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등대여행 ⑤태안 옹도등대

100년의 보물 지닌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군은 북쪽 이원면에서 남쪽 고남면까지 세로로 길쭉한 반도다. 학암포에서 영목까지 약 230km에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진다. 그 주변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이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이어져 피서지로 인기다. 그 사이에 이름난 곳도 많다. 수려한 풍경과 흥겨운 축제가 다양한 태안이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귀한 보물처럼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둔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옹도’의미 담은 옹기 조형물 자리한 섬
봄에는 붉은 빛, 여름엔 초록 빛 선사

옹도 역시 태안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13년에 개방했다. 1907년 옹도등대가 세워지고 100여 년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항로표지원이 외로이 섬을 지키는 동안 소문은 계속 퍼졌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국토경제신문이 발간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에 개방하기 전부터 그 섬과 등대의 아름다움은 알음알음 섬 밖으로 향했다. 

옹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안흥외항까지 이동한다. 태안 읍내에서 약 20km 거리다. 안흥항은 내항과 외항으로 나뉜다. 내항과 외항은 신진대교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다. 육지 끝의 정죽리에는 내항이, 다리 건너 신진도에는 외항이 있다. 항구의 기능은 외항이 생겨난 뒤 내항에서 외항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푸른바다 조망
동백꽃 쉼터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 약 12km 거리다. 안흥외항을 떠난 배는 가의도 곁을 지나 옹도에 다다른다. 옹도 여행은 약간 아쉽다. 유람선이 하루 한 차례 오가고, 섬에 내려서는 1시간가량 머물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 옹도는 산책로를 따라 섬 정상의 등대까지, 등대에서 선착장 반대편의 섬 서쪽까지 내려갔다 돌아오는 왕복 구간이다. 직선거리로 약 365m, 잠깐씩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다녀와도 부족하지 않다.
선착장에 내려서자 등명기 모양 쉼터 ‘환영의 빛’이 등대섬답게 여행자를 맞아준다. 산책로 초반은 계단을 따라 오른다. 첫 모퉁이를 돌 때 옹기 쉼터가 나온다. 섬의 중간 높이로 선착장 풍경을 품는다. 옹기는 이 섬에 옹도라는 이름이 붙은 기원이다. 섬이 옹기를 옆으로 뉘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옹도다. 섬 곳곳에 있는 옹기 형상 조형물도 같은 의미다. 

두 번째 모퉁이에는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가 반긴다. 동백꽃 쉼터는 동백꽃의 붉은색 차양, 동백잎 쉼터는 동백 잎의 초록색 차양으로 꾸민 쉼터다. 그 사이에 장승이 섰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포토 존과 가자미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옹기 포토 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했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쉼터보다 높아 전망대로는 한 수 위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멀리 신진도까지 보인다. 가의도 남쪽은 목개도와 정족도가 눈을 맞춘다.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를 지나면 동백 터널이다. 옹도는 봄날에 동백꽃이 섬을 물들인다. 붉은 꽃의 터널이 그 백미다. 여름에는 초록 잎이 반짝이며 길을 연다. 

동백 터널을 나오자 비로소 등대 앞 중앙광장이다. 섬의 정상은 등대와 중앙광장, 숙소동으로 구성된다. 중앙광장에는 커다란 옹기 조형물이 다시 한 번 옹도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옆으로 고래 조형물이 있다. 그러고 보니 멀리서 본 옹도는 고래를 닮았다. 실제로 일대 어민들은 고래섬이라고 부른다. 등대에 전시관도 있다. 옹도 모형 등이 있어 발길이 닿지 않는 섬의 면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충남 유일
유인 등대

산책로는 등대에서 서쪽 아래로 계속된다. 섬 가장자리 못미처 끝나는데, 울타리 너머에 물범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먼 바다에는 충남 최서단의 격렬비열도가 보인다. 그 이름처럼 새가 무리 지어 날아가듯 바다에 떠 있다. 굳이 전망대나 쉼터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너른 바다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선착장 방면에 비해 고즈넉하니 잠깐이나마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걸음을 돌리면 언덕 위에 옹도등대가 눈을 맞춘다. 100년 넘게 평택항과 대산항 등 서해를 오가는 배들의 길라잡이다. 충남에서 유일한 유인 등대로 바다의 파수꾼임을 실감한다.

옹도를 뒤로하고 나올 때는 섬의 모양을 눈여겨볼 일이다. 옹기를 누인 듯도 하고, 고래가 헤엄치는 듯도 하다. 바위섬을 유람하며 좀더 머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옹도는 들어가는 데 30분이 걸리지만, 나오는 길은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가의도 주변의 재미난 바위섬들을 관람하기 때문이다. 

