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포구여행 ⑤경남 거제시

향긋한 굴구이, 시원한 대구탕…겨울 해산물 가득한 거제여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즈음이면 전국의 포구는 미식가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겨울이면 한껏 기름기가 오르는 생선이며 조개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으로 유명식당 문턱이 닳는다. 도루묵이며 숭어 등등 겨울이면 맛이 드는 여러 해산물 중에서도 최고의 맛을 꼽으라면 단연 굴과 대구가 아닐까. 향긋한 굴구이와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이면 코끝을 얼리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진한 굴향, 육즙 가득 고인 굴구이
알 잔뜩 머금은 천하일미 겨울 대구

거제는 굴구이와 대구요리 등 싱싱한 겨울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별미 여행지다. 별미여행의 시작은 거제면 내간리에 자리한 굴구이집이다. 굴하면 이웃한 통영을 떠올리지만, 거제에서도 통영 못지 않게 굴이 많이 생산된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넘어 호곡, 녹산, 법동 등지를 지나 거제면 내간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에 굴양식을 위한 지주들이 끝 간 데 없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다 위에는 가지런히 떠있는 투하식 굴양식장의 부표들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거제 사람들은 굴을 주로 구이로 먹는다. 예전에 굴을 캐던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구워먹던 것이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상품화가 됐다고 한다. 내간리 해안가에 굴구이를 내는 집이 모여있다.

굴구이를 주문하면 맛보기로 생굴이 나오고 곧 이어 굴튀김과 굴무침이 가득 담긴 접시도 놓여진다. 고추, 파와 함께 바삭하게 튀긴 굴튀김은 일식집에서 맛보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이 이마와 콧등에 송글송글 땀을 맺히게 한다.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려진 굴무침도 매우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젓가락질을 바쁘게 만든다.

굴무침과 굴튀김을 다 먹을 때면 커다란 철판 하나가 불 위에 올려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껍질을 까지 않은 생굴이 가득 담겨있다. 가장자리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데, 이는 굴이 싱싱하다는 증거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 다 익기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리는데, 장갑을 끼고 칼로 껍질을 까서 먹는다.


입안 채우는
탱글탱글 식감

굴껍질을 까보면 육즙이 가득 고여 있다. 칼로 굴을 살짝 들어내면 탱글탱글한 굴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특유의 진한 굴향도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초장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면 짭조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굴 자체에 간이 되어 있어 양념을 찍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거제의 굴구이 집 대부분은 굴구이, 굴죽, 굴국밥 등 다양한 굴요리를 파는데, 굴구이 세트를 시키면 굴구이와 굴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굴요리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

거제의 또다른 겨울 별미는 대구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있듯,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대구에 맛이 제대로 드는 때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 산란기인데, 이때 잡히는 알 잔뜩 머금은 대구는 천하일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포항이 자리한 진해만에는 겨울이면 전국 최대규모의 대구 어장이 형성된다. 1980년대 한때 진해만을 가득 메웠던 대구가 사라지면서 ‘금대구’라고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쩌다 한두 마리가 잡히면 수십만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귀한 생선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거제수협이 대구알 방류 사업에 성공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외포항으로 대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외포항에 자리한 거제수협 외포출장소 어판장은 대구 경매에 참여한 중매인들로 북적거린다. 어판장 바닥에 늘어선 갓 잡은 대구를 꼼꼼하게 살피던 중매인들은 경매가 시작되면 경매사에게 손가락 신호를 열심히 보낸다. 이렇게 30분이 지나면 나무상자에 담겨 있던 대구는 모두 팔려나간다.

대구잡이에는 호망을 쓴다. 호망은 대구를 유인하기 위해 길그물을 길게 놓고 그 끝에 둥그런 통그물을 붙인 것이다. 통그물의 모양이 단지(壺)처럼 생겨 호망이라 부른다. 야행성인 대구는 밤에 쏘다니다 호망에 걸리는데, 그물코에 꿰는 것이 아니니 산 채로 올라오는 대구도 많다.

외포항에는 대구요리를 내는 식당 10여곳이 늘어서 있다. 대구탕 거리로도 불린다. 대구는 회나 찜도 좋지만, 이맘땐 탕만 한 게 없다. 뽀얀 국물이 언뜻 보기에는 꼭 곰탕같다.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진하다. 소금만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한 맛을 낸다. 외지인들은 생대구가 좋다고 하지만, 어민들은 살짝 말린 대구를 더 선호한다. 내장과 아가미, 알과 이리 등을 제거하고 해풍에 3~5일 말린 대구는 수분이 쏙 빠져 더욱 차진 맛을 낸다. 말린 것으로 탕을 끓이면 더 뽀얗고 구수한 맛의 국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귀띔이다.


외포항 곳곳에서는 대구를 말려 건대구로 만드는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둣가 햇볕이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내장을 빼고 나무꼬치로 꿴 대구가 널려 있다. 말린 대구를 콩나물, 채소 등과 함께 쪄 먹는 대구찜도 맛있다. 생대구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쫀득한 맛과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코다리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구는 지방 함유량이 적고 열량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며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굴과 대구로 배가 든든해졌다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350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비경이 펼쳐진다.

볼거리 가득한
거제 관광지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일 것이다. 해금강 가는 갈곶리 도로 오른편에 신선대, 왼편에 바람의 언덕이 각각 자리한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바람의 언덕은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붙었다. 바다와 풍차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경치가 매력적이다.

신선대 입구에 자리한 해금강테마박물관은 가족들과 함께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1950~1980년대까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이얼식공중전화, 대폿집 풍경을 재현한 전시장, 난로 위에 놓인 알루미늄 도시락 등 ‘그때 그 시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학동에 있는 학동흑진주몽돌해변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갈 때마다 몽돌밭에서는 ‘자글자글’하는 소리가 나는데,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즐기는 바다 드라이브도 거제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특히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푸른 바다와 정다운 포구마을, 깍아지른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자꾸만 차를 세우게 만든다. 거가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4.5km의 사장교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내간리 굴구이→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1박 2일 코스
첫째 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내간리 굴구이→학동흑진주몽돌해변→학동 숙박
둘째 날:해금강테마박물관→신선대→바람의 언덕→외포항

관련 웹사이트
· 거제문화관광 http://tour.geoje.go.kr
· 해금강테마박물관 www.hggmuseum.com

문의 전화
·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3
· 해금강테마박물관 055-632-0670


대중교통
·버스 서울-거제(고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고현시외버스터미널 1688-5003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1018번 지방도→내간리

숙박
· 라이트하우스호텔: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2
· 베니키아호텔거제: 거제시 성산로, 055-991-1000
· 머그학동: 거제시 동부면 학동3길, 010-5036-3889

식당
· 원조거제굴구이: 굴구이, 거제면 거제남서로, 055-632-4200
· 외포효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2길, 055-635-6340
· 양지바위횟집: 대구탕, 장목면 외포5길, 055-635-4327
· 항만식당: 해물뚝배기, 거제시 장승포로7길, 055-682-4369

주변 볼거리 지심도, 해금강, 외도보타니아, 칠천량해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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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