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찾아서 ④김우찬 전수조교

4대째 이어가는 방짜수저의 가업

‘예향’ 강릉에 방짜수저를 만들며 외길 인생을 걷는 젊은 장인 김우찬 전수조교가 있다. 16세 때 강원무형문화재 제14호인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는다. 2001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전국공예품대전 강원도 은상, 강원무형문화대전 신진상, 2013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특선 등 수 많은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방짜수저보존회를 설립해 방짜수저의 명맥을 잇는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인고의 과정
생김새 따라 구분되는 수저의 종류

방짜수저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로 섞은 방짜를 망치로 두드려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다. 방짜는 구리 1근(600g)에 주석 4.5냥(168.75g)을 더한 것인데, 정확한 비율을 따지면 구리가 78%, 주석이 22%를 차지한다. 구리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면 쇳덩이가 딱딱해서 망치로 칠 수 없고, 주석이 더 들어가면 망치질할 때 쇠가 터지고 만다. 방짜는 ‘참쇠’라고도 부르는데,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예전엔 참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방짜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칭찬했다.

방짜수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수작업이다. 과정이 복잡하고 드는 수고와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먼저 잿빛 쇳덩이를 수천 번 두드려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 숯불에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위아래를 뒤집어가며 망치로 두드린다. 이 과정에 수저의 기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숯불에 15회 이상 담금질해 두드리면 쇠의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높아지고 광택이 난다. 다음은 망치 자국이 울퉁불퉁한 숟가락을 나무틀에 고정하고 쇠칼로 불에 달궈지며 생긴 때를 벗겨낸다. 이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반짝이는 놋쇠가 드러난다. 이 쇠를 줄질로 다듬고,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머리와 손잡이에 문양을 새긴다. 그리고 쇠기름으로 광을 내면 수저 한 벌이 탄생한다.

16세부터
오롯이 한 길

방짜수저는 종류가 다양하다. 생김새에 따라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새긴 문양과 거기에 담긴 뜻도 여러 가지다. 손잡이에 매화를 새긴 매화수저는 장수를, 죽절문(竹節紋)을 새긴 죽절수저는 다산다복을 상징한다. 장애인을 위한 방짜수저도 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김 전수조교가 만든 것이다. 손이 움직이는 각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방짜수저는 두드려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녹슬지 않는다. 식중독균을 없애는 작용도 한다. 그래서 방짜수저를 사용하면 웬만한 입병은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지가 깡통은 차도 숟가락은 꼭 방짜를 쥐고 다녔다는 옛말도 있다. 방짜수저는 조선 후기까지 많이 사용했지만, 1950년대 양은이 보급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 전수조교 집안은 4대째 방짜수저를 만든다. 작업실 한쪽에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작업 도구들이 놓였다. 하나같이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반질거린다. 모두 100년이 넘은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쓰다가 지금은 김 전수조교가 물려받아 사용한다. 수저 한 벌을 만드는 데 40여 가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고되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이다. 방짜수저는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졌다. 김 전수조교는 한때 생활이 힘들어 방짜수저 만드는 일을 포기할까 생각했다. 외로운 길을 걷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방짜수저를 지켜달라는 유언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수저 한 벌에
깃든 장인 정신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은 강릉시 입암동 주택가에 자리한다. 언뜻 보기에는 허름한 철공소 같다. 작업실에 걸린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김 전수조교의 작업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작업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방짜수저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릉을 즐기기 좋은 곳은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오죽헌은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 검은 대나무가 많아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율곡 선생 동상이 있고, 오른편에 넓은 화단이 조성되었다. 신사임당이 그린 8폭 병풍 ‘초충도병’에 등장하는 참외, 수박, 가지, 맨드라미, 원추리, 양귀비, 여주, 봉숭아를 심은 ‘초충단’이다.

계단을 올라 자경문을 지나면 오죽헌과 문성사다. 문성사는 율곡 선생을 모신 사당이고, 왼쪽의 작고 아담한 한옥이 오죽헌이다. 율곡 선생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율곡 선생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강릉의 가을이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

오죽헌과 가까운 강릉 선교장도 가을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300여 년간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대문이 달린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별당, 사당, 연당과 정자까지 갖춘 조선 사대부 가옥으로, 영화 〈식객〉 〈황진이〉와 드라마 〈궁〉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교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물은 열화당과 활래정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로 1815년에 지었으며, 동판으로 만든 러시아식 테라스가 이색적이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관 사람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는데, 그 보답으로 동판 테라스를 선물했다고 한다. 행랑채 바깥마당 앞 연못에 자리한 활래정은 건물 일부가 물 가운데 떠 있는 형상이다. 한여름이면 가득 핀 연꽃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도 가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해안 도로를 따라 로스터리 카페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약 20년 전만 해도 커피 자판기로 가득했는데, 몇 년 전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가 많다.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강릉예술창작인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지난 2010년 옛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서 한지 공예, 도예, 자수 등 다양한 분야 예술인 22명이 입주했다. 이들이 만든 예술품 감상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알찬 체험까지 즐길 수 있다. 체험비는 약 1만~1만 5000원이다. 같은 건물 2층에 자리한 동양자수박물관은 조선 궁중 유물 자수를 비롯한 우리 자수 300여 점, 중국과 일본 등의 동양자수 110여 점을 전시한 곳이다. 자수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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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강릉예술창작인촌→오죽헌→강릉 선교장
· 둘째 날: 경포대→안목해변 커피거리→주문진

관련 웹사이트
· 관광강릉 www.gntour.go.kr
· 오죽헌시립박물관 http://ojukheon.gangneung.go.kr
· 강릉 선교장 www.knsgj.net
· 동양자수박물관 www.orientalembroidery.org

문의 전화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 선교장 033-648-5303
· 동양자수박물관 033-644-0600

대중교통
·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22~23:05)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44-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부산 출발: 경부고속도로→유금 IC→동해대로→동해고속도로→남강릉 IC→동해·정동진 방면→남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 대구 출발: 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강릉 IC→강릉대로→율곡로→입암로→김우찬 방짜수저 전수조교 작업장

숙박
· 베니키아 경포비치호텔: 강릉시 해안로 406번길, 033-643-6699, www.gyungpobeach.com
· 휴심: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
· 썬크루즈리조트: 강동면 헌화로, 033-610-7000, www.esuncruise.com

식당
· 토담순두부: 순두부,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033-652-0336, www.033-652-0336.kti114.net
· 삼교리 원조 동치미 막국수: 막국수, 주문진읍 신리천로, 033-661-5396
· 벌집칼국수: 장칼국수, 강릉시 경강로 2069번길, 033-648-0866
· 실비생선구이: 생선구이,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4952, www.033-661-4952.bestbz.com
· 테라로사: 커피, 구정면 현천길, 033-648-2760, www.terarosa.com

주변 볼거리
정동진, 커피커퍼 커피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강릉솔향수목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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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