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최경환 여의도 복귀 막전막후

총선 TK 잡고 대표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경제부총리라는 직함이 더 익숙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이임식을 마치고 여의도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20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앞 둔 시점이다. <일요시사>는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 태풍의 핵 역할을 할 최경환 복귀 소식의 앞과 뒤를 진단해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대구경북(이하 TK) 물갈이론’은 표면적 살벌함만 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오합지졸에 가까웠다. 과연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그들을 하나로 뭉칠 ‘제너럴(General)’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복귀 소식에 맞춰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큰 그림에서 ‘당권재편’, 작은 그림에서 ‘TK 재배치’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BH 메신저
국회 컴백

“경제를 바꾸기 위해 정치권으로 돌아간다.”

지난 12일, 이젠 국회의원 신분이 된 최경환은 세종정부청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 복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지도에 없는 길로 지금 다시 새출발하겠다”고 전했다. 사실상 ‘4·13 총선 앞으로’를 알린 신호였다.

계파 간 반응은 엇갈린다. 전체적으로 비박계는 ‘경계’를, 친박계는 ‘환영’의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다. 각 의원실별로 지역 활동에 여념이 없지만, 눈과 귀는 최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다.


친박계 회동으로 본격 행보 시작
환영식? 세규합?…여러 시나리오

최 의원과 관련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향후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보는 눈이 많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권력 싸움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란 소극론까지 들린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만큼 공천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자칫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라는 뇌관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적극적으로 친박계에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친박-비박’은 그간 팽팽한 힘 싸움을 펼쳤고, 공천권을 둘러싼 향방은 갈지자(之)를 보였다. 내심 낙승을 기대했던 친박계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만한 전개. 때문에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공천특위) 내에서 친박계의 입김이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어느 계파가 이기고 졌다고 속단은 하지 않지만, 비박계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주장이다. 친박계가 최경환 복귀를 ‘터닝 포인트’로 삼을만 하다.

친박계 구심점
최경환 역할론

최 의원이 적극적으로 당권 싸움에 나설 것이라 보는 이들은 당직에 주목하고 있다. 목소리의 바운더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거론되는 곳은 ‘인재영입위원회(이하 인재위)’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의 위원장이다.

두 자리 모두 파급력이 상당하다. 현재 공석인 인재위원장의 경우 ‘내 사람 심기’가 가능한 자리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최근 야당에 비해 인재 영입의 속도와 성과가 뒤쳐진다며, 지금처럼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개인플레이’로 진행할 게 아니라 최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대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반대 입장이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인재위원장이 공석이라 인재 영입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못된 지적”이라며 “인재위원장은 일부러 비워뒀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인재를 영입하게 되면 전략공천으로 잘못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박계를 중심으로 인재위원장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새누리당에서 영입한 6명에 대해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이미 새누리당 당적이 있는 사람을 새롭게 입당해 영입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소외 지역·사회적 약자·여성·청년 등 새누리당에 많은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 부류에 속하는 분들에 대한 영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1차 영입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공천특위로부터 폭탄을 넘겨받게 될 공관위의 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공천특위가 규칙을 발표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단적으로 ▲일반 국민과 당원의 비율을 7대3으로 하지만 최고위의 결정에 따라 100% 국민 여론조사도 가능하게 한 점 ▲1차 투표와 결선투표 모두 가산점이 적용되는 점 ▲정치신인과 여성에게만 가산점이 허용된 점 ▲불성실한 의정 활동 등 컷오프 기준이 애매한 점 등이 논란대상이다. 이러한 것들의 디테일한 적용을 관장하는 공관위원장 하마평에 최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임식이 끝난 후 ‘어떤 당직으로 복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직은 없다”며 “평의원”이라고 답했다. 공관위원장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을 순 없다는 게 중론. 19일부터 23일까지 대통령 특사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하는 시점은 오는 25일쯤으로 예상된다. 공관위 출범이 20일부터 예정돼 있어 시기적으로 얼추 맞아떨어질 수 있다.
 

정가 관계자들은 최 의원이 이임식을 전후로 보인 광폭행보만 봐도 그냥 평의원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지난 8, 10일 잇따라 친박계 중진 및 초선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13일에는 친박계 재선 의원들과 회동을 가졌다. 주선자는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었다.

