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일최이황 권력함수

충성경쟁 종막…친박 트로이카 대충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몰고 온 것은 비단 국론분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행과 책임이라는 파도가 정국을 강타했고, 권력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공생하는 듯 이면에서 갈등을 보였던 3인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일최이황’(一崔二黃, 최경환·황교안·황우여)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가 지난 3일 전자관보를 통해 확정고시 되면서 국정화 ‘핵심 3인’의 역할론도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잇따른 개각 소식이 들려오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왼팔, 그리고 입으로 통했던 사람들 간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최-황 신경전
갈등의 시작

오른팔·왼팔이 따로 놀았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보였다. 그러나 책임론은 한 사람에게 쏠려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한 때는 지난 9월23일, 황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만 없으면 살겠는데”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로 불릴 정도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황 부총리의 그간 모습과는 달리 파격 발언이었다. 기자들은 물론 배석한 교육부 관계자까지 놀랐다는 전언이다.

발단의 원인은 최 부총리의 말 한마디였다. 황 부총리의 파격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9월22일, 최 부총리는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0월 중 사회 수요에 맞게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중략)…교육개혁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 황 부총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부총리는 이미 부침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9월10일 있었던 교육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국정화에 대한 야당의 맹공을 받아야했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는 “교육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부총리가 사석에서 한 “검정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높여 서너 개의 교과서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 등과 같은 발언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황 부총리가 최 부총리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단 분석이다. 압박이 강했던 반면 지원은 약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 부총리가 교육개혁이 늦다고 지적하자 황 부총리는 예산이 아쉽다고 반격했다. 정부 예산을 쥔 최 부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전에도 두 사람이 부딪힌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10월경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 지원으로 할지 교육청 재량으로 할지를 두고 교육부와 기재부가 파워게임을 벌인 바 있다. 최 부총리는 해당 예산 문제를 교육청 재량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공동기자회견을 강행했는데, 당시 최 부총리가 황 부총리의 멱살을 잡듯 넥타이를 잡고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는 목격담이 정가에 나돌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최 부총리의 12월 복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당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최 부총리는 3선 의원이고 황 부총리는 5선 의원이다. 황 부총리는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에게 “(나중에) 당에 가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보자고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황 vs 황
어부지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이번 국정화 사태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 부총리의 손익계산서를 정의할 수 있는 속담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사태를 거치면서 개각의 대상이 된 반면, 황 총리는 국정화를 이끈 1등 공신이 됐다.

황 총리가 지난 한 달여간 보여준 모습은 황 부총리와는 확실히 달랐다. 황 총리는 반대여론이 심해질수록 더욱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통진당 해산에 이어 국정화 사태까지, 정부의 핵심과제를 해결하는 ‘청부사’로 거듭났다고 내다 봤다.

황 부총리가 주무장관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면, 황 총리는 소위 ‘역사전쟁’에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황 총리는 지난 3일에 있었던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행 검정 발행제도는 실패했다”며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신임을 쌓은 황 총리는 최근 대선주자로까지 분류된다. 당초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는 등 부담스러웠던 자리에 연착륙했다는 평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때문에 황 총리에 대한 보수 측 여론 또한 호의적인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친박계가 고려할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황 부총리의 교체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이루어 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정화가 포함된 교육부 정책에 황 총리의 입김이 강해질 공산이 커졌다. 후임 교육부장관이 내정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실제 교육부의 일을 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교육부 일을 안정감 있게 처리한다면 보수진영으로부터의 인지도는 지금보다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총리는 지난 9월경 있었던 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당 내 정치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언제든지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최경환] 흔들림 없는 자타공인 권력실세
[황우여] 불의의 일격당해…총선 문제없나
[황교안] 대선후보군 급부상 ‘본인 뜻은?’

반면 황 부총리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들려오는 개각소식에 정가의 해석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국정화가 확정고시 됐기 때문에 황 부총리가 더 이상 정부기관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 반응부터 경질설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여의도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의환향’이냐 아니면 ‘경질’이냐의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황 부총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화 사태로 인해 자칫 ‘박심’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면 공천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론되고 있는 예상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당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연수구 출마 예상자는 황 부총리를 제외하고 3명이다(새누리당 민현주 의원, 정승연 인하대 교수, 탤런트 송일국). 최근 김회선·김태호 의원 등 친박계로부터 총선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칫 세대교체 바람이라도 분다면 황 부총리 입장에선 가장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본인도 직접 밝혀왔듯 황 부총리의 최종목표는 국회의장에 오르는 것이다. 이는 빠르면 20대 국회부터 가능하다. 과연 황 부총리는 뜻을 이룰 수 있을지, 그 첫 번째 관문은 국정화 사태를 털고 공천권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황-최 중심
신 권력구도

정가 일각에서는 황 총리를 ‘대독총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최 부총리는 ‘실세’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 공식 의전 서열로 본다면 국무총리는 5위, 경제부총리는 12위지만, 실제 권력은 최 부총리가 앞선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내 ‘4대개혁’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 황 총리가 대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최 부총리와 함께 친박계 대선후보군 두 명이 이들 개혁과제를 이끌게 됐다. 새로운 투톱 체제가 형성된 모습이다.

황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를 언급했다. 이슈를 띄운 박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한·일·중 정상회담에 나섰다. 국정화를 맡겨놓고 갈 수 있었던 것은 황 총리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가의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현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SBS 생방송 프로그램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입장을 전했다.

만약 최 부총리의 발언이 개헌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대권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에 대해 기재부는 “좋은 정부의 조건과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정화 사태가 불러온 정치권 지각변동
겉으론 공생…이전투구 3인 관계 주목

두 사람은 서로 업무스타일이 다르나, 보수진영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를 끌어안을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 총리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대구·경북(이하 TK)에서 보냈다. 그 중 대구고검 검사장으로 1년5개월을 지냈다. 지방생활 중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대구였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총리는 알려진 것처럼 경북 경산시·청도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의원이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는 물론 고위 공무원들까지 꿰고 있다고 정가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5급 이상의 지역 공무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결국 최 부총리가 정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12월까지 투톱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총리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 통과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표를 의식한 예산 책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4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입김으로 내년도 TK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7000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총선용 예산’이라는 쓴 소리 속에서도 실세 부총리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있다.

내년도 예산심사
실세 힘 실릴까?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6월경 최 부총리를 지금의 자리에 임명했다. 한 달여가 지난 7월경에는 황 부총리를 기용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지난 6월경에는 황 총리가 취임해 지금의 친박 트로이카를 구축했다. 이제 다시 박근혜호는 트로이카에서 투톱으로, 투톱에서 다시 황 총리 중심의 원톱 체제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이 중에서 친박계 대선후보가 나올지, 아니면 ‘반기문’이라는 외부 영입이 이루어질지 친박계 권력구도에 눈길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화 사태 '막말 백태'
“종북·친일은 그나마 낫다” 

국정화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막말 전쟁으로 비화된 모습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발됐다. 법무법인 ‘진솔’의 손훈모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전남 순천지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손 변호사의 고발과는 별개로 전남 순천지역에서는 지난 4일부터 ‘이 최고위원 소환 청문회 개최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순천은 이 최고위원이 지난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곳이다.

상대 비꼬는 모욕발언
명예훼손 고발 잇달아

막말은 이 최고위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북한이 쓰는 남남갈등 전술을 돕고 있다”며 쏘아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비밀TF 사무실을 급습한 야권 의원들을 두고 ‘화적떼’에 비유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막말 릴레이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버스투어에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가”라며 국정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현 교과서가 전체적으로 부끄러운 역사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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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