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공안정국 시그널 5

복면만 쓰면 선량한 국민도 'IS'?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회 곳곳에서 포착되는 신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1980년대 대한민국을 휘감았던 ‘공안 만능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노동계 쪽에서 확산되고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 대한민국 지도부는 테러와 국민의 연결고리를 찾기 바쁜 모습이다.

공안정국의 전조가 보인다. 정부와 시민이 강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현장,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그 곳 상황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은 집회 참가자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정부·여당은 앞선 시위를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관련법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심지어 자국민을 ‘IS’에 비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민중총궐기는
폭력집회

지난 24일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며 “테러단체들이 불법시위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도 지금 그렇게(복면 쓰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관련법안 발의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후 야당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 25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민주국가의 지도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발언이 있었던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은 지난 14일 집회에 대해 언급하며 집회 참가자를 IS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을 IS에 비유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성향의 언론은 한 외신기자들의 반응을 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알라스테어 게일 한국지국장은 지난 24일 개인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견을 남겼는데, “한국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의 시위대들을 IS에 비유했다. 이건 정말이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복면 쓰면
국민도 IS?

민중총궐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폭력 시위’ 사이에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력상황이 발생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40.7%, 불순선동세력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38.2%로 나오는 등 오차범위 내에서 존재했다(둘 다의 책임이라는 의견은 15.8%, 잘 모르겠다는 5.3%. 성인 500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그 중 과잉진압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공안정국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론 ‘프랑스 테러’, 대내적으론 ‘민중총궐기’를 전후로 공안이 강화될 것을 알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잡힌다고 주장한다.

그 첫 번째 신호는 ‘복면금지법’이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복면금지법)’ 발의를 알렸다. 정 부의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 32명이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집회 또는 시위장소에서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는 복면 등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사회 곳곳서 포착되는 공안 신호들 추적
테러와 국민 연결고리 찾으려는 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해당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적극 보호 받아야 하나, 매년 집회·시위가 불법적이고도 폭력적인 시위형태로 변질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는 찬반으로 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복면을 쓴다는 건 불법적인 행위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의 검거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면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당 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신호는 ‘민주노총 압수수색’을 꼽는다. 지난 21일 해당 집회에서 과격·폭력 시위 여부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을 전격 수색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이 설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이 공개한 시위물품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손도끼, 해머, 밧줄 등 상대방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도구들이 사무실에서 나옴으로써 여론은 민주노총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는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의 주장에 따르면 시위용이 아닌 퍼포먼스용이라는 것이다.

노조 법률원인 송영섭 변호사는 지난 23일 국회 인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관련 없는 물품을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해머는 퍼포먼스용으로 사용해온 것이며 밧줄은 경찰버스 당기기에 사용된 것과 전혀 다른 모양으로 체육대회 줄다리기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절단기·폭죽 등 경찰이 제시한 물품들은 모두 개인 또는 퍼포먼스용, 아니면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사용된 사실이 없는 물건들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포위
백남기 위중

세 번째 신호는 국민에 대한 ‘과잉 공권력’ 문제다. 지난 14일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씨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쓰러진 다음날 수술을 받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25일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관계자들은 면담요청 사유를 밝히면서 “총궐기 전부터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며 평화행진을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쏜 경찰의 살인적 폭력진압은 이미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통령은 백남기씨에 대한 공권력의 폭행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국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백씨 가족과 농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네 번째 신호는 정부의 ‘테러마케팅’이다. 정부가 테러를 홍보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당시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테러마케팅으로 공안정국화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잉 공권력 문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양지로 나선 국정원, 음지로 숨는 국정화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리아 난민 200명의 입국사실을 발표하는 등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는 국정원의 설립취지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시점 자체도 미묘하다고 봤다. 최초로 해당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민중총궐기가 있은 후 ‘과잉진압’이냐 ‘과격시위’냐를 두고 사회가 사분오열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또한 국정원이 발표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난민 문제의 경우 외교통상부나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테러마케팅을 지적한 전 최고위원은 이어 “(국정원이) 정제되지도 않은 IS관련 첩보들까지 쏟아냈다”며 “‘테러모드형 신 공안정국’이다”라고 비판했다.

공안정국을 알리는 또다른 신호는 ‘국정화 여론몰이’다. 최근 야당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찬성여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차떼기’ ‘명의도용’ 등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가지고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행정예고 여론수렴 마감일인 지난 2일 찬성의견서 수만 장이 서울 여의도의 대형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인쇄돼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즉 교육부로 전해진 국정화 찬성의견서가 사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몇몇 사람과 단체에 의해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정원 권한 ↑
국정화 여론 ↓

결국 테러와 집회의 연결고리 찾기, 그리고 국정화 여론몰이를 통해 정부·여당이 ‘반대의견=전복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짠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공의 안전’을 뜻하는 단어가 공포의 대상이 된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의 정치인 혼내기
“국회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위선이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당 발언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탓하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이 너무 잦고 지나치다”며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국민들을 적처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변인들 또한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유체이탈 화법’ 등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는 이들 중에는 시점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중이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가장례 중 여야도 정쟁을 삼가고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매도하는 수준의 비난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 견제가 때로는 방해처럼 생각되고,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망과 탓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든 해결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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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