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실세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추적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거 보셨습니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삼각편대’를 구축했던 당·정·청이 때 아닌 난기류를 만났다. 각 분야 실세로 통하는 이들이 최근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찹쌀떡 공조’를 동력으로 순항하던 박근혜호는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4개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 등 구조개혁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정·청 간 밀착공조로 순풍을 맞던 박근혜호가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각 영역에서 실세로 활약하던 이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사위의 마약사건과 ‘봐주기 수사’ 의혹에 휩싸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측근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문고리3인방은 그동안 ‘찌라시’로 여겨왔던 소위 ‘정윤회 문건’이 검찰로부터 일부 사실로 인정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당·정·청 실세
도덕성 상처

먼저 정가를 덮은 이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사건 소식이다. 지난 10일 복수의 언론은 김 대표의 둘째딸과 혼인한 이모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고 대서특필했다.

김 대표는 봐주기 의혹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같은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위가 재판이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정치인의 인척이기 때문에 양형을 약하게 했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기사”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이모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코카인과 필로폰·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총 15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유흥업소나 지방 리조트 등에서 의사, CF 감독 등과 함께 마약류를 구매·투약한 혐의로 지난 2014년 말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2월경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출소한 이모씨는 김 대표의 둘째딸과 지난달 26일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양형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마약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해당 이슈는 국정감사 대상으로까지 확대됐다.

대검 마약과장을 역임한 바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지난 10일 ▲동종 사건의 양형 범위는 징역 4년∼9년6개월이지만, 법원은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는 점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임 의원은 ‘사회 지도층에 있는 자 또는 그 자제냐’의 여부에 따라 형의 무게가 달라졌다고 내다보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총 6명, 사위인 이모씨를 제외한 공범 5명의 처분 결과를 보면, 판매책인 ㅅ씨는 필로폰 판매 및 투약 7회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을 구형, 법원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알선책인 ㅈ씨는 판매알선 및 4회 투약 혐의로 징역 10월을 구형,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ㅈ씨는 마약전과 1범이다. 초범인 ㄱ씨는 코카인·필로폰·엑스터시 매수 및 2회 투약 혐의인데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선고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필로폰 매매 및 엑스터시 1회 투약한 ㅂ씨는 징역 1년을 구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반면, 공범 중 한 명으로 강남에 위치한 한 산부인과 병원 이사장의 아들로 알려진 노모씨의 경우 필로폰·엑스터시·신종마약인 스파이스·대마매수 및 8회 투약 혐의가 있음에도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고, 선고 역시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위인 이모씨 또한 알려진 바대로 코카인·필로폰·엑스터시·스파이스 매수 및 15회 투약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 법원에서 ‘양형기준의 하한을 이탈하여 선고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임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마약 투약에 있어서 공범끼리 유사한 행위를 했음에도 구형 기준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습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면 검찰은 당연히 항소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정·청 실세 도덕성 타격, 지지율 꺾여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배후는 친박계?

정치적 해석도 뒤따랐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의혹에 한 표를 던졌다. 금 변호사는 마약수사가 진행됐던 시점에 주목해 “(이모씨가 수사 당시) 김 대표의 사위였다면 검사가 알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때는 아니었다.

김 대표 딸의 남자친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즉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모씨 여자친구의 아버지까지 살펴보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어서 금 변호사는 ‘김 대표 흔들기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의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가에서도 일찍이 ‘보이지 않는 손’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력암투설’ ‘기획사정설’ 등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권 내 한 인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사건 당시와 비슷한 매커니즘”이라고 바라봤다.

정치적 해석을 내놓는 쪽에서는 소문이 실체로 드러난 과정에 주목한다. 일찍이 여의도에서는 김 대표 사위될 사람이 소위 ‘뽕쟁이’라는 괴소문이 나돈 바 있다. 사위가 된 사람이 아닌 미래사위에 대해 한 달 전부터 풍문이 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 기사화되자마자 해당 판결문이 ‘연판장’처럼 정가에 뿌려졌다고 한다. 특정집단이 개입된 조직적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그 집단이 친박계 주류라고 보고 있다.
 

