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벌라이프 “무심코 먹었다가 응급실 실려 갔다”

전 국민이 속고 있는 건강식품의 불편한 진실②

[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일요시사>가 1026호에 '허벌라이프의 불편한 진실 1탄, 건강식품 GMO 검사해보니 충격'을 보도한 이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허벌라이프 제품에 GMO 유전자가 검출된 부분에 대한 원인규명이 강력히 요구됐다.

식약처 관계자에게 “필요하다면 미국 현지조사라도 다녀오라”는 주문이 이어진 것이다. 편집국에는 “진짜 허벌라이프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보아 허벌라이프 사업자들로 추정된다. 그 외에 주의를 끈 몇 통의 전화가 있었다. <일요시사>가 예고한 후속보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이주영(가명)씨는 2년 전 결혼식을 앞두고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다이어트를 할 요량으로 먹기 시작한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자칫 큰일 날 뻔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침저녁에 식사대용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진단은 ‘다형홍반’. 반점과 두드러기 부위에 생긴 가려움증은 어떤 형벌보다 가혹했다. 담당의사는 전신에 나타난 붉은 반점과 두드러기가 자칫 입이나 생식기까지 번지면 ‘스티븐스 존스 증후군’으로 진행돼서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몸에 좋다던 건강식품이 이씨에게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한 독극물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다행히 이씨는 열흘간의 집중치료를 통해 고비를 넘기고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집중치료를 받는 동안 이씨는 “다시는 (허벌라이프 같은) 건강식품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건강식품이라고 자칭하는 모든 제품들에 강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몸에 좋다더니
갑자기 병원행


이씨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정모(51. 여)씨 역시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아침저녁으로 밥 대신 ‘쉐이크 믹스’를 먹었고,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추천해 준 대로 종합비타민과 알로에 제품을 함께 복용했다.

그러나 허벌라이프가 자랑하는 건강식품은 정씨와 맞지 않았다.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통과 속 쓰림이 생겼다. 이에 정씨는 자신에게 물건을 판 허벌라이프 사업자에게 “부작용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일시적인 명현반응(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 왔다.

“조금 더 먹어보면 곧 없어지는 현상이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정말 몸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사하는 사람 말을 믿은 게 잘못이죠.”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장담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속 쓰림과 어지럼증을 참으면서 제품섭취를 이어간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고열이 났다. 병을 키운 것이다. 결국 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야 했다. 3일 동안 입원치료와 일주일 동안 통원치료 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신기한 것은 입원 이후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은 뒤부터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씨가 자신이 겪은 고통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인 것으로 믿는 이유다.
 

키 159cm에 체중 83kg의 고도비만이 고민이었던 이모(29. 여)씨는 평소 다이어트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3개월 안에 20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허벌라이프 사업자 말은 목숨을 걸고 시도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라는 말을 한 것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는 내내 이유 없이 가슴이 떨리고, 머리가 아프고, 헛구역질이 났음에도 계속 복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허벌라이프 사업자의 “일시적인 명현반응”이란 조언이 있었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 증세가 심해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제주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양모(32. 여)씨 역시 허벌라이프 제품과는 궁합이 맞지 않은 경우였다. 두드러기와 불면증 증세로 대학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병원치료도 치료지만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지 않고부터 증세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고 큰일 날 뻔 했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귀가 얇거나, 미련스러울 정도로 사업자의 말을 믿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건강회복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으로 몸이 호소하는 부작용 신호를 애써 무시한 점도 같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호소하는 각종 이상증상을 ‘명현반응’이라는 말로 외면시킨 허벌라이프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 직전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을 먹었다가 병원의 치료과정에서 제품섭취를 중단하면서 원래 건강을 회복한 것도 똑같다.
 

도대체 몸에 좋으라고 먹는 건강식품에서 이런 부작용 추정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허벌라이프는 이러한 부작용 추정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

허벌라이프 관계자는 “식품당국의 품질과 안전점검에서 단 한 차례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주목할 점은 ‘허벌라이프 제품이 원인이 되어’라는 대목과 ‘입증된 바 없다’는 부분이다. 특히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허벌라이프 제품으로 인해 큰일 날 뻔한 소비자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허벌라이프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 즉, 부작용의 원인이 소비자가 마신 물이나 음료, 기타 간식 따위의 소량의 음식물 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허벌라이프 제품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판명된 사례가 없다는 논리다.

천연재료로
건강식품을?