일주일에 걸쳐 친박계 초선-재선-중진 의원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과 친박계는 “고마움에 대한 인사 차원”이라고 선을 긋지만, 친박계 내부 결속 및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면면도 화려해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 국회부의장,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 홍문종 의원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위원장?
공관위원장?

삐걱거리는 TK 정세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의원을 중심으로 재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지휘자로서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TK 유권자들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진박(진실한 친박) 타령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짐박(박 대통령에게 짐이 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 너도나도 진박이라 외쳐대니 정작 누가 진짜인지 판가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불에 기름을 붓듯,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는 비보가 여의도로 전달됐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전 지사는 김 전 의원에게 10%포인트 이상의 차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내홍도 발생했다. 달성군에서 이미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출마도 거론됐기 때문이다.

곽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았다고 선전했는데, 그 자리에 최경환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추 전 실장이 나섬으로써 ‘박근혜-최경환’ 대리전이라는 묘한 그림이 그려졌다. 달성군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지역인 만큼 민감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나는 평의원” 주장에도 주요 당직 하마평
흔들리는 TK 단속 나서나…중심역할 기대

진보 언론은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 진위 확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곽 전 수석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선거사무소에 비박계 인사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청와대가 추 전 실장을 내려 보냈다는 설이 있다. 개소식 하루 전날에 벌어진 후보 교체 소식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출마 지역을 중·남구로 옮긴 상황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곽 전 수석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달성군을 떠나 대구 정치의 1번지 중·남구로 가게 됐다”며 “달성 군민과의 약속도 소중하지만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이라는 국가적 명제와 안정적 의석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미 출마를 선언한 지역 예비후보자는 물론 지역 민심 또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박근혜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최 의원을 중심으로 한 ‘TK 재배치론’이 힘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법안들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인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청와대는 우려한다.


TK의 전폭적 지지가 이러한 레임덕 시기를 늦출 열쇠라는 점에서 총선의 핵심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TK를 두고 ‘레임덕 저지 전선’이라는 말까지 있다. 청와대에서 최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정부
레임덕 저지

정가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4·13 총선을 기반으로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이 존재한다. 지난 2014년 7월 김무성 대표의 취임 이후 줄곧 비주류로 남아있던 친박계가 주류로 나서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항간에 친박계 인사들이 김 대표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몸집을 불려 나타난 정권 실세가 4·13 총선까지 주도하게 될지, 흩어진 친박계의 힘을 하나로 뭉칠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누리당 김문수 딜레마
놔두자니 불안, 옮기자니 명분이…

새누리당의 ‘김문수 딜레마’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 수성갑에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은 수치로 밀리는 모습이다. 여당은 ‘이러다 혹시 야당에게 뺏기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술렁이고 있다.

<영남일보>가 의뢰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 지난 1일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 김 전 의원은 52.0%의 지지율을 기록, 37.4%에 머문 김 전 지사에게 14.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이 지난 4일에 발표한 조사에서도 더민주 김 전 의원이 52.5%, 김 전 지사가 35.1%로 오차범위를 벗어나 크게 앞섰다. 같은 날 <대구일보>의 결과에서도 김 전 의원은 49.3%, 김 전 지사는 39.2%를 기록해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교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최경환 차출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점이 있는 경기도 지역으로 김 전 지사가 올라오는 대신 최 의원이 대구로 내려가 수성갑에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전 지사는 이런저런 교체설을 일축한다.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며 “언론에 알려진 것은 많은데 어떤 사람인지 (지역민들이) 직접 물건을 못 봐서”라고 부진의 원인을 진단했다. 최 의원의 차출설에 대해서는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능성을 부인했다.

“대구 수성갑 뺏길라”
김부겸에 여전히 밀려

최 의원 또한 차출설을 일축했다. 지난 9일 경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시민이 내쫓지 않는 이상 지역구를 옮기는 일은 결코 없다. 절대 안 간다”며 “지역구 이전은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정치공학적인 발상으로 대의정치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즉 선거구를 옮기면 김 전 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입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유지했을 때 만약 낙선이라도 한다면 그것대로 타격이 크다는 의미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사람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제 시작”이라며 “지역에서 대해 왈가왈부 할수록 제일 힘든 것은 당사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선거일이 되면 새누리당 뽑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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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