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두 부총리 딜레마

‘사분오열’ 가르는 사람 따로 ‘봉합수술’ 떠안는 사람 따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좌청룡·우백호’가 딜레마에 빠졌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금융개혁’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았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핵폭탄을 넘겨받았다. 설상가상 두 사람 모두 정가복귀 마지노선까지 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한때 새누리당 ‘투톱’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3년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가에 이어 관가에서까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손’ ‘왼손’에 비유되는 두 사람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금융개혁’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좌청룡·우백호
최경환·황우여

최 부총리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중 하나인 금융개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최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10월 중 창업 및 성장단계 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 재편방안을 마련하고 인터넷은행·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금융모델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찍이 박근혜정부는 4대 개혁(공공·교육·금융·노동)을 발표한 이후 금융개혁에 의지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말 ‘경제관련 규제완화’를 외쳤고, 구체적으로 ‘액티브X’와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 핵심 주체 간 방향성이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최 부총리와 기획재정부(기재부)는 금융권 노조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개혁이 탄력을 못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금융노조 측은 정부가 금융 비효율성의 근원인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 문제에 메스를 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체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자율성 확대’를 개혁의 중심으로 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의 중심은 자율성 확대”라며 “다만 금융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만큼 통제시스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세 주체가 모두 엇박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 부총리는 최근 ‘금융개혁이 더딘 이유는 노조의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혁이 촉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자충수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11일 최 부총리는 페루 리마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딜레마]
금융개혁 난항

최 부총리의 발언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금융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며 “이제 와서 이를 영업시간과 금융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장 또한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은행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익명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셔터를 내려도 내부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를 봤을 것”이라며 “시재·공과금 마감하느라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류정리 등 기타 자투리 업무까지 하고 나면 8~9시 퇴근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최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 출신답게 ‘노동시간’과 ‘강성노조’ 문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금융개혁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최 부총리의 뚝심도 그렇지만, 대구고 인맥을 활용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사장, 구동현 산은캐피탈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등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2013년 여당 ‘투톱’, 관가에서 재회
금융노조 반발 “최경환 현실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권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국민연금 인사와 관련해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충돌한 것이다. 최 이사장이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최 이사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홍 본부장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 15회 동기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개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도 연계되어 있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경우 4대개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지금 정부도 노동개혁과 같은 여러 가지 개혁에 대해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될 부분들이 많지 않나”며 “만약에 이렇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야당의 반대, 또 역사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면 결코 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협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이 늦어질수록 조바심이 나는 쪽은 최 부총리일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의 제20대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가복귀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최 부총리는 11월 또는 늦어도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에는 정가 복귀가 예상됐었다. 만약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늦춰질 경우 최 부총리가 느낄 딜레마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황우여 딜레마]
역사교과서 총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가는 물론 사회 이슈 중에서도 가장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선 지금의 검인정 제도가 아닌 단일화된 역사교과서 발행이 필요하다’며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사학계와 야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전국 대학교 역사교수들은 집필거부를 선언하고 있으며, 현장의 교사들은 반대서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관점에서 기록된 역사가 불러올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거리로 나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서명운동에 나섰으며, 박지원 의원 등은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회동을 갖고 ‘국정화 저지’에 뜻을 모았다. 바야흐로 ‘문재인-심상정-천정배’로 이어지는 야권연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심 대표는 천 의원과 만난 이날 “박 대통령이 야당을 뭉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청은 합심해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학생들이 보는 자습서와 선생님들의 교사용 지도서는 완전히 좌편향 내용을 담고 있다”며 “좌편향 교과서는 발톱을 가진 교과서이고, 그렇기에 국정교과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직접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언급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7종 (역사)교과서를 보면…(중략)…결과적으로 헌법가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걸 바로 잡자는 게 개편 방안”이라고 말하는 등 당·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 사학계 집단 집필포기
“국민 가르지 말라”던 대통령 어디?


국정화 추진은 지난 12일 확정됐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다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모든 관심은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집중된 상황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역풍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황 부총리가 더 이상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복수의 언론은 황 부총리가 당 대표 시절 발표된 여의도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가당착을 지적했다.

2013년 11월자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고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 발행 당시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은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 부총리였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여의도연구원 측은 담당 연구위원의 개인적 소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황 부총리의 부담감을 언급한다. ‘집필포기’ ‘서명운동’ 등 국정화로 가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장관으로서 느낄 책임감은 물론 내년 총선 출마라는 현실적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만약 국정화가 야권 및 사학계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화살은 온전히 교육부와 황 부총리에게 쏠릴 수 있다.

목전에 둔
개혁역풍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결코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사분오열’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 박근혜정부 사이에 있는 최·황 두 부총리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순방 징크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3박 6일 동안 진행된 가운데 어김없이 ‘순방 징크스’ 얘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었던 지난 2013년 5월경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국내에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경에는 중남미 순방 길에 오른 첫날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정가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지난 6월경에는 반대로 국내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져 해외일정인 한·미 정상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외에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의록 공개·이석기 내란음모·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사퇴·리퍼트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이르기까지 약 13차례 크고 작은 일이 겹쳐 발생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우연’보다 인과관계에 힘을 싣는 ‘징크스’라 표현하게 됐다.


나갈 때마다 일 터진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 징크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꼽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에서 나왔을 정도로 작은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연’이 겹친 징크스를 두고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있다. <경인일보> 배상록 정치부장은 칼럼을 통해 “사건으로만 치자면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때보다 국내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빈번할 터, 대통령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결부시키지 않을 뿐이다”라며 “‘대통령이 나가기만 하면 일이 터진다’며 비아냥거리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건 아무래도 좀 치졸하고 억지스럽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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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