의학 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작용이 없는 건강식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건강식품은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게 아니라 특정 성분을 추출, 합성해서 고농도로 인체에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이자 홍보이사인 신형영씨 입장은 좀 더 단호했다.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에서만 효과를 보인 원료도 생리활성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고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타이틀로 버젓이 상품화되는 게 현 시스템이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의학계 전문가들은 “다단계 사업자들이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펴는 것은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다단계 사업자들이 ‘우리제품은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거친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에 생기는 이상현상은 명현반응일 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다단계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동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욕심과 건강기능식품에 함유된 성분들이 천연재료에서 추출됐을 것이라고 믿는 ‘인식의 왜곡’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들이 “일반 소비자들은 건강식품 라벨에 붙은 성분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판매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허벌라이프의 종합비타민 제제 ‘Formula 2 멀티비타민 무기질 콤플렉스’의 성분표는 허벌라이프가 판매하는 종합비타민이 천연비타민이 아님을 보여준다. ‘니코틴산아미드’ ‘산화아연’ ‘황산망간’ 등 생소한 성분들이 나온다.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나 ‘스테아린산마그네슘’ ‘이산화티타늄’ 같은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다.

그나마 ‘감귤류추출물분말’이나 ‘토마토색소’ 정도가 일반인이 알 수 있는 성분이다. 천연성분에서 추출된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성분들도 가득하다.
 

건강식품을 자청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포함되는 비타민은 메탄올과 벤젠, 석탄에서 추출되는 콜타르 같은 화석연료를 합성. 추출한 것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비타민A를 비롯한 14종의 비타민 대부분이 합성원료 추출물로 보고 있다. 비타민 뿐만 아니다.

칼슘을 비롯한 11종의 무기질, 식이섬유, 단백질, 필수지방산 같은 영양소를 포함한 제품군은 거의 대부분 여러 기능성원료를 가공, 제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천연원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합성원료인 셈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신형영씨가 언급한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만 통과해도 생리활성 2등급”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꿰뚫은 발언이다.

어떤 부작용
장담 못 해

문제는 다양한 합성원료의 추출과 가공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약이나 분말 등 제품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되는 합성착색료와 각종 색소 등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의 유발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물론 식약처에서는 부작용이 알려진 기능성원료의 사용을 배재하는 안전검사기준을 두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공전’이라는 규정을 두고 추출방법 등을 명문화하여 관리하는 이유다. 그러나 식약처가 배재한 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주장하거나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합성원료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몸이 균형이 무너진 사람이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건강식품을 섭취했을 경우 개인별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식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건강식품’이거나 ‘건강치 못한 사람이 섭취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건강식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이 “우리 제품은 전혀 아무 문제가 없는 탁월한 제품”이라고 강변하면서 소비자가 호소하는 이상증세를 “몸이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명현반응”으로 치부하는 다단계사업자의 영업형태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과 수당에 대한 절심함의 발로가 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회사라는 글로벌 브랜드,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공신력, 제품을 소개한 사업자에 대한 신뢰에 반응한 소비자가 직면한 현실은 ‘건강한 몸’이 아닌 ‘응급실의 집중치료’가 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피해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허벌라이프가 “당사제품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부작용이 발생된 사례는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식약처 관계자의 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개별 소비자에게 나타난 이상증세가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증명은 소비자 스스로 해야 할 부분이다.”

부작용 사례의 입증책임을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강기능식품의 정책방향이다. 이상한 보건정책의 방향성은 둘째 치더라도 부작용을 겪은 소비자들이 피해사실을 ‘증명’할 방법은 있기나 할까?

의학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진단서에 ‘건강기능식품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써줘야 하는데 이런 소견을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이주영씨가 받은 소견서도 ‘건강식품에 의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였다.

양천구 소재의 한 의료법인 관계자는 “환자 증상에 대한 진단서는 몰라도 그 증상의 원인이 건강식품 때문이라는 소견을 작성할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일종의 금기사항이다”라고 단언했다.

“건강기능식품에 의한 부작용이란 확신이 있어도 의사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은 쓸 수 있어도 ‘건강식품 때문이다’라고는 쓸 수 없다. 나중에 판매회사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소견서를 썼느냐며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 먹은 사람이 잘못?

그렇다면 법적구제 방법은 있을까? 이 또한 ‘사실상 없다’가 정답이다. 한 의학전문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관련 사건은 맡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일반적인 의료사고의 경우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은 각 개인의 반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기기도 어려운 사건을 수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반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소비자는 건강식품에 의한 피해를 입었어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식약처와 같은 정부기관은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고, 의료계는 소송이 두려워 진단서를 못 써주고, 법조계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회피하는 게 건강식품을 둘러싼 현실인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 건강식품 회사의 주장은 한결 같다.

“당사의 제품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음이 입증된 사례가 없음.”

한편, 2014년 기준 식약처 산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는 1733건에 이른 반면 이 가운데 피해구제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싼 돈 주고 건강식품 사먹느니 두부 한 모, 사과 한 알 챙겨 먹는 게 낫다”는 피해자들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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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