가의도는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피신해서 가의도라 하고, 신진도의 가장자리라 그리 부른다고도 한다. 동서로 길게 뻗었는데 동쪽 바다에는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가 도열한다. 독립문처럼 문이 있는 바위와 돛대처럼 솟은 바위다. 사자바위와 거북바위 역시 바다에 줄지어 섰다. 사자바위는 고개를 돌린 사자의 모습과 신기할 만큼 닮았다. 멀리 중국 땅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지킨다고 전한다. 사자를 뒤따르는 자그마한 바위 끝에 거북바위가 있다. 섬 주민들이 제를 올리던 바위다. 코바위와 부부바위도 유람의 즐거움이다.

배에서 내리면 안흥항을 돌아본다. 항구에는 집어등을 단 배가 많다. 옹도 서쪽의 격렬비열도 일대는 오징어 집단 서식지다. 태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이제 동해 못지않다. 오징어를 사기 위해 부러 안흥항을 찾는 이도 적잖다. 신진대교를 건너 태안 접어드는 길목에는 갈음이해수욕장이나 연포해수욕장이 마지막 더위를 쫓는다. 특히 갈음이해수욕장은 너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캠핑이 가능하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던 해변으로, 아담한 백사장이 매력적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불가능했으며,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변의 모래밭이 피서지이기만 할까. 조금 색다른 모래밭이 보고 싶다면 태안 북쪽 원북면 신두리를 찾는다. 신두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지역이 있다. 모래언덕과 모래 위 바람 자국 등이 사막을 연상케 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도 운치 있다.

안흥외항에서 신두리 가는 길에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 307호)도 만나보길 권한다. 태안의 진산인 백화산 등성이 태을암 옆에 있다. 가운데 키가 작은 보살입상 1구와 양옆으로 불입상 2구가 자리한 구조다. 백제 시대 가장 오래된 마애불상으로 그 가치가 특별하다. 가만히 눈을 맞추면 마음에 염화미소가 떠오른다. 달리 ‘넉넉하고 편안한’ 태안(泰安)일까. 태을암 대웅전 마당에서 보면 태안 시가지도 더없이 평온하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바다 체험 코스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 풍경 여행 코스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옹도등대→태안신두리해안사구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 둘째 날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백화산→태안신두리해안사구
관련 웹사이트
· 태안군 문화관광 http://travel.taean.go.kr
· 신진도안흥유람선 www.shinjindo.com
· 갈음이해수욕장 www.galumlee.com
문의 전화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772
· 신진도안흥유람선 041-675-1603, 674-1603
· 갈음이해수욕장 041-675-1363
· 태을암(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 041-672-1440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대중교통
· 버스 :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10) 운행, 2시간 10분 소요. 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진(도) 방면 버스 이용, 30~40분 소요.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유람선 : 안흥외항-옹도, 하루 1회(14:00) 운항, 30분 소요(운항 시간 변동 가능, 사전 확인 필수).
문의 : 신진도안흥유람선 041-675-1603, 674-1603, www.shinjindo.com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서산·태안 방면 좌회전 570m→운산IC교 아래 지나 운산교차로에서 서산·당진 방면 좌회전→서해로 13km→예천사거리 안면도· 태안법원 방면 좌회전→서해로 15.9km→남문IC지하차도 진입, 서해로 3.1km→두야교차로 신진도리 방면 좌회전→태흥로 16.2km→신진부두길 우회전 300m→안흥외항
숙박
· 제이드리조텔 : 근흥면 신진도길, 041-674-4999, 5999, www.jaderesortel.com
· 샌드힐 : 원북면 신두해변길, 041-675-3102, www.sandhill.co.kr
· 리츠캐슬리조트 : 근흥면 마도길, 041-673-5727, http://ritzcastle.com
식당
· 화해당 : 간장게장, 근흥면 근흥로, 041-675-4443, www.hwahaedang.com
· 한국관 : 생갈비, 태안읍 독샘로, 041-675-2415
· 토담집 : 우럭젓국, 태안읍 동백로, 041-674-4561
축제와 행사
태안빛축제 2015 : 2015년 12월 31일까지, 태안꽃축제장, 041-675-7881, 9200,www.ffestival.co.kr, 우천 시 취소
주변 볼거리
안흥성, 백화산, 천리포수목원, 몽산포해수욕장, 꽃지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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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