친박계 쪽은 반발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는 반응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마약 사위를 정권이 사주해서 만들었나. 아니면 결혼을 시키라고 등 떠밀어 만들었나”며 “단순 마약사범 사건을 이런 식으로 소설을 써서 얽어매는 의도가 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마약 사위 사건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김 대표에 대한 공세의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심의 눈길은 계속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채용개입 의혹

지난 15일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 대해 “당 지지율이 40%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며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가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4선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저의가 뭐냐’는 반응이다. 김 대표 측은 윤 특보의 발언에 대해 경고성 성명을 내려다 김 대표의 만류로 취소했다는 후문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친박계에서 미는 대선후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최 부총리는 최근 ‘취업개입’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 큰 상처가 났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의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이원욱 의원은 최 부총리가 2009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지역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인턴 황모씨의 중진공 취업 과정에서 외압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2013년 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직원이 합격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게 바로 최경환 부총리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진공은 2013년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서류전형과 임원면접에서 탈락한 황모씨의 점수를 변경해 최종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지난 7월경 이를 적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서류전형에서 2299위였던 황모씨는 원인모를 이유로 1차에 1200위, 2차에는 176위까지 올랐다. 그래도 합격기준을 통과하지 못하자 배수 인원을 기존 170명에서 174명으로 늘려 합격시켰다.

최경환 잇단 취업청탁 의혹, 압력 넣었나?
찌라시→첩보문건, ‘정윤회 문건’은 사실

산자위 소속 야권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 내에는 중진공 이사장이 “외부인사의 요망이 있었다”라며 말한 것으로 적시되어 있는데, 그 외부 인사가 최 부총리라는 것이다.

결국 감사원은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에 대해 취업압력 의혹 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정가는 실세라 불리는 최 부총리에게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해명자료를 내고 “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 전혀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후속 의혹도 제시됐다. <한겨레>는 최 부총리가 초선의원으로 활동할 때 7급비서로 운전을 맡았던 ㄱ씨를 황모씨 이전에 중진공에 취업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보도내용에 따르면, 중진공은 2008년 8월경 용역직원으로 ㄱ씨를 채용한 후 2010년 시설관리담당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했다. ▲ㄱ씨가 시설관리 분야에 경험이 전무하단 점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직원이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이 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이원욱 의원은 “중진공은 최 부총리의 취업청탁 해결 창구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10월 종합국감에서 최 부총리가 직접 나와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최 부총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도 있다. 측근이라곤 해도 인턴과 운전기사의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최 부총리가 나섰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해당 의혹으로 인해 그동안 청년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명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최 부총리가 노동개혁 등 정부의 개혁의지를 관철시키는 중심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면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지난 16일 최 부총리는 부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노동개혁의 목표는 기업이 청년인력을 부담 없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검찰이 속칭 ‘정윤회 문건’에 대한 입장을 바꿔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대해 ‘찌라시’로 폄하하다 지난 14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범죄첩보 문건’으로 수정했다.

정윤회 문건
검찰 사실 인정

특히 ‘정씨를 포함한 십상시의 정기모임’ 여부에 대해 검찰은 지난 1월경 ‘없었음’이라고 발표했으나, 최근 이를 바꿔 “일부 내용이 허위일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검찰은 또한 “(정윤회 문건) 내용 전부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씨와 3인방을 포함해 문건에서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인은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는데, 검찰의 입장 변경으로 존재가 인정되는 꼴이 됐다.

일각에선 검찰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것이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징역 2년과 10년을 구형받았다.

반면 검찰이 수사 중 ‘자승자박’에 빠졌다는 의견도 있다. 발표 중 검찰은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는 종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문건과 관련해 새롭게 수사되고 있는 내용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의 추가 정보 입수라는 주장과 문건 내용을 모두 부인하려다 암초를 만난 것이라는 분석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판결 선고에서는 검찰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