의 삶을 기록·저장해왔다. 북한의 수소핵 실험이 자행되면서 북한인권법의 1월 임시국회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지금, 이들 센터의 존재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

- 어떤 계기와 취지를 가지고 센터가 설립되었나?
▲북한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 기록하고 통일 전후 과정에서 올바른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에 의해 센터가 설립되었다. 설립 취지는 첫 번째 ‘북한의 인권 피해 기록 및 개선 활동’, 두 번째 ‘북한의 과거사 청산’이다.

- 저장된 인권 침해 사례는 몇 건인가?
▲현재 사건 5만5866건, 인물 3만1634명(사건 관련 피해자, 목격자, 득문자, 가해자 포함)이다. 사건은 북한인권 피해 조사와 분석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증가 추세다. 단, 증언자 1인당 증언하는 북한인권 피해 사건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센터가 탈북자들의 적응과도 관련이 있나?
▲NKDB는 ‘정착지원본부’를 설치 운영 중이다. 정착지원본부는 북한이탈주민 상담치료, 국군포로 정착지원, 납북자 정착지원, 비보호탈북자 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탈북자들 직접 만나 기록·저장
상담치료 등 국내 정착도 지원

 
- 일반 국민들도 인권침해 사례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
▲북한 인권 피해에 관한 이해 수준을 돕고 관심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단,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 특수자료실과 일반자료실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아는데 차이가 있다면?
▲특수자료실은 대외비로 분류되는 자료로서 인터뷰 자료 등이 해당된다. 이는 자료 공개 시 북한에 관계 되는 사람들의 인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 북한의 수소핵실험과 관련해 NKDB에서 발표한 공식 코멘트가 있나?
▲센터 운영 방향 상 자료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비정치·비종교 원칙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 수소핵 실험과 같은 사안에 대해 공식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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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